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한국에서 대통령 선거는 가장 흥행성이 짙은 정치 이벤트입니다. 그러나 역대 대통령은 선거를 통해 국민 다수의 지지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지율 하락이라는 초라한 끝을 마주하며 청와대를 나섰습니다. 성공한 대통령의 홍보와 미디어 전략과 국정 운영은 어때야 할까요? <2022 대통령의 성공조건>의 제9장 “대통령의 가장 큰 적 ‘독선’을 버려라”의 저자 한규섭 서울대 교수는 한국 정치가 보스 정치에서 미디어 정치의 시대로 바뀐 점에 주목합니다. 각 정당의 ‘보스’가 정당 내 독보적 영향력을 행사하던 이전과는 달리, 한국의 정치 환경은 ‘대중 속으로(Going public)’의 전략이 도드라지는 쪽으로 변화 중이라고 주장합니다. 미디어와 언론의 역할이 커짐에 따라 대통령이 ‘지지율 하락’의 길을 걷지 않고 임기 말까지 핵심 정책 과제를 꾸준히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강조합니다. 박근혜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변환점을 살펴보며 차기 대통령이 독선을 버리며 ‘대중 속으로 전략’을 지혜롭게 발휘하길 권고합니다.

 

1. 축복 속에서 당선된 대통령의 퇴임 후가 불안한 이유

 

5년마다 돌아오는 대통령 선거는 입후자와 후보자를 낸 정당뿐 아니라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가장 흥행성이 강한 정치 이벤트다. 역대 모든 대통령이 국민 대다수의 지지 속에 출발했다. 하지만 끝은 대부분 초라했다. 전직 대통령들은 재임 기간 중에 적지 않은 업적도 남겼다. 노태우 대통령이 북방외교, 남북한 UN 동시 가입 등을 이끌어낸 공적은 인정할 만하다. 김영삼 대통령은 군내 하나회 척결, 금융실명제 실시 등 개혁 드라이브를 걸어 민주화 초기 중요한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대중 대통령은 IMF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남북 관계를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무현 대통령은 권위주의 청산에 앞장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명박 대통령은 G20 서울 정상회담 개최, 한미 FTA 체결 등 국제화에 기여한 점을 평가할 만하고, 한국 정치 역사상 최초로 탄핵된 박근혜 대통령도 한중 FTA 체결 등 나름 평가받는 업적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업적들에도 불구하고 모두 ‘성공한 대통령’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분위기 다. 가령 젊은 층의 압도적 지지로 ‘역대 대통령 호감도’에서 1위로 올라선 조사들이 많았던 노무현 대통령은 퇴임 후 측근 비리로 극단적 선택을 해야 했다. 이 외에도 퇴임 이후 가족이나 측근 비리에 의해 곤욕을 치러야 했던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뿐 아니라 당사자가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 생활을 하는 등 성공적인 대통령이었다는 평을 얻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또 그러한 까닭에 모든 대통령의 재임 기간을 경험해 본 60대 이상의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다. 민주화 이후 직접선거를 통해 뽑힌 대통령들이 그들이 타파하고자 노력했던 ‘독재자’ 박정희 전 대통령보다 낮은 평가를 받는 것은 한국 민주주의의 역설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2. 대통령 지지율과 국정 동력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어떻게 국정 운영을 해야 할까? 많은 전문가들이 홍보와 미디어 전략에 관심을 가진다. 현대 정치는 과거 ‘보스 정치’에서 ‘미디어 정치’의 시대로 바뀐 지 오래다. 과거 ‘3김 정치‘로 대변되던 보스 정치 시대에는 각 정당의 ’보스‘가 정당 내에서 독보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특히 이들이 공천 과정에서 행사하는 영향력은 거의 절대적이었다. 지역주의 정당의 성격이 특히 강한 당시 정당들의 속성상 공천 자체가 곧 당선의 의미를 가지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해 당 정당의 정치인들 입장에서는 당내 연결망이 곧 가장 중요한 정치적 자 산이었고, 이는 정당 지도부가 모든 소속 국회의원 및 정당인들에게 절대 적인 지도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따라서 이러한 보스 정치는 강력한 정당 정치를 가능케 하는 메커니즘이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이러한 강력한 정당 ‘보스’가 모두 사라진 지금 ‘대중 속으로(Going Public)’(Kernell, 2007)라는 구호가 이를 대체하고 있다. 지금은 과거 3김과 같은 존재감을 가진 정당 내 보스가 존재하지 않는다. 또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기본 인식이 매우 부정적이다. 따라서 정당 지도부와 밀접한 연결망을 가진 기성 정치인은 부정적 고정관념의 대상이 된다. 이러한 이유로 각 정당에서는 선거 때마다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정치 신인을 발굴하기 위해 인재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또한 대외적으로 현역 국회의원들 중 일정 숫자는 재공천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내세우기도 한 다. 이처럼 기성 정치권에 대한 반감이 고조되다 보니 정당 정치는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정당 지도부의 영향력도 약화되었다. 따라서 더이상 정당 지도부와의 긴밀한 관계 유지가 공천을 보장할 수 없게 되었고, 모든 잠재적 선거 후보자들은 직접 대중에게 어필함으로써 경쟁력 있는 후보로 인식시키려 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미디어와 언론이다. 일반 유권자들은 직접 경험을 통해 정치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언론과 미디어를 통해 간접 경험으로 습득하게 된다. 따라서 언론과 미디어는 이러한 과정에서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또 주요 선거에서 후보 공천을 받기 위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인지도’이 다. 유권자의 선호는 대개 매우 단순한 인지적 시그널들에 의해 결정되기 쉽다. 이렇다 보니 인지도만으로도 선거에서 매우 큰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종편 등 TV 시사 프로그램 고정 출연 등을 통해 대중적 인지도를 쌓은 후 선거에 도전하는 것이 정계 진출을 위한 하나의 중요한 경로가 되었다. 또 소셜미디어 등의 채널을 통해 직접 유권자들에게 어필하면서 인지도를 높이는 잠재적 선거 후보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정치 환경의 근본적 변화가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대통령도 철저하게 이러한 ‘대중 속으로’의 문법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펼쳐야 한다. 우선 대통령이 정책을 추진하려면 국회와의 관계가 중요하다. 국회에서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책들과 관련한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부결시킨다면 대통령으로서의 역사에 남을 업적을 추진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고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국회에서 여당이 압도적인 의석수를 차지하고 있는 경우 안정적인 국정 운영에 훨씬 유리한 이유다.

