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정치국제학과 교수.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미국 미시건대학교(University of Michigan, Ann Arbor)에서 미국정치를 전공으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요 연구분야는 미국정치발전, 미국외교, 미국과 한국의 정치제도 및 과정 등이다. 최근 연구로는 《기후변화 대처와 미국 패권의 딜레마: 국제적 공공재 창출에 대한 국내적 저항》,“미국 의료보험 개혁법안의 최종 통과과정: 하원의 자동실행규칙의 폐기와 오바마 행정 명령의 선택,” “미국정치의 집단적 사회운동으로서 티파티 운동 참여자의 성격과 구성” 등이 있다.

 

 


 

 

I. 서론

 

중국의 미래발전양상과 미국과 중국 간의 관계만큼 일반인과 학자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지역적 혹은 국제정치적 현상은 아마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1970년대 후반 개혁과 개방 이후 세계의 어느 지역보다도 빠른 속도로 경제성장을 이룩해 왔으며, 이러한 축적된 경제력을 배경으로 군사대국으로의 비상을 함께 도모하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에 필적하는 강대국으로 부상하기에 이르렀다. 반면 2000년대 초반 이후 약 10년 동안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두 개의 전쟁을 치르느라 국력을 소모한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엄청난 규모의 재정적자와 국내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2000년대 판 미국 쇠퇴론을 다시 경험하기에 이르렀다. 미국의 상대적 위상 약화와 중국의 급속한 부상은 중국의 미래 및 미중관계의 향후 진로와 관련하여 다양한 질문을 던지기에 충분한 세계사적 현상으로 대두되고 있다.


과연 중국은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할 것인가? 과연 중국의 경제적, 군사적 성장은 주변국가의 안보와 번영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것인가? 중국의 경제성장은 정치적 자유화와 민주화로 귀결될 것인가? 미국과 중국이라는 주요 강대국 간의 관계는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귀결될 것인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양국은 결국 군사적 대결을 경험할 수밖에 없을 것인가, 아니면 비군사적 형태의 긴장 속에서 타협을 통해서 갈등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인가? 양국 간 다양한 차원의 상호협력에 대한 절박한 필요성은 이러한 갈등을 회피하는 방패가 되어 줄 것인가? 이러한 질문들은 중국의 미래를 예측하거나 미중관계의 전개양상을 관찰하고 그 패턴에서 전략이나 교훈을 얻으려는 식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질문에 대해서 이미 지난 20여년 간 다양한 답변들이 제시되어 왔다. 기존의 강대국이 신흥 강대국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한 연구(Levy 1987; Mearsheimer 2001; Schweller 1994; Schweller 1999),  중국의 경제적, 군사적 성장에 대한 미국의 현실주의적인 관점 및 이에 근거한 미중관계의 분석(Friedberg 2002, 2011; Mearsheimer 2001; Tellis 2013), 중국위협론의 맹점에 대한 지적과 지속적인 관여의 필요성에 대한 주장(Lieberthal 2001; Lampton 1996; Roy 1996), 중국부상에 대한 포괄적 분석과 특히 세력전이 이론으로 미중관계를 파악하는 경향의 문제점(Ross and Zhu 2008; Levy 2008), 미중관계는 특정한 경로를 걷는 것으로 결정되어 있다기보다는 협력과 갈등 속에서 양국의 상호 관리와 조정 여부에 달려 있다는 의견(Shambaugh 2002, 2013) 등 다양한 관점과 해석들이 등장하면서 중국의 미래와 미중관계의 향후 전망에 관한 연구가 당대의 문제의식 속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논의들은 저술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미중관계를 분석하고 진단했다는 점에서 다양할 수 있겠으나, 이러한 논의의 근본적인 동인은 빠르게 부상하는 중국의 경제력과 이를 바탕으로 하는 군사력이 탈냉전 이후 미국이 주도해 온 단극체제에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키면서 새로운 국제적 세력배분현상을 가져오고 있다는 사실이라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러한 미중관계의 미래상에 대한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볼 때, 2009년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미중관계 전개양상의 특성에 대한 연구는 상당히 흥미로운 연구과제로 등장한다. 빠르게 부상하는 중국을 맞아 국제적 세력배분의 측면에서 상대적인 패권쇠퇴를 경험하고 있고 동시에 정치적으로 거버넌스의 문제와 경제적으로 성장동력의 정체현상을 드러내고 있는 기존 강대국 미국이, 오바마 행정부 이래 꾸준히 추구한 아시아 중시정책의 내용은 무엇이며 이에 대한 중국의 반응은 어떠한 것인지는 상당한 관심거리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오바마 행정부가 추구한 다양한 이름의 대중국 정책—아시아 회귀, 아시아 재균형, 아시아 중시정책—이 어떻게 추진되었으며, 중국의 어떠한 반응에 직면하였고, 이러한 반응에 미국이 다시 어떠한 조정 과정을 밟아 왔는지에 관한 연구는 부상하는 강대국과 기존 강대국 간의 관계가 일방의 승리와 패배가 아닌 장기간의 공존과 공영의 도정이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탐색적 분석으로서 매우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샴보(David Shambaugh)가 지적하듯이 양국 간의 관계가 점점 더 협력의 영역을 넓혀가기 보다는 갈등의 영역을 줄이도록 통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현실 속에서(Shambaugh 2013), 그가 편집한 저술의 제목이 시사하듯이  서로 “복잡하게 엮인 두 거인”(tangled titans)의 공존 패턴 가능성에 대한 모색은 매우 중요한 연구일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2009년 이후 오바마 행정부가 추구한 대중국 정책은 이러한 패턴 분석의 출발점으로서 충분한 연구 가치를 지니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에 따라서 이 글은 먼저 다음 장인 제II장에서 2009년 출범한 오바마 제1기 행정부의 중국정책을 개괄적으로 검토할 것이다. 제1절에서는 미국의 아시아 중시정책의 전개과정을 설명하면서 먼저 미국 최초의 아시아-태평양계 대통령임을 자임한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의 2009년 중국 방문 이후 미중관계의 전개상황과 그 이후의 양국간 갈등 상황이 소개될 것이다. 이어서 중국 인근의 해양도서 분쟁과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 속에서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 당시 국무부장관이 제기한 “아시아 지역 다자구도론”의 내용과 이후 2011년 후진타오 주석의 미국방문을 통해 양국 간의 갈등관계가 봉합되는 과정이 설명될 것이다. 제2절에서는 미국의 아시아 회귀론 등장배경과 중국이 제시하고 미국이 긍정적으로 화답한 “강대국 관계의 새로운 모델”의 내용에 대한 설명이 제시될 것이다.


