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부교수. 시카고대학교(University of Chicago)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소재 동서연구소(East-West Center)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국제안보와 국제관계 이론이다. 저서로는 Power Shifts, Strategy, and War가 있으며, 주요 학술 논문으로는 “Causes of North Korean Belligerence,” “Ties That Bind?: Assessing the Impact of Economic Interdependence on East Asian Alliances,” “A Nuclear North Korea and the Stability of East Asia” 등이 있다.

 

 


 

 

I. 서론

 

본 논문에서는 2025년 아시아에 어떤 성격의 안보질서가 자리 잡을 지에 대해 전망하고 한국에게 가장 적합한 안보전략을 모색한다. 논문의 핵심주장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2025년 아시아에는 네 개의 강대국이 존재할 것이다. 중국과 미국은 일류강대국으로서 각자 세력권을 형성하고 상호경쟁하며 역내정치를 주도할 것이다. 해공군력 면에서 우세한 미국은 해양지역에서, 우월한 육군력을 갖춘 중국은 인접 대륙지역에서 리더십을 행사할 것이다. 이류강대국인 인도와 러시아는 주도세력은 되지 못하지만 독자적으로 운신하며 주변지역에서 제한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균형자가 될 것이다. 일본은 미국의 조력자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며 중국 견제에 나설 것이다. 이러한 구도 속에서 한국에게 최선의 선택은 지정학적으로 가장 위협적인 인접대륙국가(중국과 북한)에 대한 균형정책을 채택하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해양국가인 미일과 역할분담을 통한 군사협력을 추진하며 자체 육군력과 공군력 양성에 주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상황에 따라 인도 또는 러시아와 군사적으로 제휴하는 것도 유용할 수 있다.

 

이 주장을 전개하기 위해 본고의 나머지부분은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제2장에서는 미래 아시아의 세력판도를 전망한다. 이어 각국 정책의 상호작용 결과로 형성될 안보질서의 성격을 파악하고(제3장), 미래 안보구도에 가장 적합한 한국 안보정책을 모색한다(제4장). 마지막으로 결론에서 연구결과를 요약하고 함의를 제시한다.

 

II. 세력판도

 

2025년까지 아시아에는 4강 체제가 자리 잡을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일류강대국이며 러시아와 인도가 이류강대국일 것이다. 그리고 어느 국가도 잠재적 패권국이 될 만큼 월등한 국력을 보유하지는 못할 것이다. 요약하면, 아시아의 세력판도는 균형 잡힌 다극체제(balanced multipolarity)일 것이다(Mearsheimer 2001, 334-359).

 

1. 잠재력

 

[표 1]은 국내총생산과 종합국력을 지표로 사용해 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잠재력을 추산한 것이다. 여기서 잠재력(latent power)이란 군사력을 양성하는데 사용할 수 있는 유형•무형의 자원(경제력, 인구, 기술, 천연자원 등)을 의미한다(Mearsheimer 2001, 60-67). 잠재력에서는 미국이 정점에 서있고 중국이 근접할 것이다. 이 두 국가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월등할 것이다. 인도와 일본은 미국과 중국에 현저히 뒤지지만 이들에 저항하기에 충분한 군사력을 마련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출 것이다. 러시아와 한국은 상대적으로 미약한 잠재력을 보유할 것이라 전망된다.

 

[표 1] 2025년 아시아 주요국의 잠재력 전망

 

출처: International Futures ver. 6.54

 

2. 군사력

 

안보영역에서 세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군사력이다. 이 측면에서 미국과 중국은 타 국가들에 대해 현저한 우위를 점할 것이다. 전반적으로 (특히 해공군력에 있어) 미국이 중국보다 우세할 것이나, 육군력에서는 중국이 앞설 것이다. 인도와 러시아는 이들 일류강대국보다 많이 약하지만 강대국의 위치를 유지하기에 충분한 육군력과 핵전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은 잠재력을 군사력으로 전환하지 않아 강대국의 위치에 오르지 못할 것이다.

