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최근 정치개혁에 관한 사회적 열망은 직선제 개헌을 위해 소외시켰던 다양한 제도적 측면을 재고하자는 것이다. 특히 행정부와 입법부의 권한과 책임을 규율하는 제도적 개혁이 시급하다. 대통령제임에도 불구하고 권력분립에 따라 의회와 행정부가 상호 견제하는 행태를 찾아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국 정부 운영의 내각제적 요소가 정부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필요성 때문에 수용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행정부와 입법부 긴 협치를 발전시킬 수 있는 제도적 개혁이 필요하다. 특히 예산결정 과정에 초점을 맞춰 국회는 행정부가 편성하는 예산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해야 할 뿐 아니라 편성된 예산을 효과적으로 심의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어야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회가 예산편성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제도적 개혁과 편성된 예산에 관해 실질적인 심의가 이루어질 수 있는 정보환경의 구축이 필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한국의 예산결정 과정의 특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예산결정 과정은 행정부가 과도한 권한을 지니는 반면, 입법부는 행정부에 대한 견제 및 통제의 기능이 미약할 뿐 아니라 동시에 입법에 대한 책임을 과중하게 지니고 있다. 그리고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의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하는 미국과 영국의 예산결정 과정을 한국 사례와 비교함으로써 한국 국회와 행정부가 지닌 책임과 권한의 불균등 현상을 지적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몇 가지 원리적, 제도적 제언을 제시하면서 결론을 대신한다.

 

 


 

 

본문

 

“한국의 예산안 편성과 심의과정은 행정부와 국회 사이에 독립적이며, 상호 협치 또는 소통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예산결정 과정을 보여준다. 또한 국회가 예산의 편성에 참여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아래에서 자세히 알아보겠지만 심의과정에서 역시 실질적인 예산안의 개정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충분하지 않다. 그 결과 자원의 비효율적 분배뿐만 아니라 행정부와 국회가 예산결정에 지닌 책임과 권한 역시 불평등하다는 문제를 낳고 있다.”

 

“한국의 예산결정 과정은 행정부가 과도한 권한을 지닌 반면, 예산 실패의 책임에서 면제되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와 대조적으로 국회는 예산 실패에 대한 책임은 과도하게 지는 반면, 예산편성에 관한 권한은 미약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제도적 특성이 실제 예산결정 과정에서 그대로 발현되고 있는 것인가? 국회가 행정부를 견제하거나 예산편성 과정에서 행정부와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예산안의 변경과정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아닌가? 여기서는 구체적이고 경험적인 자료를 중심으로 예산결정에 관한 책임과 권한의 불균등 분배 현상을 보여주고자 한다.”

 

“한국 국회는 예산결정 과정에서 과도한 책임을 지고 있는 반면 권한이 약하다. 반면, 정부주도의 구시대적 예산편성 방식이 그대로 답습되고 있는 상황에서 행정부의 예산편성 권한은 전혀 통제되거나 견제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점을 지닌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는 현재 제도적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실제 운영되는 과정 전반에 걸쳐 관찰되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 국민이 직접 선거를 통통해 선출한 대표기관인 국회는 유권자의 신뢰가 낮은 기구로 전락하고, 행정부는 국회와의 긴밀한 협조 없이 예산안을 마련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차기 대통령이 이와 같이 예산결정과 관련하여 행정부와 입법부가 지닌 책임과 권한의 불균등 현상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은 필연적이다. 그리고 한국 사회의 미래 제도가 나아갈 방향성, 원리, 원칙에 대한 국민적 합의에 기초하여 개선방향을 논의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예산결정에 대한 당정협의회가 효과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째, 당정협의회의 구성이 여당뿐만 아니라 야당 의원들의 참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개정되어야 한다. 이는 당정협의회가 집권여당을 행정부의 정책집행에 동원하고 정부의 힘을 집중하기 위한 필요에 의해서 설립되었던 과거의 역사에서 벗어나 실질적으로 입법부와 행정부의 관계를 조율하는 협치를 성공시키는 기구로 재정립하기 위한 방안이다. 이와 같은 당정협의회의 운영은 입법부와 행정부뿐만 아니라 여당과 야당이 예산편성의 과정에서부터 의견을 조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성공적으로 운영될 경우 예산결정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둘째, 당정협의회의 개최를 일정 빈도에 제한하지 말고 당정협의를 위한 소통 채널을 제도화하고 수시로 운영함으로써 당정협의회가 실질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행 매월 1회 개최의 원칙은 입법부와 행정부 간 협치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을 규정한 형식적 조항보다는 당정협의가 실제 운영될 수 있도록 참여자를 명확히 규정하고, 그러한 참여자가 항시 연락이 가능한 범위에 있도록 운영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예산결정과 관련하여 국회예산정책처의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예산안은 주요 경제지표에 대한 전망치 및 세입추계에 관한 예측에 근거한다. 이와 같은 주요 지표를 해석하고 그로부터 전망치를 산출해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국회 지원체제를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러한 정도의 독립적인 능력이 보장된 국회예산처가 이루어질 때 정부가 보고한 예산안에 대한 사전 심사 및 예측안과 실제 제출안과의 비교 검토 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예산안의 포괄성을 고려할 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분리, 독립시켜 각각의 위원회를 상설화할 필요가 있다. 통일 등 대내외 여건의 변화 가능성, 복지예산의 지속적인 증가 등에 대한 예상은 재정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게 한다. 또한 이에 따라 국회가 심의해야 할 예산액의 크기는 점증할 뿐만 아니라 미래 사회에 예산의 집행과 관련하여 더욱 복잡하고 기술적인 문제들이 야기될 가능성이 높다. 미래에 대한 이와 같은 예측은 추후 예산과 결산에 대한 국회의 기능이 더욱 강화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저자

한정훈_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University of Rochester에서 박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논저로는 “한국 유권자의 이념성향: 통일의 필요성 인식에 미치는 효과에 관한 사례분석,” “유럽의회 선거의 지지정당 결정과 범유럽적 요인: 영국의 사례를 중심으로,” “Party Politics and the Power to Report: Informational Efficiency in Bicameralism,” 등이 있다.

 

 

 

 

6대 프로젝트

민주주의와 정치혁신

세부사업

민주주의 협력

대통령의 성공조건

Related Publica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