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봉교

동덕여자대학교 중어중국학과 교수(중국경제, 중국금융 담당). 서울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삼성금융연구소 해외사업연구팀 수석연구원(중국금융 담당), LG 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중국 경제 담당)을 역임하였다.

 

이동률

동덕여자대학교 중어중국학과 교수. 1996년 중국 북경대학교 국제관계학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대중국학회 편집위원장을 역임했으며 동아시아연구원 중국연구패널위원장을 맡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중국 대외관계, 중국 소수민족, 중국의 민족주의 등이다. 최근 연구로는 “China’s policy and influence on the North Korea nuclear issue: denuclearization and/or stabil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중국 미래를 말하다》(편저), 《중국외교연구의 새로운 영역》(공저), 《중국의 영토분쟁》(공저), “중국 정부의 티베트에 대한 중국화 전략: 현황과 함의” 등이 있다.

 

 


 

 

I. 서론

 

중국은 공산당 창당 100주년에 즈음한 2020년을 겨냥하여 “균형되고 조화로운 소강사회의 전면적 실현”을 국가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다. 중국이 이러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난 30여 년간 지속해 왔던 고도성장 기조를 유지해 가면서 동시에 개혁•개방 이후 누적된 ‘성공의 위기’들을 효과적으로 해결 또는 관리해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2012년 등장할 5세대 지도부는 이전과 달리 개혁 후기의 다양한 사회적 위기와 과제에 직면해 있다. 예컨대 이념적 취약성, 부정부패로 인한 정통성의 위기, 양극화 등으로 인한 사회통합의 위기, 에너지, 환경 문제 등으로 인한 성장 지속성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2011년 3월 열린 11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4차 회의에서 확정된 ‘12.5 규획’(規劃)에서는 이러한 국가적 과제가 구체적으로 상정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10년 중국이 초강대국으로 부상을 안정적으로 실현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국내 정치경제적 과제는 크게 3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첫째, 2012년과 2013에 걸쳐 진행될 5세대 정치엘리트로의 대대적인 세대교체가 안착할 수 있을지? 그리고 새롭게 구성될 5세대 정치엘리트는 이전 세대와는 체제 속성과 정책성향에서 어떠한 지속성과 변화를 보이게 될 것인지?

 

둘째, 중국이 향후 10년에도 서구식 정치개혁을 유보한 채 소위 “중국식 정치개혁”, “중국식 발전방식”을 통해 정치안정과 체제안정을 유지할 수 있을지? 서구적 시각에서 볼 때 중국이 지난 30년간 “정치개혁 없는 성장”이 지속된 것에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으며 향후 중국은 이 문제로 위기에 봉착하게 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셋째, ‘12.5 규획’에서 제시하고 있는 “인민생활 개선”과 “사회건설 강화”를 통해 지난 30여 년의 고도성장 과정에서 누적되어온 사회 양극화, 부정부패, 실업 등 불안정 문제를 해결 또는 관리하면서 균형성장을 실현해 갈수 있을지?

 

중국 체제의 지속과 안정 여부는 경제성장의 지속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의 고도성장이 지속되지 못할 경우 성장신화에 묻혀 있던 다양한 위기 요인들이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경제전반의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동시에 경제성장의 지속 여부는 상당부분 경제외적인 요소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 체제의 안정이 가장 중요한 변수이며 중국의 경우에는 특히 정치 엘리트들의 안정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전 세대와 마찬가지로 5세대 정치엘리트 역시 합의를 통한 정치 안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가 관건이 될 것이다. 요컨대 중국의 권력정치의 안정성과 균형성장은 상호 유기적 영향을 주면서 향후 중국 공산당체제의 안정성을 결정하는 주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II. 5세대 정치엘리트의 등장과 특징

 

1. 5세대 정치엘리트 등장 전망

 