 

(1) 미•중 전략균형

 

군사력 면에서 중국이 전반적으로 미국에 비해 열세일 것이다. 무엇보다 경제력의 열세로 인해 중국의 국방비지출은 미국에 못 미칠 것이다. 랜드연구소(RAND Corporation)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중국의 2025년 군사지출액은 최소 654억불에서 최대 1,973억불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미국의 군사비는 5,839억불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 2025년까지의 국방지출 누적액에 있어서도 미국이 압도적인 우세를 점할 것이다. 중국이 과거 소련처럼 국민총생산의 더 큰 비율을 국방 분야에 장기간 투입해 군사비 격차를 줄일 수 있겠지만, 이러한 군사우선 정책은 경제발전을 저해하고 사회적 불만을 제고할 위험이 크기 때문에 통상적인 상황에서는 채택하기 어려울 것이다. 군사지출의 열세는 국방기술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액을 제한함으로써 군수산업의 낙후성을 초래할 것이며, 그 결과 첨단무기와 군사기술의 수입의존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중국의 파트너는 대부분 기술력에 있어 미국과 그 동맹국에 뒤처지기 때문에 해외의존을 통해서는 군사기술상의 현격한 격차를 극복하기 어렵다. 국방비와 기술력의 열세는 특히 자본•기술 집약적인 핵전력의 열세를 초래할 것이다. 미국에 대해 중국이 충분한 핵 억지력을 갖출 수는 있겠지만 대등한 전력(nuclear parity)을 보유할 수는 없을 것이다(Lyon 2009, 17).

 

중국은 특히 해공군력에서 미국에게 뒤쳐질 것이다. 지정학적인 이유로 강한 육군력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중국은 해공군력 양성에 주력할 수 없다. 그간의 꾸준한 전력증강에도 불구하고 현재 해군이 중국 군의 십분의 일을 조금 상회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보면 이 사실을 잘 알 수 있다(Ross 2009, 56). 해군함대는 육군장성이 지휘하는 군구에 나뉘어 배속돼있다. 최고 군통수기관인 중앙군사위원회에 소속된 현역장성 대부분과 군구(軍區) 최고지휘관 전원이 육군출신이라는 사실도 해공군에 대한 비교적 낮은 정책적 관심을 여실히 드러낸다(정성장 2011; Minnick 2010). 중국은 러시아와 인도 등 인접 대륙강국을 견제하고 주변 중소국을 통제하기 위해서 상당한 육군력을 보유해야 한다. 대륙으로부터의 뚜렷한 군사위협이 존재하지 않는 현재의 상황에서도 중국군의 삼분의 이는 지상군이 점하고 있다(Ross 2009, 56). 지금은 비록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더라도 전통적 라이벌이며 잠재적 경쟁국인 인도와 러시아에 대한 경계를 늦출 수는 없을 것이다(Tow 2001, 27-32). 특히 국경과 관련한 분쟁이 완전히 해소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들에 대한 군사적 대비는 필수적이다 . 또 주변국 문제로 인해 분쟁이 발생할 소지도 있다. 중국은 파키스탄과 미얀마 문제로 인도와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 중국은 인도와 긴장관계에 있는 이 접경국가들에 대한 군사지원을 계속해왔으며, 인도는 이에 대해 깊이 우려하며 경계하고 있다(Swaine 2005, 279). 구소련의 일부였던 중앙아시아를 놓고는 러시아와 지정학적 경쟁을 벌이게 될 위험이 있다. 인접중소국들에 대한 영향력 유지 및 확대를 위해서도 육군력이 필요하다. 이 국가들은 순전히 자발적으로 중국에 협력하고 있기보다는 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따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키르기즈스탄과 카자흐스탄에서는 중국의 침투에 대항하는 민족주의적인 저항이 강화되면서 폭력적인 소요사태까지 낳고 있다(Higgins 2010). 그리고 티베트와 신장지역 등 독립을 갈망하는 소수민족이 거주하는 변경지역을 통제하기 위한 육군력도 필요하다 .

