EAI 중국연구패널 보고서 No.12

 

저자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교수 겸 중국연구센터 센터장. 중국 북경대학교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주요 연구분야는 중국정치외교이다. 최근 연구로는 <개혁개방기 중국 공산당> (2014, 편저), “Perceptions of Democracy among Intellectuals in Contemporary China: Evidence from Study on Political Scientists in Beijing and Shanghai” (2012), “Dilemma of Korea-China Relations with the Emergence of the G2 Era” (2012) 외 다수가 있다.

 

 

 


 

I. 문제제기

 

정보화와 세계화의 영향으로 중국에서 인터넷 매체의 성장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중국인터넷정보중심이 2012년 7월 19일에 발표한 <제30차 중국 인터넷발전상황통계보고>에 따르면, 중국의 네티즌 수는 2012년 6월 말 현재 5억 3천 8백만 명으로, 전국적으로 39.9%의 인터넷 보급률을 보이고 있다. 휴대폰 인터넷 사용자는 3억 8천 8백만 명으로 2011년 말에 비해 3천 2백 7십만 명이 증가하였다. 중국은 2008년 6월 미국의 네티즌 수를 추월한 이래, 5년간 세계 제1의 네티즌 수를 유지해오고 있다. 중국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웨이보’의 사용자는 2011년 말 6,311 만 명에서 2012년 6월말 현재 1억 9천 5백만 명을 기록해 반년 만에 1억 3천 2백만 명이 증가하여 208.9%의 성장률을 나타내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 전체 네티즌 중 웨이보 사용자 비율은 13.8%에서 40.2%로 증가하였다. 휴대폰 웨이보 사용자 수도 2010년 말 15.5%에서 34.0%로 증가하였다. 그리고 2012년 하반기부터 한국의 카카오톡과 비슷한 서비스인 웨이신을 사용하는 중국인의 숫자 또한 빠르게 증가하여 2013년 말 현재 사용자 수는 약 5억 명에 이르고, 해외 사용자수 도 1억 명을 초과하였다. 한 전문가에 따르면, 중국 내 인터넷 사용 증가율은 2000~2008년 사이 연평균 38.1%의 높은 성장률을 보여줬는데, 만일 연평균 15%의 성장률만 유지하더라도 2015년이 되면 총 인구수의 58%인 7억 9천 3백만 명이 인터넷을 사용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보급되고 있는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여론을 전파하는 중요한 수단이 되면서, 인터넷 매체는 여론 형성의 중요한 공간일 뿐만 아니라 정치참여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 비록 인터넷이 중국 정부에 의해 엄격하게 통제되고 관리된다고 하더라도, 인터넷은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불만과 비판을 제기하는 주요한 통로로 기능하고 있다. 특히 2003년 이후부터 중국 네티즌들은 인터넷 상에서 중국의 대외정책과 대외관계에 관심을 가지고 각종 토론을 전개하기 시작하였고, 이러한 토론은 중국의 대외정책 결정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중요한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매체가 중국의 대외정책 결정 및 추진과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그다지 많지 않다. 그 동안 중국과 같이 고도로 중앙 집권화된 권위주의체제의 경우 민주주의 체제에 비해 대외정책 결정과정에 외교부 이외 기타 집단이나 개인의 역할은 극히 제한적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이러한 인식에 따르면, 비록 중국외교가 점차 전문화되고 기관 별로 다원화되며, 권력 핵심층 외 다양한 행위자의 참여가 증가하고 세계화가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언론 통제 속에서 대중여론이 외교정책 결정과정에 미치는 영향이 엄격하게 제한되는 비민주적인 국가이다. 또한 정부가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등 신흥매체에 대해서도 문제가 되는 홈페이지를 폐쇄하거나 다양한 기술적인 방식으로 통제력을 행사는 등, 인터넷이 정부의 외교정책결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

 

이에 반해 중국에서도 급속한 경제성장과 함께 시장화가 진전되면서 사회가 다원화되고 시민사회가 성장함으로써 외교정책 결정 및 집행과정에서도 다원화 추세가 강화되고 인터넷 여론의 영향력 강화가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러한 주장에 따르면, 대중 여론, 싱크탱크, 매체와 전문가 등 여론 주도층이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외교정책 결정과정에 영향을 미치고, 정책의 최종적 결정이 자신들의 정책적인 선호와 부합하기를 희망한다. 신문과 같은 기존의 전통매체가 여전히 정부로부터 상당 부분 엄격한 통제를 받고 있는 것에 반하여, 신흥매체인 인터넷이 발전함으로써 각종 정보에 대한 정부의 중앙집권적인 통제가 어렵게 되고 대중의 정치참여 통로와 능력이 강화되어 국내정치뿐만 아니라 대외정책에 미치는 영향이 강화되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인터넷이 중국의 대외정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쟁 중이다. 이 글은 최근 들어 중국의 인터넷 사용률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인터넷을 통한 대중 여론의 형성과 정치 참여가 빈번해지면서 정부의 대외정책 추진에 이러한 신흥매체를 통해 형성된 여론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동시에 이러한 인터넷 매체를 통해 형성된 여론과 대외정책 간의 관계가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음을 주장하고자 한다. 다시 말해 인터넷 여론이 대외정책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낸 경우도 있는 반면, 역으로 정부가 인터넷 여론을 통해 정책방향을 선전하고 정책집행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 나가는 경우도 있다는 말이다. 특히 이 글은 인터넷과 같은 신흥매체를 통해 중국 내 대중 여론이 대외정책과 다양한 관계를 맺으면서 발전하고 있다는 점을 전제로 제3차 북한 핵실험 이후 중국 내 인터넷 여론이 대외정책에 미친 영향을 살펴봄으로써 인터넷 여론과 중국 대외정책 간의 관계를 분석하고자 한다.

