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신성호 교수는 미국 터프츠 대학 플레쳐 스쿨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미 국방부 아태안보연구소 (APCSS) 연구교수, 미국 부르킹스연구소 동북아연구소 객원연구원, 워싱턴 East West Center 객원연구원등을 역임하였다. 연구관심은 동아시아 안보와 국가전략, 한미동맹과 한반도, 인구변화와 동북아 국제정치 등이다. 최근 논문으로는 Demographic Peace: Rapid Aging and Its Implication for Northeast Asian Arms Rivalry, The ROK-US Alliance in the 21st Century: A Smart Alliance in the Age of Complexity,《핵 테러에 대한 두 가지 접근: 부시와 오바마》등이 있다.

 

 


 

 

I. 들어가는 말

 

8년의 공화당 부시 행정부에 이어 2009년 새로이 출범한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은 많은 변화와 개혁을 예고한다. 오바마 대통령의 실용적 접근은 테러와의 전쟁을 위해 자유의 확산이라는 이상주의를 추구한 부시 행정부와 큰 차이를 보인다. 그렇다고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이전 행정부와의 전적인 결별로만 이해해서는 안된다. 향후 펼쳐질 정책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변화와 연속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오바마는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전쟁을 불필요한 전쟁으로 비판하고 이라크에서의 조속한 철군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렇다고 해서 오바마가 자유민주주의의 신장이라는 미국 외교의 기본가치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오바마는 선거 중 발표한 그의 외교안보구상에서 미국의 지도력 쇄신을 가장 기본목표로 설정하였다. 미국의 패권적 지위를 유지, 쇄신하겠다는 오바마의 목표는 2차 대전이후 세계의 패권국가로 군림해온 미국 외교의 변함없는 이해와 목표를 반영한다. 그러나 동일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에서 오바마는 부시 행정부와는 차별성을 강조한다. 공격적이고 일방주의 외교로 비판을 받은 부시 행정부에 비해 오바마는 불필요한 우방과의 마찰을 피하고 다자외교를 통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회복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동시에 환경 및 에너지 문제의 해결, 국제 빈곤퇴치를 위한 노력 등에서 미국의 주도적인 역할을 강조한다(Obama 2007). 그러나 오바마의 새로운 접근이 과연 얼마나 현실화 될지는 또 다른 문제이다. 본 논문은 오바마 행정부 외교안보정책이 가지는 변화와 연속성이 동아시아와 한반도에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나타날 것인가를 조명코자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러한 변화와 연속성이 한국정부가 21세기에 함께할 동맹으로 제시한 한미 “전략동맹”에 가지는 정책적 의미와 우리의 대응방안을 제시코자한다.

 

II. 오바마 행정부의 동아시아 동맹정책

 