 

문제는 과거 보스 정치 시대와는 달리 여당 소속 의원들이라고 하더라도 더이상 무조건적인 ‘충성’을 담보하기 불가능해졌다는 점이다. 아무 리 대통령이 통과시키고자 하는 법안이라도 본인의 대중적 이미지에 타격이 되거나 지역구민들에게 큰 반감을 살 가능성이 있을 경우 따르지 않는 의원들이 많기 때문이다. 대통령 개인적으로도 과거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과 같은 여당의 ‘보스’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여당 소속 의원들에 게 가지는 영향력이 조건부일 수밖에 없다. 물론 내각 기용 등의 당근을 제공할 수 있으나 수혜자가 될 만한 의원들의 폭이 제한적이어서 대부분의 의원들은 이러한 논리만으로는 통제가 불가능하다. 마찬가지로 공천을 보장할 수 없는 정당 지도부나 대통령도 개별 의원들에게 이러한 요구에 따르도록 강제할 수단이 거의 없다. 반면 하루가 다르게 심해지는 정치적 갈등으로 인해 대통령의 여당 의존도는 과거에 비해 훨씬 더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여당 의원들의 전폭적인 지원 없이는 원활한 국정 운영이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변화한 정치 환경에서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 의원들을 통제하기 위한 방법은 ‘대중 속으로 전략’이 유일하다. ‘대중 속으로 전략’은 대통령이 높은 지지율을 유지함으로써 여·야 모두 자신의 정책에 반대할 경우 정치적 비용이 상당할 것이란 믿음을 형성하고, 이러한 ‘위협’ 또는 ‘압박’에 기반하여 자신에 대한 ‘충성’을 유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기존의 보스 정치와는 달리 ‘대중 속으로 전략’ 시대에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지지율을 높게 유지하고, 이 높은 지지율을 원활한 국정 운영의 동력으로 삼는 것이다. 즉 높은 지지율이야말로 대통령이 가진 가장 중요한 정치적 자산인 것이다.

 

물론 지지율 관리를 위해서는 대언론 관계가 매우 중요할 수 있다. 즉 적극적인 정책 홍보 등을 통해 언론의 호의적인 보도를 유도할 수 있다면 지지율 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다. 결국 이는 원활한 국정 운영 및 핵심 정책 과제 추진을 위한 동력이 된다. ‘대중 속으로 전략’의 논리가 언론 관계에도 적용될 수 있다. 즉 지지율 유지 자체가 언론의 호의적 보도를 유인하는 측면이 크다. 언론 또한 유권자 다수의 지지를 받는 대통령에 대해 과도한 비판은 구독률·시청률 하락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농후하여 정치적으로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가령 태블릿 PC 사건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폭락하자 보수 언론들도 일제히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 기사로 도배를 한 바 있다. 대통령 지지율이 높은 시기에는 지지자들이 특정 언론에 대한 여론몰이가 극심해진다. 이 경우 광고주들도 광고나 협찬을 제공하기 부담스러워지게 된다. 즉 언론 보도도 지지율에 따라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3. 대통령 지지율은 왜 하락하는가

