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부교수. 신성호 교수는 미국 터프츠 대학(Tufts University) 플레쳐 스쿨(Fletcher School)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미 국방부 아태안보연구소 (APCSS) 연구교수, 미국 부르킹스연구소 동북아연구소 객원연구원, 워싱턴 동서연구소(East-West Center) 객원연구원 등을 역임하였다. 연구관심은 동아시아 안보와 국가전략, 한미동맹과 한반도, 인구변화와 동북아 국제정치 등이다. 최근 논문으로는 “Nuclear Sovereignty vs Nuclear Security: Renewing the ROK-US Atomic Energy Agreement,” “Demographic Peace: Rapid Aging and Its Implication for Northeast Asian Arms Rivalry,” “The ROK-US Alliance in the 21st Century: A Smart Alliance in the Age of Complexity,”《핵 테러에 대한 두 가지 접근 : 부시와 오바마》등이 있다.

 

 


 

 

I. 서론

 

중국의 부상으로 인해 동북아시아의 안보 역학관계에 대한 국제정치학적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현실주의자들은 동북아시아 국가들이 성장하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국방 역량을 증가시킴에 따라 안보 딜레마에 빠지면서 경쟁구도가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Friedberg 1993-94; Betts 1993-94; Buzan and Segal 1994; Duffield 2003; Christensen 1999; Wu 2005-06). 특히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의 부상은 결국 미중간의 패권경쟁과 이 지역에서의 군사대결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Mearsheimer 2001). 실제 지난 시기 동북아 지역 내 국방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특히 중국의 국방비 증가는 두 자리 수를 기록하며 과거 10년간 빠른 군사력의 성장을 보였다. 중국은 2010년 명실상부한 세계2위의 경제대국이 되기 이전인 2005년에 이미 미국의 뒤를 이어 세계 2위의 국방비 대국이 되었다. 한국은 세계 15위라는 경제규모에 규모에 맞게 지난 10년간 괄목할만한 국방비 증가를 기록하여 세계 12위에 올랐다(SIPRI 2010). 일본의 국방비는 1970년대 중반 이후 국내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 GDP)의 1퍼센트 유지라는 정책 속에서도, 그 동안 지속적으로 성장해온 경제 규모를 반영하여 그 절대액수가 세계 5위를 기록하고 있다(SIPRI 2010). 동북아의 군비경쟁은 북한의 핵개발, 한일, 한중 간 역사 및 영토 분쟁, 대만을 둘러싼 정치적 긴장, 민족주의의 증가 등 고질적인 정치, 군사적 문제들에 의해 더욱 증폭되는 경향을 보인다(Christensen 2011; Rozman and Lee 2006, 761-784; Matthews 2003).

 

그러나 한편으로는 동북아시아의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이 지역에서 나타나는 강대국 간의 견제, 국가 간 분쟁과 불신, 정치적 대립에도 불구하고 자유주의자들은 경제적 상호의존의 증가, 다자 기구의 확산과 활성화, 사회 문화 교류 증가, 민주주의의 확산을 통한 지역 내 협력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Pempel 2005; Kurlantzixk 2007; Katzenstein 2005; Katzenstein and Shiraishi 2006). 또한, 일부 구성주의자들은 동아시아 특유의 전통과 문화로 인해 중국의 부상이 서구의 경우와는 달리 지역국가들과 조화로운 관계 속에 진행될 것이며, 권력 이양이 생각보다 평화롭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한다(Kang 2003; 2004; Berger 2003, 387-420). 하지만 자유주의나 구성주의자들의 주장은 현실주의 주장을 전면적으로 반박하고 있지는 못하다. 현실주의는 동북아시아의 군비경쟁이 여전히 증가하는 이유를 묻고 있다. 동북아의 군비경쟁은 과거 유럽 강대국 간 경쟁과 힘의 정치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주류 국제정치이론의 세 가지 주요 요소인 힘, 제도, 이념은 동북아시아의 지정학적 경쟁과 협력을 설명하고 미래를 예측하는데 여전히 중요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론의 토대가 되는 현실은 항상 변화를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북아시아의 미래에 영향을 줄 다른 변수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Suh, Katzenstein and Carlson 2004, 1-33; Acharya 2008, 57-82). 21세기 국제정치는 국가를 넘어선 개인이나 민간단체, 다국적 기업, 국제기구 등이 중요한 행위자로 등장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를 비롯한 급격한 환경변화나 빈곤과 기아, 지구적 질병 문제는 국가간 전쟁보다 더욱 큰 재앙을 초래하는 국제정치의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국가간 관계도 이제 보다 복잡 다양한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된 것이다. 그 중에서 근대 이후 급속히 진행되어온 인구변화는 한 국가의 내부 사회뿐 아니라 국가간 지정학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일부 국제정치학자들이 최근 미국을 포함한 주요 강대국에서 일어나는 급속한 인구변화가 이들 국가간의 세력균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요소중의 하나로 주목하고 있다. 니콜라스 에버스타트(Nicholas Eberstadt)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급격한 출산저하와 인구의 노령화라는 현상이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속도로 진행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러한 인구변화는 이들 국가의 경제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근본요인으로 작용하며 국력의 장기적인 쇠퇴를 가져온다. 문제는 이러한 인구 감소 및 노령화로 인한 효과가 일정기간 잠복기를 거쳐 갑자기 드러나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더욱이 이러한 문제가 드러날 시점에서 이를 다시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 결과적으로 현재 급속히 진행되는 인구변화는 국제정치에서 주요 강대국간의 세력 전이를 결정짓는 새로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Eberstadt 2010, 58-67; 2003). 하스(Mark L. Haas)는 고령화되는 인구구조가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강대국 간의 군사 경쟁을 완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현재 미국과 유럽, 중국 등 급속한 인구 고령화를 경험하고 있다. ‘글로벌 고령화’(global aging)이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미국을 비롯한 주요 강대국 간의 평화로운 관계를 지속시키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된다(Haas 2007, 112-117).