이어서 오바마 제2기 행정부 초반부의 중국정책을 다루는 제III장에서는 먼저 제1절에서 제2기 오바마 외교안보팀 등장 이후 뉘앙스가 변한 미국의 아시아 회귀론과 그 원인이 간략히 검토될 것이다. 이어서 제2절에서는 2013년 중국의 신임 국가주석으로 등장한 시진핑(習近平: Xi Jinping)의 미국 방문 및 그 성과와 그가 주창한 신형대국관계론과 관련한 향후의 미중관계 전개 방향 등을 점검해 보고자 한다. 마지막 장인 결론에서는 지금까지의 논의를 정리하고 그 시사점을 검토해 보기로 한다.


II. 제1기 오바마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

 

중국과의 관계개선이 가져 올 전략적 이익에 일찍 눈을 뜬 닉슨(Richard Nixon) 대통령이 1972년 중국방문을 통해서 미중관계와 세계 권력구조에 큰 변화를 가져왔듯이, 오바마 대통령 역시 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이 불러 오고 있는 미중관계에 대한 변화 및 아시아와 세계의 권력구조 변화에 대한 잠재적 충격을 누구보다도 깊이 인식하고 있었다. 다만 미국은 다극화 구도가 시작되던 1970년대 초반만 해도 여전히 강력한 패권국가의 위치를 고수하고 있었으나, 2000년대 후반에 들어서는 국내경제의 장기침체와 이에 따른 높은 실업률과 성장동력 둔화 및 소위 중국의 급속한 군사, 경제적 성장을 포함한 “나머지 국가의 부상”으로 인해서 패권국가로서의 지위가 실질적으로 위협을 받는 지경에 처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환경적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이 질적으로 변화된 환경 속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글로벌 차원의 도전에 대한 시급한 대처가 미국의 일방적인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었다. 따라서 그는 미국이 관여하는 다자적인 틀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였으며,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얻어내고자 하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중 간의 양자적 협력관계를 넘어서는 효과적인 다자적인 틀을 구축해야 한다고 전망하고 있었고, 이러한 오바마 대통령의 생각은 이미 그가 대통령 출마를 가늠하고 있었던 시절부터 배태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Obama 2007).


2009년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백악관에 입성한 오바마 대통령은 이미 강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지위를 인정하면서, 이에 맞추어 미중관계를 조정해 나가기 시작하였다. 중국 역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현실적인 주도세력인 미국의 지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오바마 행정부 등장 이후 미중 양국 사이에는 “미국은 평화롭게 부상하면서 번영하는 중국을 환영한다”라는 입장과, “중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미국을 지지한다”라는 입장이 상호 조응하기에 이르렀고, 양국관계는 다양한 갈등에도 불구하고 상호협력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이러한 전반적인 양국 간 상호인정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중국에 대해서 강대국의 지위에 걸맞은 “책임 있는 이해당사자”가 되어줄 것을 꾸준히 주문해왔다. 이미 강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이 시기와 사안에 따라서 강대국과 개도국의 지위를 오가는 “선별적인 이해당사자”가 되어서는 안 되며, “전폭적인 이해당사자”로 행동할 것을 미국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상기시켰다. 이와 함께 미국은 중국의 행위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규범과 규칙에 따를 것을 주문하였다. 이러한 미국의 입장과 여기에서 파생하는 양국 간 긴장은 오바마 제1기 행정부 4년 내내 양국 간 갈등의 요인이 된 중국 인근의 해양영토 분쟁, 중국 인권문제, 그리고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 등의 문제에서 더욱 강하게 부각되었다.


전반적으로 볼 때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중국은 양국관계를 위해서는 물론 아시아-태평양 지역 및 글로벌한 차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협력할 수밖에 없는 관계로 발전했고, 이러한 관계발전은 후일 부상 강대국과 기존 강대국 관계를 새로 정립하는 “강대국 관계의 새로운 모델론” 혹은 “신형대국관계론”이 태동하는 배경이 되었다. 그러나 필연적인 분쟁 없이 공존할 수 있다는 양국의 공약에도 불구하고, 양국관계는 미국이 강조하는 “책임 있는 이해당사자”와 “국제적 규칙준수,” 그리고 중국이 주장하는 “핵심이익의 존중” 등을 둘러싸고 여전히 긴장 속에서 전개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긴장관계와 갈등이 격화될 경우 양국 관계는 상당한 냉각국면에 접어드는 경향을 보였고, 반면 정상회담 등의 고위급 회담을 통해서 긴장이 해소되고 갈등이 봉합되면서 새로운 우호협력관계 국면이 전개되기도 하였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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