 

문제는 모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임기 초 아주 짧은, 소위 ‘허니문 기간’을 제외하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이러한 ‘지지율 하락의 ‘법칙’은 정치학에서도 매우 일관된 현상으로 한국뿐 아니라 미국의 대통령들에게도 대부분 나타나는 공통 현상이다. 그 결과 국정 동력 상실로 이어지는 일이 반복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다를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워낙 높은 지지율로 출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기 초 일부 조사에서 80%에 달했던 문 대통령 지지율도 이 법칙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한때 30%대 이하로 하락했던 문 대통령 지지율은 임기 말에 가면서 다시 30% 중후반에서 정체된 형국이다. 최고점 대비 절반 수준으로 하락한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전임 대통령들의 같은 시점에서의 지지율보다는 훨씬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이는 예전 보다 훨씬 더 심각해진 정치적 양극단화에 기인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미국의 데이터 저널리즘 사이트인 <파이브서티에이트(FiveThirty Eight)>에서 추정한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지지율 추정값을 살펴보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대통령 13명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버락 오바마, 빌 클린턴 대통령 정도를 제외한 10명의 대통령들에게서 지지율 하락 현상이 나타났다. 한국의 경우, 한국갤럽에서 제공하는 역대 대통령 분기별 지지율 추이를 살펴보면 1987년 민주화 이후 모든 대통령에게서 이러한 지지율 하락 현상이 나타났다. 물론 최근 정치적 양극화가 극에 달함에 따라 경쟁 진영에 대한 적대감이 심화되고 진영 논리가 강하게 작동하면서 대통령 지지율이 40~50% 사이에서 정체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대표적인 사례이며,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 이 임기 내내 40% 언저리에서 거의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 지지율도 초반기에 거의 80%에 육박하던 것에 비하면 거의 절반 수준으로 하락한 것이다.

 

많은 이들이 이러한 지지율 하락 현상의 원인에 관심을 가져왔다. 무엇 이 문제일까? 가장 유력한 설명은 ‘소수자들의 연합(Coalition of Minorities)’ 가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대통령이 새로운 정책을 추진할 때마다 해 당 정책에 반대하는 새로운 유권자들의 집단이 생겨나게 되며 임기 동안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각 정책의 반대층이 축적되고 서로 결속하면 서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한다는 이론이다.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대통령이 아무런 정책도 추진하지 않는 한 지지율 하락은 불가피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또 현재 상황에 대한 개혁적 정책을 많이 추진할수록 반대층의 형성이 더 급속히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역사에 남을 업적을 남기는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추세를 완전히 역행할 수는 없더라도 속도를 최대한 조절하여 대통령의 핵심 정책 과제들을 과감히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촉진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여기에는 다양한 내부적·외부적 요인들이 존재한다. 우선 가장 대표적인 외부 요인으로 경제 위기나 재난 등이 있다. 많은 해외 연구들에서 경제상황이 좋아지거나 나빠짐에 따라 대통령 지지율이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Gronke and Newman. 2003). 한국에서도 이러한 결과가 여전히 유효한지에 대한 연구는 많지 않다. 그러나 김영삼 정부 시절 외환 위기로 인해 김영삼 대통령의 지지율이 폭락한 것을 하나의 대표적 사례로 꼽을 수 있다. 반면 김대중 대통령은 임기 초반 외환 위기를 잘 극복하여 경제 상황이 호전됨에 따라 높은 지지율을 유지했다는 것이 지배적 해석 이다. 또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사례와 같이 경제 관련 정책의 실패 도 대통령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 시절의 세월호 침몰이나 김영삼 대통령 시절의 삼풍백화점 붕괴 같은 대 형 사고 등도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촉진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통령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대통령 자신으로 인해 발생하는 가장 중요한 지지율 하락의 촉진 요인은 바로 대통령의 ‘독선’이라 볼 수 있다. 한국의 유권자 지형상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큰 득표율 차이로 당선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실제로 탄핵 정국에서 치러진 지난 2017년 대선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의 득표율은 41.1%에 불과했다. 개혁 성향 유권자들의 표힘을 감안하여 심상정 후보의 득표율까지 합치더라도 47.3% 정도를 득표했다. 결국 전체 유권자의 절반 이상은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승자독식제’인 우리 대통령제의 특성상 선거 이후 모든 권력은 대통령에게 집중된다. 특히 임기 초반, 대선 승리감에 도취된 나머지 ‘독선’적인 국정 운영을 하는 대통 령을 자주 목격해 왔다. 유권자의 절반이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 지형을 가진 우리 정치의 현실을 고려하면 매우 급속한 지지율 하락 현상 이 나타날 수 있고, 이는 국정 동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독선’은 어떤 형태로 나타날까? 우선 대통령의 권력 도취는 일방적 개혁 정책 추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즉 여론이 심각하게 나뉜 사안에 대해 일방적인 입법을 추진하는 일이 반복될 경우 지지율 하 락의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대표적 사례로서 당시 부정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국정교과서를 추진한 것을 꼽을 수 있다. 반면 문재인 정부 들어 유사한 사례로 ‘탈원전’ 추진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탈원전에 대해 긍정과 부정 여론이 엇비슷한 상황에서 임기 초반에 무리하게 신고리 5·6호기의 공사부터 중단한 바 있다. 그러나 공론 조사 결과 에서 결국 ‘공사 속개’ 의견이 다수로 나와 공사를 속개하며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당시 정부가 내려야 할 결정을 공론 조사에 떠넘긴, 책임회피라는 비판 여론도 많았다. 또 한 가지 흔히 범하기 쉬운 ‘독선’은 바로 선거 개입 내지는 공천권 행사 시도다. 지난 2016년 총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와의 갈등이 극에 달해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가 소위 ‘옥쇄’를 들고 부산으로 내려가는 촌극이 벌어졌다. 결론적으로 많은 대통령들이 임기 초반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에 도취하여 행하 는 독선적 행위로 지지율 하락을 자초하고 국정 동력을 상실하고 말았다.