덩샤오핑(鄧小平) 이후 중국의 권력교체, 특히 장쩌민(江泽民)에서 후진타오(胡錦濤)로의 권력이양이 그 어느 때 보다도 안정적으로 이루어지면서 큰 틀에서 정책의 연속성이 유지되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재 이미 권력의 중심에 진입해 있는 5세대 리더십으로의 권력교체는 큰 변동이 없이 예정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 특유의 권력교체가 정착되는 단계에 있다. 정치국 상무위원 9인 체제도 정착되고 있다. 16차 당 대회에서 7인에서 9인으로 증가하였고, 17차 당 대회에서도 9인 체제가 유지되면서 제도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그리고 시진핑(習近平)이 향후 2012년 가을 18차 당대회와 2013년 봄 12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각각 당 총서기와 국가주석으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진핑은 2002년 후진타오가 장쩌민을 승계하기 위해 밟아온 과정과 절차를 답습해가고 있다. 시진핑은 지난 2007년 10월 17차 당 대회에서 리커창(李克强)과 함께 9인의 정치국 상무위원 가운데 한 사람으로 선출된 데 이어서 2008년 11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국가부주석에 임명되었다. 그리고 2010년 10월 중국공산당 제17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에서 마침내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으로 선출됨으로써 그간의 논란을 잠재우며 5세대 최고 지도자로서의 입지를 보다 확고히 하게 되었다.

 

17차 당 대회에서는 권력승계와 관련 이전과는 다른 실험을 했다. 기존의 1인 낙점, 지명 방식에서 시진핑과 리커창의 2인 경쟁 구도로 변화한 것이다. 장쩌민과 후진타오 체제까지는 개혁개방 체제의 연장선상에 있고, 덩샤오핑에 의해 낙점된 후계체제였다. 새롭게 등장할 5세대 정치엘리트들은 계파간 타협의 결과 2인 경쟁구도로 귀결되고 있다. 향후 이들 서로 다른 정치적 배경과 성향을 지닌 2인이 총서기와 총리를 분담하는 투톱체제를 구성한다는 차원에서 중국 엘리트 정치에서 이례적인 시도이다.

 

5세대의 2인 경쟁체제가 새로운 시도이기는 하지만 이 역시 계파간 타협의 산물이라고 한다면 계파간 대립보다는 협의와 타협을 지향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시진핑의 개인적 리더십과 새로운 지도부의 성격 등을 고려할 때 후진타오 체제보다도 더 집단지도체제(collective leadership)의 성격이 뚜렷해질 가능성이 높다. 즉 정치국 상무위원 9인이 각각 책임영역을 분담하는 집단 지도체제가 보다 강화될 것이며, 따라서 정책결정이 특정개인이나 소수에 의해 독점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보다 복잡하지만 정교해질 가능성이 있다.

 

리청(Li Cheng)은 중국공산당내의 ‘태자당’(太子黨)과 ‘상해파’ 중심의 ‘엘리트그룹’(The Elitist)과 ‘공청단’(共靑團)출신 중심의 ‘대중그룹’(The Populists)의 두 개 파벌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Li 2010). 사실 중국 정치엘리트내의 파벌이 존재한다고 해도 이를 명확하게 구분 짓기는 쉽지 않다. 파벌간 대립과 갈등이 존재한다고 해도 이것이 표면화되는 경우는 드물다. 후진타오 체제에서도 파벌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지난 9년간 정책적 이견이 일부 노정되었을 뿐 파벌간 갈등이 심각하게 표출될 사례는 거의 없다.

 

요컨대 역설적이지만 중국의 정치 엘리트들은 국내의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들에 대한 위기 인식이 크면 클수록 정치엘리트 내부의 단합과 안정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 중동의 재스민 혁명 역시 중요한 자극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엘리트 내부의 안정화는 중국이 다양한 정치 사회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안정을 유지하는 가장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즉 분열은 위기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이는 덩샤오핑의 말을 인용한 후진타오의 발언에서도 엿볼 수 있다. 즉 “중국문제의 관건은 정치국, 특히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달려 있는데, 이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중국은 태산과 같이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新華網 2007). 이는 결국 중국 체제의 안정성은 엘리트 정치에 달려 있고, 엘리트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권력 승계이고, 권력승계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중국의 안정은 담보할 수 있다는 논리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역으로 권력 엘리트 내부에서 체제 유지에 대한 위기감과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음을 시사해주는 것이다. 권력 교체는 물론이고 정책적 이견으로 인한 내부 분열, 또는 갈등의 대외적 노출이 야기할 있는 위기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따라서 일단 정치엘리트들간의 내부 단합을 중요한 가치로 상정하고 있고, 혹시 내부적으로는 이견이 발생하더라도 이것이 외부로 표출되는 것은 자제할 가능성이 높다.

