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미중 경쟁 관계는 통화정책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통화금융 패권은 다른 국가들에게 경제질서와 제도를 직, 간접적으로 강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막강한 권력 수단이다. 이전까지 경제성장에 비해 낙후되어 있었던 중국의 금융 시장은 2007년 금융 위기 이후 전기를 맞았고 자본 및 채권시장에서도 중국의 약진은 괄목할 만하다. 물론 여전히 절대적인 규모에서는 미국 시장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성장세는 확연하다. 제도적인 차원에서도 위안화의 국제화를 위해 자본시장 개방과 금융자유화를 점진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브레튼우즈 체제의 잠재적 대항마로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신개발은행(NDB) 등의 설립을 주도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한 각국과의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을 이어가면서 양자 무역과 투자를 촉진하는 동시에 위안화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을 서서히 고조시켰고 (부분적으로는 그 결과로서) 위안화의 가치절상이 일어나면서 양국 간의 알력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환율조작국에 대한 강경한 조치가 거론되고 환율조작 우려국가에 대한 미국 재무부의 기준이 변화하는 등 중국에 대한 압박이 다시 커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막대한 대외부채 및 안보이슈에서 중국과의 협력 필요성, 그리고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100일 행동 계획"에 대한 중국의 동의 등을 고려할 때 트럼프의 공격적 수사가 그대로 실현될 가능성은 낮다. 그럼에도 물밑에서 격화되고 있는 이른바 '화폐전쟁'의 유탄이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이나 중국의 금융보복 등으로 한국을 위시한 주변국가에 떨어질 위험은 상존한다.

 

 

 

 

본문

 

"이런 역사적 경험을 볼 때, 앞으로 미중 통화금융 관계도 순탄하게 진행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금융통화 문제는 경제적 문제인 동시에 안보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 발간된 전략보고서에서도 지경학(geoeconomics)이 점점 더 강조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NSC 2010; Blackwill and Harris 2016; Shatz 2016). 이런 맥락에서 미중 패권 경쟁에서 중요한 세계 질서의 6가지 구성요소들 중 첫 번째가 ‘세계통화체제를 규제하는 UN-브레튼우즈 체제, 규칙, 제도 및 절차’라는 평가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Swaine et al 2013, 175). 중국 역시 금융통화 문제를 경제적 시각으로만 보고 있지는 않다. 중국은 경제외교를 통해 세계금융통화체제에서 ‘적응자’(適應者)로 남기 보다는 ‘구도건설자’(構建者)가 되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Reilly 2013; Heath 2016; Zha 2106; Dargnat 2016). 새로운 국제금융기구들의 설립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은 중국의 궁극적인 목적이 현상유지가 아니라 ‘대항 패권’(counter hegemony)을 형성하는 데에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Ikenberry and Lim 2017)."

 

" 위안화 국제화의 목표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세계통화금융질서에서 중국이 가지고 있는 경제 규모에 걸맞은 위상과 영향력을 제고시키는 것이다. 둘째, 외환거래의 증가에 수반되는 환율의 변동폭을 축소함으로써 환위험을 감축하는 것이다. 셋째, 기축 통화국으로서 외환보유고를 감축하는 동시에 화폐주조차익(seiniorage)을 영유하는 것이다(Frankel 2012). "

 

"그런데 미국의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에 대해 중국은 1985년 일본이 당한 플라자 합의(Plaza Accord)와 같은 조치를 예방하기 위해 환율제도 및 금융제도 개혁을 통해 위안화를 점진적으로 평가절상 시켜왔다(Kuroda 2004). 그렇다고 해서 중국이 세계경제 불균형의 책임을 자인한 것은 아니다. 중국은 불균형의 책임을 전가하려는 미국을 반박하였다. 첫째, 중국은 1997년 동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위안화를 평가절하하지 않음으로써 위기 극복에 기여했다. 둘째, 위안화 절상으로 인한 수출경쟁력 약화를 막기 위해 수출세 환급 조치를 취했다는 주장의 근거가 부족하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가 줄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무역적자를 중국의 책임이라고 보는 것은 부당하다(Bowles and Wang 2006)."

 

" 미국은 중국의 반박에 대해 ‘점잖은 무시’라는 태도를 취하였다. 실제로 미국이 1980년대 중반 일본에게 플라자 합의를 강요한 것과 같은 강압적 방법을 중국에 사용하지는 않았다(McKinnon and Liu 2013; Frankel 2015; 김기수 2015).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표 7]에서 알 수 있듯이, 중국이 무역 흑자의 1/5 정도를 미국 자본시장에 재투자함으로써 미국이 금리를 낮게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었다는데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무역적자를 통한 자본 유출이 채권 구매를 통해 자본 유입으로 돌아오는 선순환 구조― 차이메리카(Chimerica)나 공동의존(codependency)―에 불만을 가질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Ferguson and Schularick 2007; Hung 2013; Roach 2014; Galantucci 2015)."

 

" 2015년 중반 주식시장의 폭락은 중국 금융의 발전이 단선적인 과정이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이 사건의 후폭풍이 채 가시기도 전인 8월 중국인민은행이 도입한 시장친화적인 환율 제도는 통화전쟁의 불씨를 다시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전일 시장의 거래 종가를 매매기준율에 반영하는 이 제도는 위안화 국제화에 필수적인 금융자유화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이 제도의 도입 이후 위안화 환율이 지속적으로 평가절하되었기 때문에 미국으로부터 또 다른 형태의 통화전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Morrison 2015b, 50)." 

 

 

 

 

저자

 

아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영국 London School of Economics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연구분야는 국제정치경제와 기업•국가 관계이다. 저서로는 《국제정치학 방법론의 다원성》(2014), 《국제기구와 경제협력.개발》(2015), 《국제기구와 환경.농업.식량》(2015), 《국제기구와 과학.기술 협력》(2015), 《복합세계정치론》(2012, 이상 공저) 등이 있으며 주요 논문으로는 〈세계금융위기 이후 경제학의 위기 - 국제정치경제학에 주는 함의〉 (2012, 국제정치논총), 〈수렴과 다양성의 이분법을 넘어〉 (국가전략, 2012) “Pulling South Korea away from China's Obit: The Strategic Implications of the Korea-US Free Trade Agreement ”(Journal of East Asian Affairs, 2007) 등이 있다.

 

 

 

6대 프로젝트

무역ㆍ기술ㆍ에너지 질서의 미래

미중관계와 한국

세부사업

중국의 미래 성장과 아태 신문명 건축

국가안보패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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