 

이 글에서는 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을 분석하여 어떤 사안들이 두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을 촉진하였는지 살펴보았다. 우선 두 대통령은 가장 최근에 국정을 맡은 대통령들이어서 재임 당시 정치 환경 및 유권자 지형이 차기 대통령과 비슷하여 가장 시사점이 클 것이다. 또 한 명은 보수, 한 명은 진보 대통령이어서 두 진영이 모두 대표되었다. 이번 분석에서는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이하 ‘여심위’)가 정치 및 선거여론조사의 등록을 의무화하기 시작한 2015년 4월 이후 여심위 홈페이지에 등록된 대통령 지지율 조사 전수를 수집하여 각 조사기관의 바이어스를 보정한 후 대통령 지지율을 추정하였다. 2015년 4월은 박근혜 전 대통령 임기의 중간 정도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시점 이전에 일어났던 사건·사고들의 영향은 고려할 수 없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분석에 포함된 두 대통령의 지지율 조사 숫자는 288개와 970개였다.

 

이 두 대통령의 지지율 데이터에 사이먼 잭맨(Jackman, S. 2005)이 제안 한 베이지언 방법론을 적용하여 조사기관별 하우스 효과(House Effect)를 보정한 대통령 지지율 추정값을 얻었다. 이 지지율 추정값에 변환점 분석 (Change Point Analysis)(Killick, Eckley, Jonathan, and Ewans, 2010)을 실시하여 각 대통령의 지지율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변환점’을 식별해 냈다. 변환점들은 전후의 평균 변화가 가장 큰 시점들이라 할 수 있다. 이 변환점 들을 살펴봄으로써 어떤 요인들이 두 대통령 지지율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는지 추론해 보았다.

 

4.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 변환점

 

2015년 4월 이후 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몇 번의 전환기를 거쳐 2016년 10월 이후에는 10% 초중반대로 하락하였고 이후 탄핵의 길을 걸었다(<그 림1> 참조). 즉 이 기간 동안 약 50%에서 10% 초반으로 약 40%포인트 가까이 지지율이 하락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박 전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촉발했을까? 박 전 대통령의 몰락은 순전히 소위 ‘태블릿 PC’ 사건으로 촉발된 최순실 사태로 인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다른 전조 증상들이 있었을까? 그렇다면 어떤 사건들이었을까? 지지율 하락은 결국 박 전 대통령의 국정 능력 상실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지지율 하락에 큰 변환점이 된 시점들을 식별해 내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이다.

 

박 전 대통령 지지율 추이를 보면 임기 후반기 ‘태블릿 PC‘ 보도로 촉발 된‘최순실 게이트‘에 해당하는 세 개의 변환점(2016년 10월 11일, 20일, 30일)이 존재한다.[1] 2016년 10월 한 달 동안 무려 3개의 변환점이 존재한다는 것은 당시 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얼마나 급속하게 하락했는지를 보여준다. 이후 박 전 대통령 지지율은 10% 초중반대를 오가게 된다. 이 시기는 박 전 대통령 임기의 가장 마지막 시기에 해당한다(<그림2> 참조).