 

2012년 이후 예정대로 시진핑-리커창 체제가 구축된다면 외견상 과거 어느 체제보다도 이질성이 강한 조합이다. 그러나 현재의 추세로 볼 때 향후 10년이 중국 부상의 성패와 방향성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전략적 기회의 시기라는 데는 모두 동의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이러한 공통의 인식이 갈등을 봉합하고 조정하는 힘의 원천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정치 엘리트 집단 내에 공멸의 위기 공감대와 함께 공생의 기대 공감대도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후진타오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던 것이 ‘민생’ 이었고, ‘12차 5개년 경제발전규획’의 키워드 역시 민생 이었던 것으로 봐서 기본적으로 5세대 엘리트 역시 민생 정치를 지속해 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국의 정치 엘리트들이 현재 공산당이 직면한 시대적 요구와 위기의 소재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이러한 위기 공감대가 엘리트의 단결의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 5세대 정치엘리트의 특성과 정책 방향

 

중국 정치엘리트의 성격 변화는 중국 공산당의 체질 변화와 연동되어 진행되어왔기에 향후 중국의 정치변화를 전망하는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다. 공산당은 마오쩌둥(毛澤東) 시기 계급투쟁과 사회주의 혁명을 주도하던 혁명당에서 개혁기에는 개혁을 통해 발전을 추동하는 행정당으로 변화되었다. 그리고 이제 서서히 정치정당으로서의 변화가 예상되는 과도기적 과정에 진입하고 있다(鄭永年 2007, 32-41). 장쩌민 시기에 이른바 “삼개대표론”을 공식 지도사상으로 당장(黨章)에 새로이 포함시킨 것 자체가 바로 공산당이 기존의 계급정당에서 국민정당으로 그리고 혁명당에서 집권당으로의 변신이 불가피해진 현실을 반증해 주는 것이다.

 

당의 체질 변화와 함께 공산당 지배엘리트의 성격 또한 변화해 왔다. 마오쩌둥 시기에는 혁명가들이 지배엘리트였다면 덩샤오핑 시기와 장쩌민 시기에는 기술관료와 전문가들이 지배엘리트로 충원되었다. 정치정당으로의 변화가 진행되는 과도기에 위치한 후진타오 시기를 거쳐 새로이 등장하는 5세대의 정치엘리트들은 기존의 이공계통의 교육 배경을 지닌 기술관료와는 달리 인문사회계열의 교육을 받고 사회문제에 관심을 두는 정치가와 사회 관리자들로 충원되고 있다.

 

5세대 엘리트들은 대체로 건국 후 출생하여 10대에 문혁을 경험했고, 20대인 70년대 초중반, 즉 문혁 후기, 개혁개방을 모색하는 격동기에 공산당에 입당했다. 개혁개방과정을 통해 주로 지방정치무대에서 경제적 성과를 실현하여 입지를 강화하고 2007년(17대)에 정치국원으로 본격적으로 중앙 정치무대에 등장한 엘리트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 아울러 4세대가 기술 관료라고 한다면 이들은 주로 인문사회계열을 전공한 행정관료적 소양을 지니고 있다 . 5세대 지도부는 대체로 각종 사회문제 해결을 통한 민생안정을 주된 정책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건국 이후 출생하여 문혁기에 학창시절을 보낸 소위 “잃어 버린 세대”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으며, 중견간부시절 1989년 천안문 사건을 경험했다. 따라서 서로 다른 정책방향을 지니고 있다 할지라도 이런 공통의 경험으로 인해 단합과 안정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체득하고 있다. 당내 분열은 결국 당 체제의 와해와 중국의 몰락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위기 공감대를 내재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기본적으로 중국의 부상을 실현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해왔던 개혁개방 이후의 엘리트 그룹으로서 이전 어느 세대보다도 강한 자신감과 민족적 자긍심을 지니고 있다.

 

5세대 정치엘리트의 등장은 10년만의 대대적인 세대교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럼에도 큰 틀에서 기본적으로 정책의 변화보다는 지속성이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이유는 우선, 비록 기존과 같은 전임자의 낙점 방식이 아닌 경쟁 방식을 통한 권력이양이라는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민주적 절차가 결여된 상황에서 안정적인 권력계승이 유지된다고 한다면, 그 자체가 정책의 급격한 변화보다는 연속성을 의미할 가능성이 높다. 즉 중국의 권력 계승에서 여전히 전임자의 영향력이 작용하기 때문에 일정 정도 정책의 연속성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계속)

6대 프로젝트

세부사업

무역·기술·에너지 질서의 미래

미중경쟁과 한국의 전략

중국의 미래 성장과 아태 신문명 건축

국가안보패널

Related Publica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