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국제학부 조교수 및 국제교류처장. 마상윤 교수는 서울대 외교학과에서 학사 및 석사과정을 마친 후 영국 옥스포드대학에서 1960년대 한국의 민주주의 문제를 둘러싼 미국의 국내정치개입에 대한 연구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된 연구분야는 미국외교정책, 한미관계, 냉전외교사이며, 최근에는 미국의 동맹관계를 비교적 관점에서 고찰하기 위해 부시-블레어 시기의 미영관계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최근 출판된 논문으로는 From ‘March North’ to Nation-building: Interplay of U.S. Policy and South Korean Politics during the Early 1960s,《데탕트기의 한미갈등: 닉슨, 카터와 박정희》(공저),《영국학파의 국제사회론》, Alliance for Self-reliance: ROK-US Security Relations, 1968-71 등이 있다.

 

 


 

 

2008년 11월 4일 실시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의 버락 후세인 오바마 후보가 제44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지난 수년간 부시 대통령에 대한 여론의 지지도가 대단히 낮았다는 점과 관련된 변화에 대한 열망, 그리고 최초의 흑인 대통령 탄생 여부에 대한 관심 등으로 인해 2008년의 미국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도 큰 미국 국내외적 관심 속에 진행되었다.

 

우리는 2009년 1월 정식 출범한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가 어떠한 대외정책을 추진할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한반도에서의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에 깊은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다. 이 글의 기본 목적은 미국 대외정책과 동맹전략이 역사적으로 그려온 궤도를 살펴봄으로써 미국 새로운 행정부에게 주어진 대외적 행동의 공간이 어떠한 것인지를 분석하는 데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성장배경과 신념 및 리더십 스타일 등과 같은 개인적 요인이 향후 4년간의 미국대외정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그가 물려받게 될 미국대외정책의 환경과 조건은 어떠한 것이며, 또 그러한 조건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형성되고 작용하여왔는지를 이해하는 것 역시 향후 미국외교 특히 동맹정책을 전망하는 데 있어서 필수적일 것이다.

 

아래에서는 우선 미국의 외교전통을 살펴보고, 다음으로 20세기 이후 미국의 동맹정책을 역사적으로 리뷰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러한 리뷰를 기반으로 앞으로의 미국 동맹정책을 지속성과 변화의 측면에서 전망하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I. 미국의 외교 전통

 

미국의 외교전통을 이야기할 때 흔히 두 개의 개념쌍이 거론된다. 하나는 고립주의와 국제주의의 쌍이다. 오래 전부터 미국외교의 역사에는 고립주의와 국제주의는 주기적 순환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어 왔다(예를 들어 Klingberg 1952). 그러나 기본적으로 고립주의는 건국 이후 미국이 상대적 약소국에 머물러 있었고 지리적으로 구세계로부터 어느 정도 차단되어 있던 시기의 산물이다. 미국은 국력의 성장과 함께 국제적 지위와 역할을 강화해 왔다. 특히 ‘미국의 세기’로 불리는 20세기 이후 미국의 국제적 위상 확대와 함께 국제주의 기조도 강화되어 왔다. 적어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외교의 국제주의적 기조는 거의 상수로서 유지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국제주의 기조가 유지되는 범위 내에서이기는 하지만 미국의 대외적 관심과 대내적 관심이 상대적 고조와 퇴조를 반복하는 현상이 관찰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소련으로 대표되는 공산주의 세력이 사라지면서 냉전이 종식된 이후 미국의 여론이 고립주의로 회귀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미국의 대외정책 엘리트층에서 폭넓게 제기된 바 있었고(Schlesinger 1995, 1996), 비슷한 맥락에서 부시 행정부 출범 직후 9.11 테러참사 이전의 외교정책에 대해 영국의 토니 블레어 수상과 같은 유럽 지도자들은 미국이 좁게 정의된 국익만을 중시하고 국제적 리더십 발휘에 소홀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외교여론에 대한 실증적 연구는 미국의 여론이 전반적으로 고립주의보다는 국제주의에 가까운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Kull and Destler 1999). 이는 다양한 분야에 걸친 미국의 이해가 이미 세계의 안정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국제주의와 고립주의의 이분법까지는 아니어도 상대적인 의미에서 미국외교가 대외개입에 대하여 적극적 자세를 나타내는지 아니면 국내문제에 보다 치중하면서 국제문제에 대해서는 소극적 자세를 취하는지의 구분은 가능할 것이다.

 

미국 외교전통에 대한 또 다른 개념쌍은 현실주의와 이상주의이다. 미국의 대외정책은 다른 나라들과 달리 미국적 가치와 이상을 추구하는 데 상대적으로 강한 집착을 보인다는 특징을 나타낸다. 이러한 특징은 미국 예외주의의 발현으로 이해된다. 미국은 자유와 민주주의 그리고 시장자본주의를 미국의 핵심적 가치로 체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가치를 렌즈로 삼아 세계를 파악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또한 미국은 직간접적으로 이러한 가치들을 세계의 보편적 가치로 확산 및 전파하는 데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왔다(Ikenberry 2000; Smith 1994).

 

그러나 미국 예외주의라는 동전의 또 다른 측면은 미국의 국력이다. 20세기 이래로 오늘날까지 미국은 군사력과 경제력 그리고 지식과 기술력에 있어서 세계적으로 압도적 지위를 유지해 왔으며, 이는 현실주의적 국익추구의 바탕이 되어 왔다. 그러나 동시에 압도적 국력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미국은 자신의 가치를 반영하는 국제 질서를 조성하고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 올 수도 있었다.

 

이러한 의미에서 미국의 대외정책은 현실주의와 이상주의의 결합이라는 각도에서 파악되어야 한다. 1970년대 초 닉슨-키신저 외교의 예를 통해 볼 수 있듯이 미국에서 자유주의적 가치를 중심으로 한 이상을 결여한 현실주의는 미국인들에게 크게 환영받지 못해왔다(Kissinger 1994, 742; Schlesinger 1999, 96). 미국 외교전통에 있어서의 문제는 현실주의와 이상주의의 결합 여부가 아니라 그러한 결합이 어떠한 비중과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가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미국의 대외정책이 국제주의에 보다 가까워지느냐 아니면 고립주의에 상대적으로 가깝게 되느냐를 결정하고, 또한 현실주의와 이상주의의 결합 비중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을 두 가지로 파악한다. 그것은 첫째, 대외적 위협의 등장과 소멸 또는 그에 대한 미국의 인식 변화이며, 둘째, 미국 국력의 상대적 부침이다. 외부로부터의 위협에 대한 인식이 어떠하냐에 따라 미국은 대외개입에 있어서 보다 적극적이거나 소극적인 태도를 취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태도는 또한 미국의 힘과 가용자원의 크기에 따라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아래에서는 이 두 가지 변수를 중심으로 20세기 이후 미국 동맹전략의 역사적 전개를 살펴보고자 한다...(계속) 

6대 프로젝트

무역ㆍ기술ㆍ에너지 질서의 미래

세부사업

국가안보패널

Related Publica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