1. 오바마와 아시아, 그리고 경제위기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첫 흑인인 오바마 대통령은 유년시절을 아시아에서 성장한 경험이 있는 유일한 미국 대통령이다. 오바마는 고등학교까지의 하와이 시절 중 6살 때인 1967년 어머니를 따라 인도네시아로 이주하여 1971년까지 롤로라는 이름의 인도네시아 계부와 함께 자카르타의 서민촌에서 생활하였다. 인도네시아에서의 생활은 오바마에게 미국 바깥세계, 특히 아시아를 생생하게 경험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당선이전 오바마가 쓴 두 개의 저서에서 묘사하는 인도네시아의 상황과 경험은 일반 미국인들이 상상할 수 없는 통찰력과 풍부한 이해력을 보여준다(Obama 2004, 28-52; 2006, 271-276). 이러한 오바마의 경험은 초강대국 미국바깥 세계의 현실을 이해함으로써 현재 미국이 처한 국내외적 문제점을 직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다 주었다. 비록 미국이 여전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초강대국의 면모와 지위를 가지고 있지만 바로 이러한 점이 모든 이의 질시와 경계를 불러일으킴으로써 미국에게 불리한 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현실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더욱이 인도네시아에서의 생활은 이제껏 대서양 건너 유럽중심의 사고방식을 가진 이전 미국 대통령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아시아에 대한 이해와 감정을 대통령 오바마가 가질 수 있는 주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오바마가 청소년기를 보낸 하와이 역시 백인 보다는 일본인, 중국인, 한국인, 각종 동남아시아 인등 아시아계 유색인종이 하와이 원주민과 더불어 다수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오바마의 개인적 성장 경험과 배경은 향후 미국의 아시아 정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바마의 아시아 정책은 현재 미국이 당면한 경제위기 극복과 테러와의 전쟁에 비해 그 중요성이 당장은 떨어진다. 오바마 행정부의 주 관심은 경제위기 극복에 맞추어져 있다. 10 퍼센트에 육박하는 실업률, 주택가치의 폭락과 불경기로 인한 중산층의 몰락, 세계 최고의 수익률과 경쟁력을 내세워 미국 경제를 이끌어 가던 금융산업의 끝을 알 수 없는 부실, 그리고 미국 자동차 산업의 GM, 포드, 크라이슬러 3개 대표주자의 몰락 등 미국 경제는 그야말로 총체적 위기에 처해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많은 위기론자들이 이야기하는 1929년의 대공황 혹은 199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같은 치명적인 경제침체를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8천억불이 넘는 금융구제안을 취임직후 발표하였고, 미국의 가장 큰 부동산 담보대출 회사인 프레미 맥Freddie Mac과 패니메이Fannie Mae는 물론 AIG, 시티은행과 같은 미국 최고의 민간 금융회사가 현실적으로 정부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동시에 이번 금융위기로 제기된 미국식 신자유주의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고치기 위한 과감한 개혁을 추구하기도 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후 가진 첫 의회연설은 경제위기 극복과 더불어 의료보험, 에너지, 환경, 그리고 교육문제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New York Times 2009).

 

경제위기 극복은 물론 수십년간 논란속에 미루어온 의료보험 개혁과 온실가스 제한 등 산적한 국내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오바마 행정부의 노력은 당분간 외교안보문제 자체가 정책의 우선 순위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예견한다. 매일 매일 터져 나오는 각종 경제하락 지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은행권과 대기업의 새로운 부실 가능성, 의료보험 등 정부의 각종 개혁안과 예산을 둘러싼 의회와의 복잡하고 힘겨운 줄다리기, 그리고 이와 관련된 수많은 정책 논쟁과 언론을 통해 터져 나오는 각종 스캔들을 대응해야하는 오바마 대통령과 정부에게는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계최고의 힘과 영향력을 가진 미국의 운명은 다양한 국제문제를 함께 다루어야 하는 과제를 여전히 안겨준다. 지속되는 테러와의 전쟁, 중국의 부상이나 러시아의 견제와 같은 전통적인 강대국 외교,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국 관리, 에너지, 환경문제 및 빈곤 퇴치와 인권 문제 등 실로 미국에게 안겨진 외교 안보 과제는 다양하고 복잡하다. 문제는 미국이 복잡한 바깥 세계의 문제들을 과거와 같이 주도적으로 다룰 만한 시간과 여력이 없다는 점이다. 이미 경제위기 전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미국패권의 쇠퇴에 대한 경고는 국제정치에서 미국이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할지에 대한 논쟁을 가열시키고 있다. 비록 국내 경제문제 해결이 오바마 행정부의 가장 중요 현안이 될 것은 틀림없지만, 여전히 세계의 가장 큰 패권을 지닌 미국은 밖으로부터의 제기되는 다양한 문제들을 함께 해결해야 할 의무를 동시에 가진다. 오바마 행정부에게 아시아 정책은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그리고 미국의 세계정책이라는 큰 틀 속에서 추진될 것이다...(계속) 

6대 프로젝트

무역ㆍ기술ㆍ에너지 질서의 미래

세부사업

국가안보패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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