 

동북아는 그 어느 지역보다 급속한 인구구조의 변화를 겪고 있다. 동북아의 급속한 노령화는 각 국가의 정치, 경제, 사회뿐 아니라 이들간의 관계, 특히 지정학적 경쟁과 군비증가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본 연구는 한중일 삼국의 고령화 추세가 동북아시아의 군비경쟁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인구감소와 경제활동 인구의 위축은 이들 국가의 경제성장을 둔화 시킬 뿐 아니라 복지비의 급속한 증가를 초래할 수 밖에 없다. 경제성장의 둔화와 복지비의 증가라는 두 현상은 서로 상승작용을 통해 국가 재정에 심각한 압박요인을 초래할 것이다. 이는 결국 다른 재정지출 특히 군사비 지출과 증가에 중요한 제약요인이 될 것이다. 동북아의 군비경쟁이 인구변화에 의해 둔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동북아시아의 경우 민주평화(democratic peace)가 아닌 인구평화 (demographic peace)의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다.

 

II. 동북아시아의 급격한 고령화와 인구감소

 

1. 동북아시아의 급격한 고령화

 

인구의 고령화는 출산율 저하와 기대수명의 연장으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동북아시아에서는 이 두 가지 현상이 동시적으로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한중일의 인구변화를 영국, 프랑스, 독일의 그것과 비교하면 이 지역의 저출산과 노령화의 심각성을 잘 알 수 있다. [표 1]의 경우 동북아 삼국의 출산율 저하가 이미 오래 전부터 심각하게 진행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일본은 이미 1950년대에 인구 유지를 위한 필수 출산율인 2.1을 하회했으며 한국 역시 1980년대부터 출산율 저하 현상을 겪고 있다. 그 결과 한일 양국은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중국도 ‘한 자녀 정책’으로 인해 영국과 프랑스보다 낮은 출산율을 보인다 .

 

[표 1] 국가별 출산율

 

출처: 유엔, 세계인구전망 (United Nations, World Population Prospects): The 2008 Revision Population Database

(New York: United Nations, 2008), http://esa.un.org/unpp/index.asp?panel=2, select variant: medium

 

반면 동북아시아 국가들의 괄목할만한 경제 발전은 이들 사회의 평균수명이 급속히 증가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표 2]에 의하면 한국, 일본, 중국의 기대 수명이 유럽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표 2] 국가별 기대수명(남녀 모두)

 

출처: United Nations, World Population Prospects: The 2008 Revision Population Database

(New York: United Nations, 2008), http://esa.un.org/unpp/index.asp?panel=2, select variant: medium

 

저출산과 기대수명의 빠른 증가 현상은 종합적으로 한중일에 65세 이상의 고령인구가 급속히 증가하는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표 3]은 각 국가별로 인구 구조의 변화를 보여준다. 일본이 1950년대부터 1970년대 사이에 인구의 7퍼센트 이상이 65세 노령인구가 차지하는 ‘고령화 사회’로 전환된 반면, 한국과 중국은 각각 2000년과 2001년에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다 . 일본은 2011년에 인구의 23퍼센트가 65세 이상 노령인구로 구성되면서 21퍼센트 이상으로 구분되는 초고령 사회를 넘어 비교대상 국가 중에서 가장 고령화된 국가가 되었다(Japan Ministry of Internal Affairs and Communication 2011). 2025년에는 한국의 고령화가 영국과 프랑스를 따라잡으며 ‘초고령 사회’가 될 것이고, 중국은 인구의 13.4퍼센트가 고령인구로 구성될 것이다. 2050년에는 일본과 한국이 지구상에서 가장 고령화된 국가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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