 

그렇다면 태블릿 PC 사건 이전에 어떠한 전조 증상은 없었을까? 태블릿 PC 사건을 제외하면 두 개의 변환점이 존재한다. 2016년 3월 15일과 4월 11일이다.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공천 갈등이 불거진 시기로 ‘공천 파동’ 시기로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세월호 사건 이후 높진 않지만 어느 정도 보합세가 유지되던 시기를 지나 공천 파동 기간을 지나며 박 전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하게 된다.

 

이 공천 파동 시기는 크게 두 개의 시기로 다시 나눌 수 있다. 우선 첫 번째 중요한 변환점(2016년 3월 중순)은 2월 말 소위 ‘살생부’ 논란으로 공천 파동이 터져 나오고, 3월 23일 김무성 대표의 ‘옥쇄 파동’으로 갈등이 극에 달한 시점에 해당한다. 이 두 사건의 중간 지점쯤인 3월 15일을 기점으로 이전과 이후 박 전 대통령 지지율이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 시점 이후 40% 중반대였던 박 전 대통령 지지율은 40% 아래로 떨어져 소강상태에 접어들게 된다.

 

이 사태의 배경을 살펴보면 당시 청와대가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하려 하자 여당 지도부와 의원들이 반발하면서 당내 갈등이 촉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선친의 역사적 유산과 한나라당 시절 당을 구한 전력에도 불구하고 박 전 대통령조차도 지지율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여당 내 영향력이 크지 못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당시 여론조사에서 소위 ‘안심번호’를 사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기 이전이라 조사기관들이 지역구별 휴대번호 목록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선거 기간 동안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이 150~160석을 차지하며 압승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이는 대통령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지속적으로 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대통령의 폭주에 가까운 공천 개입에 제동이 걸리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이 임기 후반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 무리하게 자신에게 충성도가 높은 인물들을 국회에 진출시키기 위해 소위 ‘살생부’를 만들어 공천권을 행사하려 했다는 것이 일반적 해석이다. 그리고 이러한 공천을 둘러싼 청와대발 불협화음으로 박 전 대통령 지지율이 급격하게 하락하였던 것이다. 따라서 이는 대통령의 ’독선‘이 부른 참사로 볼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총선 패배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2016년 총선에서 압승을 예상했던 여론조사와는 달리 오히려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는 결과가 나왔다. 당시 많은 새누리당 지지 성향의 유권자들이 공천 잡음으로 선거 참여 의지가 높지 못한 상황에서 여론조사 결과가 압승을 예상해 선거 참여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총선 직후 대통령 책임론이 불거졌고, 이는 3월 중순보다 더 큰 폭의 하락을 촉발하는 2차 변환점(4월 13일)으로 이어졌다. 본 분석의 지지율 추정값에 따르면 40% 안팎에 머물러 있던 박 전 대통령 지지율이 선거 직후 불과 2주 정도 만에 거의 10%포인트 가까이 빠지며 30% 안팎으로 하락한 것이다. 이는 대통령의 ‘독선’으로 인한 공천 잡음과 그에 따른 총선 패배에 많은 지지자들이 실망하여 지지를 철회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이 시기를 공천 파동의 두 번째 단계로 볼 수 있다(<그림2> 참조). 결국 총선 이후 한 번도 40% 선을 회복하지 못한 박 전 대통령은 그로부터 약 6개월 후 태블릿 PC 사건으로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일각에서는 태블릿 PC 사건이 불거지게 된 것 자체도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쇠퇴한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최소한 총선 당시 박 전 대통령의 독선적 행보로 원한이 쌓인 새누리당 의원들이 박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서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요약하면, 분석에 포함된 기간 동안 태블릿 PC 사건을 제외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에 가장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은 공천 파동이었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총선 공천 과정에서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고, 이는 많은 잡음을 초래하며 바로 박 전 대통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총선에서 패배한 이후 급속한 추가 지지율 하락이 있었으며, 이후 한 번도 40%를 회복하지 못한 채 태블릿 PC 사건으로 탄핵 정국으로 돌입하게 되었다. 따라서 박 전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직접적 계기는 바로 무리한 공천권 행사로 대표되는 ‘독선’이었다고 할 수 있다.

 

5.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변환점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율 분석과 마찬가지로 문재인 대통령 재임 초기부 터 2021년 4월 1일까지 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974개의 대통령 지지율 조사를 취합하여 조사기관이 시기별로 보이는 고유한 경향성을 보정한 후 대통령 지지율을 추정, 여기에 변환점 분석(Change Point Analysis) 기법을 적용하였다.