 

이에 반해 강대국과 접경하고 있지 않은 미국은 국방비를 해공군력 육성에 집중 투자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 그러므로 경제력 면에서 뒤처진 중국이 미국의 해공군력을 따라잡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미국은 여러 지역에 군사력을 분산해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지만, 비교적 안정적인 유럽을 비롯한 타 지역에 대한 개입을 줄이고 아시아를 중시함으로써 이러한 약점을 최소할 수 있을 것이다 . 미국은 근래 해군력을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이동배치하고 있다(O’Rourke 2012, 40-42). 또 아시아의 군사기지를 활용하여 지리적인 거리가 주는 불이익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중국에 비해 보다 많은 지역동맹국으로부터의 지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 해양국가들은 상대적으로 작은 경제규모를 가지고 있지만, 도서국가라는 지정학적인 이유로 해군력 양성에 주력할 수 있기 때문에 상당한 전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또 이 국가들은 미국에게 군사기지를 제공할 것이다. 반면에 중국에게는 강한 해군력을 갖춘 동맹국이 없다. 중국해군은 해외군사기지를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전력투사에 있어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2025년까지 중국이 주요 해외기지를 확보할 수 있을 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제일 후보지로서는 원유파이프라인을 건설 중이며 해군시설 사용을 허용하는 등 긴밀한 군사협력을 해온 미얀마를 들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은 육군력에서 미국에 대해 우세를 점할 것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중국은 강한 육군을 육성해야 할 중대한 지정학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반면에 미국은 강대국과 인접하고 있지 않으므로 중국만큼 육군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중국은 육군력 양성에 필수적인 인적자원에 있어서도 미국보다 우세하다. 2025년에 중국 인구는 14억을 상회하는 반면에 미국 인구는 3억 5천만에 불과할 것이다(International Futures ver. 6.54). 이처럼 중국이 미국을 능가하는 결의와 자원기반을 가지고 있으므로 양자 육군력 경쟁에서 미국에 앞설 것이다.

 

(2) 러시아와 인도

 

러시아와 인도는 총체적 군사력에서 일류강대국들에 현격하게 뒤처질 것이다. 랜드연구소의 추산에 의하면, 중국의 2025년 국방지출은 인도의 지출액의 최소 2배에서 최대 7.3배에 달할 것이다 . 최강국인 미국과 인도의 격차는 물론 이보다도 클 것이다. 인도보다 약한 경제력을 지닌 러시아는 훨씬 더 뒤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인도와 러시아는 강력한 육군력과 핵전력을 보유함으로써 강대국의 지위를 점할 것이다. 인도는 향상된 경제력과 대등한 인구를 활용하여 중국에 맞설 수 있는 육군력을 보유할 수 있을 것이다. 2025년에 인도의 인구는 약 13억 9천만 명으로 중국의 인구(14억 1천만 명)에 근접할 것으로 추정된다(International Futures ver. 6.54). 아울러 인구구성에서 20세에서 34세까지의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율이 중국에 비해 높을 것이다(Wolf, Jr., et al. 2005, 18). 인도는 장비현대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러시아산 및 자체개발 신형전차를 배치하는 등 육군력의 질적 향상에도 매진하고 있다 . 또 향상된 기술력과 재력을 기반으로 효과적인 핵 억지력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인도는 사정거리를 연장한 신형 탄도미사일을 개발 배치하고 있다.

 

러시아도 인구와 재력 면에서는 뒤떨어지지만 효과적인 군사기술과 핵전력을 바탕으로 중국에 대한 자위능력과 억지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인구감소 문제를 안고 있는 러시아는 핵심전력인 육군력에서 중국에 대한 수량적 열세를 극복할 수 없을 것이다. 러시아군은 이미 이러한 현실을 수용하고 비대칭 원칙하에 군대를 육성하고 있다(에피모프 2011, 124). 그럼에도 2008년부터 시작된 여단중심 편제와 장교단 감축을 근간으로 한 포괄적 군 조직개편과 예산 증대를 통한 장비 현대화가 성공한다면 질적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McDermott 2011; 에피모프 2011, 133). 또한 러시아는 육군력의 전반적 열세를 우세한 핵전력으로 만회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Kipp 2011). 이렇듯 강한 의지와 현재의 양적•질적 우위를 바탕으로 중국을 비롯한 역내강대국들에 대해 우세한 핵전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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