 

II. 인터넷의 등장과 중국의 대외정책결정

 

1. 인터넷 매체의 확산과 중국의 대외정책결정에 대한 도전

 

이른바 제4매체 혹은 신매체로 불리어지는 인터넷은 1990년대 이래 급속하게 발전하여 정보전달과 여론형성을 위한 중요한 도구가 되었다. 이는 이미 존재해 온 전통매체인 신문, 방송, 텔레비전 등과 비교하여, 인터넷을 통하여 전파되는 매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인터넷 매체의 정의를 둘러싼 논쟁이 있지만, 이 글은 전파를 무대로 반도체, 전자, 통신, 시청각분야 등에서 비롯된 다양한 기술을 빌려 문자, 목소리, 그림 등 형식에 기초하여 새로운 소식을 전파하는 매체로 인터넷 매체를 정의한다. 또한 상호성과 동시성, 초국가성과 다매체성을 토대로 신문 홈페이지, 블로그, 인터넷 TV 등 인터넷 공간을 효율성 높은 전파 통로로 활용하는 형태뿐만 아니라 웨이보, 카카오톡 등 다양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 사용한다.

 

이러한 인터넷 매체는 중국에서 1990년대 중반 이후 인터넷 보급이 급속하게 이루어지면서 외교정책 결정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로 등장해 왔다. 중국의 대외정책 결정과정에서 매체의 역할은 다음과 같이 크게 3단계로 변천했다. 첫째, 제1단계(1949-1978)는 카리스마적인 지도자가 정책결정의 핵심적 지위를 차지하고 전체 정책결정과정이 고도로 개인화된 것이 특징인 시기를 일컫는다. 이 시기에는 대중매체의 발전 수준이 낮았고, 냉전체제 속에서 중국이 국제무대로부터 고립되어 있어, 대중 매체의 주요한 기능이 주로 정부의 소식을 보도하고 정부의 정책을 선전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

 

제2단계(1978-1990년대 중반)는 외교정책결정이 개인에 의존한 정책결정에서 집단적 정책결정 형태로 전환되었지만, 여전히 카리스마적인 지도자로서 덩샤오핑이 강력한 개인적 영향력을 발휘한 시기이다. 이 시기 중국 정치에서 대표적인 사건으로 1981년 외사영도소조가 부활된 바 있는데, 이는 집단적 대외정책결정을 다시 회복하는 중요한 지표가 되었다. 비록 이 시기에도 정책결정과정에 있어 대중의 역할이 여전히 부재하였지만, 대중 매체의 발전이 빠른 속도로 이루어진 것이 특징이다.

 

제3단계(1995년대-현재까지)는 외교정책과 매체 간의 관계가 변화되기 시작한 시기이다. 이 변화에는 다음 4가지 요인이 조건으로 작용하였다. 첫째, 탈냉전과 함께 중국에 인터넷을 대표로 하는 정보통신 기술이 빠른 속도로 도입되면서, 대중매체와 중국 외교정책의 관계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둘째, 인구 구성의 변화, 즉 혁명 후 2~3세대의 출생으로, 강력한 카리스마적인 지도자가 등장할 수 있는 사회적인 기초가 줄어든 가운데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외교정책결정과정이 등장할 수 있는 주요한 조건이 조성되었다. 셋째, 개혁개방 정책의 진전으로 외교정책 영역이 확대되면서 여러 가지 새로운 요소가 외교정책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매체의 영향력이 확대될 수 밖에 없었다. 넷째, 중국 내 인터넷 사용이 전례 없이 빠르게 확산된 속도가 중요한 변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상술한 요인들 중 특히 1990년대 중반 이래 꾸준히 발전해 온 인터넷 매체는 중국 대외정책이 매체와 맺는 관계에 엄청난 변화를 초래했다.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사이버 상의 각종 커뮤니티에는 기존에 존재해 온 독점적인 전파매체에 도전하면서 대중을 기초로 하는 새로운 참여 메커니즘이 만들어졌다. 중국 내 전통적인 대중매체에 대한 통제는 정부로 하여금 대중들이 어떠한 정보를 얻어야 하고 얻을 수 있는지, 어떠한 것을 믿어야 하는지를 결정했다. 또한 전통적인 매체에서는 공개토론이 불가능하며, 특히 대외정책과 관련된 경우 토론은 더욱 더 어려웠다. 인터넷 매체가 발전되기 전 중국 대중에게 정치와 공적인 일에 참여하고 관점을 표현할 수 있는 체계적인 통로가 없었다.