 

지지율 추이로 보면 2021년 4월 1일까지의 문 대통령 재임 기간은 크게 7개 정도의 시기로 분류 가능했다. 임기 초반부터 2017년 7월 첫째 주까지 3개월은 ‘허니문’ 시기로 80% 안팎의 ‘초현실적’ 지지율을 유지하였다. 이는 어느 대통령이나 거치는 시기이긴 하나 전임 대통령들의 임기 초반 지지율이 약 42%(박근혜 전 대통령)에서 71%(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 정도였던 점을 감안하면 문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높은 지지율로 시작한 것을 알 수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보수에 대한 오명으로 인해 보수 유권자들의 여론조사 참여가 매우 저조했던 것이 가장 합리적인 해석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국 유권자 지형상 대선 득표율이 41.1% 정도였던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80%에 육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진다. 이유가 무엇이든 문 대통령은 역대 최고 의 지지율로 임기를 시작한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볼 수 있다.

 

‘허니문’ 시기 이후 문 대통령 지지율은 다른 대통령들과 마찬가지로 하락 국면으로 진입했다. 본격적으로 현 정부의 인사 및 기본 정책 방향 등이 나오면서 ‘이탈층’이 발생하기 시작한 시기다. ‘제1차 하락기’로 볼 수 있으며, 2017년 7월 1주 차 정도부터 2018년 4월 1주 차 정도까지 지속 되었다. 이 시기 문 대통령은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 되겠다던 약속과 달리 인사 등에서 시민단체, 운동권 인사들과 특정인의 ‘라인’에 해당하는 인물들을 대거 청와대 핵심 포스트와 정부 부처장에 기용하면서 ‘코드 인사’ 논란이 있었던 시기다. ‘코드 인사’ 논란은 결국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 사례에서 언급했던 ‘독선’의 한 형태로 볼 수 있으며 많은 대통령에게서 목격되는 현상이다.

 

 

 

이러한 1차 하락기를 거친 후 2018년 4월 첫째 주를 기점으로 문 대통령 지지율에는 ‘제1차 반등기’가 찾아왔다. 제1차 반등기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두 가지로 분석될 수 있다. 우선 당시 1, 2차 남북 정상회담이 열 려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던 점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가 장 중요한 원인은 6.13 지방선거에의 압승으로 인한 일종의 ‘랠리 효과(Rally Effect)’ 발현으로 볼수 있다. 당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무소속이 각각 14 대 2 대 1이라는 결과표를 받아들어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급속히 상승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러한 두 가지 외 부적인 요인들로 인해 2차 하락기 이후 반등기가 찾아오는 행운을 누린 것으로 보인다.

 

이 ‘제1차 반등기’는 반짝 반등에 그치고 말았다. 지방선거 승리 직후인 2018년 6월 3주 차 이후부터 ‘2차 지지율 하락기’가 시작되었다. 몇 번의 조정기를 거치긴 했지만 결국 같은 해 12월 1주 차에는 처음으로 50% 선이 붕괴되었다. 불과 임기 1년 반 만에 일어난 일로 한때 80% 지지율을 넘보던 것을 감안하면 지지율의 덧없음을 보여준다. 이는 문 대통령 지지층이 강성 지지층으로 축소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2차 하락기는 문 대통령 지지율이 가장 많이 하락한 시기로 ‘제1차 반등기’ 최고점인 79.4%(5월 첫째 주) 대비 무려 30%포인트가량이 하락했다. 6.13 지방 선거에서의 압승 이후 불과 2주일 만에 완벽하게 달라진 여론 분위기를 알 수 있다. 이 시기는 문 정부 출범 당시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 한 100대 국정 과제의 핵심인 ‘적폐 청산’의 대표적 정책들을 쏟아냈던 시기로 볼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대통령은 ‘개혁’이라고 생각했던 ‘적폐 청산’ 관련 정책을 쏟아내는 동안 문 대통령 자신의 지지율도 동반 하 락한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결국 지방선거의 승리감에 도취한 문 정부가 1차 하락기와 마찬가지로 지지층 위주의 독선적 정책을 펴다 6.13 지방 선거 승리의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2차 하락기 이후 2018년 12월 1주 차부터 2020년 3월 2주 차 정도까지 1년 반 가까이 일종의 ‘보합기’가 지속되었다. 이 시기는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이 굳건한 지지를 보인 시기로 볼 수 있다. 특히 조국 법무부장관 지명으로 촉발된 각종 논란에도 지지율 최저점이 43%(2019년 9월 3주 차) 정도였고 40~50% 초반대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이는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철회하지 않고 버티는 무리한 인사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지지층이 버텨준 결과로 해석이 가능하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즉 정치적 양극단화가 극심해진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상대적으로 낮게 시작했으나 더이상 추가 하락은 없이 꾸준히 40% 초반대의 지지율을 임기 내내 유지했던 것과 비슷한 경향이다.

 

이후 문 대통령에게 ‘제2차 반등’의 기회가 찾아왔다. 코로나19로 인한 세계적인 팬데믹 초반기에 비교적 성공적인 방역과 재난지원금 지급 등으로 지지율이 급반등하였다. 또 이 여세를 몰아 2020년 4월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일시적으로 60%대 지지율을 회복하였다. 야당이 지리멸렬한 상황인 점도 문 대통령 지지율 반등에 한몫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임기 후반부로 접어든 상황에서 60%대 지지율을 회복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라 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제2차 반등기’ 역시 오래 지속되지는 못했다. 2020년 6월 4주 차를 기점으로 하여 지지율이 대폭 하락하는 ‘제3차 하락기’가 시작된다. 이 시기는 검찰 개혁을 둘러싼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의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급속한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조국 법무부장관 지명자가 물러나면서 법무부장관 자리에 오른 추이매 장관과 검찰 간의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친정부 성향의 검사들마저도 추 장관에게 공개 반발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 시점 이후 문 대통령 지지율 이 하락하기 시작하여 30% 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이 3차 하락기도 추미애 장관으로 대변되는 ‘독선’의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번 분석에 활용된 데이터가 2021년 4월까지만 포함하고 있어 새로운 전환점으로 잡혀 나오지는 않았으나 ‘부동산 적폐’를 겨냥한 각종 규제를 쏟아내던 와중에 터진 ‘LH 사태’가 새로운 하락기를 촉발했던 것으로 보인다. 본 분석의 마지막 부분에 급격한 하락이 눈에 띈다. 김현미 국토부장관의 부동산 정책 사수가 지지율 하락의 또 다른 ‘변환점’이 되었던 것으로 보이나 향후 대선을 앞두고 다시 양 진영이 결속하면서 현재 문 대통령 지지율은 다시 30% 중후반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요약하면 문 대통령 지지율은 약 70~80%에서 시작하여 몇 번의 하락 기와 반등기를 거쳤으나 궁극적으로는 30% 중후반대로 수렴하여 다른 대통령들과 마찬가지로 지지율 하락의 법칙을 벗어나지는 못했다. 문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촉발한 사안들은 임기 초반에는 ‘코드 인사’로 분류될 수 있는 인물들의 등용으로 ‘허니문 기간’ 이후 상당히 급격한 지지율 하락이 있었다. 이후 평창 동계 올림픽을 전후하여 북한과의 화해 무드가 조성되고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서 급상승했던 시기도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지방선거 압승 이후 급속하게 지지율 하락이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이때는 지방선거 압승으로 자신감이 충만하여 각종 ‘적폐 청산’에 몰입하던 시기다. 즉 과거 정부를 향한 ‘적폐 청산’ 관련 정책을 쏟아내는 동안 문 대통령 지지율도 동반 하락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조국 법무부장 관 임명자와 관련한 각종 의혹들에도 좀처럼 추가 하락하지 않던 문 대통령 지지율이 추미애 장관의 ‘검찰 개혁’ 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잡음으로 인해 하락세로 다시 돌아섰다. 이후 김현미 장관의 고집스런 부동산 정책으로 하락세가 이어졌다. 즉 추미애 장관의 검찰 개혁, 김현미 장관의 부동산 정책 등이 지지율 하락을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 요약하면 ‘코드 인사’, ‘적폐 청산’, ‘검찰 개혁’, ‘부동산’ 등 집토끼들에게 어필하는 ‘독선’의 정책들이 지지율 하락을 촉발한 계기였다.

 

6. 독선을 버리고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라

 

많은 전직 대통령들이 나름대로 업적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역사적 평가는 그리 호의적이지 못하다. 긍정적 유산을 남기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역사적 유산으로 기억될 만한 업적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신이 정한 국정 목표, 해당 정권에 주어진 역사적 과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핵심 정책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어떻게 가능할까?