 

그러나 인터넷과 인터넷논단(포럼)은 대중들이 자신의 관점과 의견을 표현하는 (특히 정치적인 주제에 대하여) 새롭고 유일한 장소가 되었다. 대중들은 인터넷을 통해 각종 소식 전파, 관점 표출 및 정치적인 문제와 공공사무에 대한 비판을 일정 정도 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동시에 인터넷포럼과 같은 창구는 대중들이 관방 정보와 뉴스통제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그리하여 인터넷은 대중들에게 정치적인 이슈에 대한 의견이나 비판을 표출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외부세계와 정보의 연결을 가능하게 하였다.

 

이처럼 인터넷이 비판적인 공간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외부세계와 정보의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통로가 되면서, 개인들은 인터넷을 통하여 중국 외교정책과 관련된 정보와 지식 또한 편리하게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중국의 외교정책결정에 3가지의 심각한 도전을 제기하였다.

 

첫째,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이 정보의 재분배에 영향을 미치면서 초래된 도전이다. 국경을 초월해 거의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정보의 초고속 이동은 모든 인터넷 사용자들이 일시에 특정 문제에 대한 가장 새로운 진전 상황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그리하여 설령 일반 중국 국민이라 하더라도 최고 정책결정자와 동시에 심지어 더 빨리 같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동시에 네티즌들은 인터넷으로부터 각종 국제관계에 대한 지식을 편리하게 취득할 수 있게 됨으로써, 개인의 선호도에 근거해서 국제현상과 중국의 외교정책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수단을 선택할 수 있으며, 정부의 일방적 선택을 피동적으로 수용하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정부가 국제문제와 자국의 대외정책에 대한 유일한 해석권을 독점할 수 없으며, 정책결정자가 정책을 정하고 선포할 때 대중을 어떻게 설득하고 어떻게 지지를 얻는가에 대하여 훨씬 더 많은 고려를 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둘째, 지식의 확산으로 인한 도전이다. 정보통신시대에 신뢰 가능한 지식의 공급은 새로운 권력 자원의 원천이 되었다. 충분한 정보가 공급되자 사람들은 효율적으로 숙성된 정보와 지식을 더 필요로 했다. 누가 이러한 지식을 제공하는가에 따라 지식을 제공받는 사람의 행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중국의 외교정책 결정기구는 대중들이 관방에 대한 신뢰를 어떻게 유지하도록 할 것인가에 대하여 심각한 고민을 하도록 하고 있다.

 

셋째, 권력분포의 탈중앙화 추세 강화로 인한 도전이다. 중국뿐만 아니라 대다수 국가의 외교정책 결정권한은 중앙정부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외교영역의 다원화와 전문화가 이루어지고, 인터넷의 발전으로 개인이나 단체의 외교정책과 관련된 정보와 지식의 습득이 용이해지면서, 외교정책 결정 및 추진과정에서 권력의 탈중심화 현상이 강화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추세이다. 전통적인 정책결정 행위자 말고도 다양한 행위자가 과거보다 정책결정과정에 훨씬 더 쉽게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정책결정영역 밖의 행위자가 대중의 지지를 동원할 수 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 이러한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외교부는 2004년 3월 19일 신문사(新闻司)에 대중외교처(公众外交处)를 설립하여, 대중들이 더 많이 외교부 업무를 이해하도록 하는 역할을 하도록 했다.

 

2. 중국 대외정책결정에서 나타나는 인터넷 매체 작동 메커니즘의 특징

 

대외정책 결정 및 추진과정에서 인터넷 매체의 역할은 다음의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첫째, 외교 의제 설정을 추동할 수 있다. 인터넷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여기에 대해 정부와 대중의 관심이 증가하면서 인터넷이 설정한 의제는 최종적으로는 정부의 정책 의제가 된다. 둘째, 정책 집행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외교정책은 한번 결정된 이후 실행단계에서도 환경에 따라 실행이 불가능하게 되거나 조정되어야 할 수도 있는데, 이 단계에서 인터넷 매체는 사회 여론을 인도하고 통찰하는 중요한 창구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외교정책의 결정과정뿐만 아니라 집행과정에도 개입하여 일정한 역할을 한다. 인터넷 매체는 정부 정책에 대한 선전, 정책 조문에 대한 구체적 해석, 정책 집행 모범사례에 대한 소개 등의 방식을 통해 대중들이 외교정책을 받아들이고 일치시키도록 하여 정책 실시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다. 셋째, 정책 평가에 참여한다는 점이다. 인터넷 매체는 정책의 실제 집행에 대한 사회여론이나 건의를 정부와 정책결정자에게 보내는 방식을 통해, 정부의 정책 집행과정에 대하여 공개적인 감독을 진행할 수 있다...(계속)

6대 프로젝트

세부사업

민주주의 협력

미중경쟁과 한국의 전략

중국의 미래 성장과 아태 신문명 건축

Related Publica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