 

정당 보스들이 모두 사라진 정치 환경에서 ‘대중 속으로 전략’이 정치 엘리트들 간에 관계를 맺는 기본적인 문법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과거 3김과 같은 존재감을 가진 정당 내 보스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모든 국회의원과 정치인들은 독자적으로 대중에게 어필해야 하면서 당 지도부의 통제력은 과거보다 대폭 축소되었다. 이런 국회를 통해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 대통령 또한 대중의 지지를 기반으로 그들을 압박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 지지율 유지가 관건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대부분의 대통령들이 지지율 하락으로 국정 동력을 상실함으로써 과감하고 성공적인 정책 추진이 어려워지면서 역사적 유산으로 기억될 업적을 만들어내는 데 실패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미디어와 언론이다. 일반 유권자들은 정치에 대한 정보의 거의 전부를 언론과 미디어를 통해 접하기 때문이다. 반면 경제적 상황이 과거보다 많이 어려워진 언론사들도 대중의 반응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따라서 언론의 논조도 대통령 지지율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인기’ 있는 대통령에게 신랄한 비판을 하 는 것은 정치적으로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 된다. 역대 대통령들은 임기 초 ‘허니문 기간’을 제외하면 지속적으로 하락 하는 ‘지지율 하락의 법칙’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의 대통령들도 대부분 보이는 공통된 현상이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소수자들의 연합(Coalition of Minorities)’ 가설로 설명한다. 대통령 이 새로운 정책을 추진할 때마다 해당 정책에 반대하는 새로운 유권자들 의 집단이 축적되면서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한다고 보는 것이다.

 

대통령의 어떤 태도가 이런 현상을 가속화시킬까? 대통령의 ‘독선’이 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대통령들은 대통령 중심제의 특성상 임기 동안 만큼은 자신이 추구하는 모든 것을 하도록 허락받았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거의 절반의 유권자가 존재한다는 것은 잊어버리거나 그들을 적대시하는 오류를 범해 왔다.

 

이 글에서는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조사 전수를 분석하여 각 대통령의 지지율의 변환점을 식별해 냈다. 그 결과를 보면 두 대통령 모두 독선적 정치 행위나 정책 추진을 했을 때 지지율 하락 속도를 가속화하는 변환점이 되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2016년 공천 개입이라는 독선적 행동과 그에 따른 충격의 총선 패배가 급격한 지지율 하락을 촉발했다. 결국 그 여파로 태블릿 PC 사건이 일어나면서 탄핵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문 대통령도 여러 번의 지지율 반등 기회가 있었음에도 임기 초반 코드 인사, 적폐 청산,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검찰과의 갈등, 그리고 김현미 국토부장관의 부동산 정책 등이 지지율 하락을 촉발한 변환점들로 나타났다. 이들은 문 정부의 정책 중 대표적으로 독선적인 국정 운영 사례로 볼만한 사안들이었다. 그 결과 역대 최고의 지지율로 출발한 문 대통령도 ‘지지율 하락의 법칙’을 비껴가지는 못했다. 역사에 가정은 있을 수 없지만 2018년 지방선 거, 2020년 총선 승리로 대표되는 두 번의 ‘반등기’에 독선이 아닌 ‘국민 통합’의 행보를 보였다면 ‘지지율 하락의 법칙’을 깰 수도 있었을지 모른다. 대통령의 가장 큰 적은 바로 대통령 자신의 ‘독선’이라 할 것이다. ■

 

참고 문헌

 

Jackman, S. 2005. “Pooling the Polls over an Election Campaign.” Australian Journal of Political Science 40 (4). 499-517.

 

Gronke, P., and B. Newman. 2003. “FDR to Clinton, Mueller to ?: A Field Essay on Presidential Approval.” Political Research Quarterly 56: 501-512.

 

Kernell, S. 2007. Going Public: New Strategies of Presidential Leadership. 4th ed. Washington, DC: CQ Press.

 

Killick R, Eckley IA, Jonathan P, Ewans K 2010. “Detection of Changes in the Characteristics of Oceanographic Time-Series using Statistical Change Point Analysis.” Ocean Engineering. 37(13), 1120?1126.

 


 

[1]우선 세월호 참사가 박 전 대통령 지지율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그러나 본 분석에는 여심위 등록 조사들만을 대상으로 하였기 때문에 이 기간에 대한 데이터는 존재하지 않는다.

 


 

저자: 한규섭_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 (Stanford University) 에서 언론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으며, 서울대학교 빅데이터 연구원 인문사회부 부부장, 서울대학교 협력부처장, 캘리포니아 대학교 로스엔젤레스 (UCLA) 교수 등을 역임하였다. 주요 연구분야는 정치커뮤니케이션이다. 최근 편저에는 “Economic and Cultural Drivers of Support for Immigrants.” (2019), "빅데이터로 보는 한국 정치 트렌드" (2016, 공저), “The Influence of “Social Viewing” on Televised Debate Viewers’ Political Judgment”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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