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남식 교수는 외교통상부 외교안보연구원 겸임교수이며 중동 이슬람 지역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인남식 교수는 연세대학교 정치학과에서 정치학 학사 및 석사학위를 받았고 영국 더럼대학(University of Durham)에서 중동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외에도 교육방송EBS 영국 통신원, 카이로 알아흐람 (Al-Ahram) 신문사 정치전략연구소 (Centre For Political Science and Strategic Studies)에서 방문연구원 등의 활동을 하였다. 주요저서는《국제분쟁의 이해》(2000),《이라크 민주정부 수립의 전망과 함의》(2004) 외 다수가 있고 연구분야는 중동정치 및 테러리즘이다. 최근 저서로는《자발적 네트워크 테러리즘의 등장과 의미》(2009),《파키스탄과 미국의 딜레마》(2008) 등이 있다.

 

 


 

 

I. 서론

 

중동지역 의 정치적 불안정성은 만성화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소위 ‘체질적인 불안정성’(inherent quality of instability)이라는 표현이 상용될 만큼 고질적인 분쟁 구도를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불안정성은 전후 식민체제가 해체되면서 독립을 성취했던 국가의 상당수가 중동-아프리카 지역이었다는 사실과 연관된다. 기본적으로 부족단위의 유목문화 전통(nomadic tradition)을 유지하고 있는 아라비아반도, 레반트 지역 및 마그레브 지역에 인위적으로 국경이 만들어지고 국가 단위의 정치공동체가 세워졌다. 이는 5세기 넘도록 오토만 제국의 속주에 편입되어 정치와 유리되어 살던 중동지역 대다수의 주민들에게는 생경한 형태의 정치공동체였다. 따라서 국가단위의 자율성은 취약한 상황이 유지되었다. 이에 식민체제의 재편과 맞물려 중동지역 내에서의 국가 건설, 체제 형성과정에 지속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외부세력의 개입은 끊이지 않았다. 이러한 외삽적 요인은 역내 신생국 내정에 영향을 미쳐 정치 불안을 가중시켰다. 냉전체제 하에서의 중동의 지정학적 의미와 석유자원에 대한 관심이 일차적 원인이다.

 

이러한 외삽적 요인과 더불어 중동지역 내부의 문제 역시 지역 불안정성을 가중시켰다. 혼재하는 종파, 종족 갈등 및 역사적 분쟁 요인이 중첩되면서 다양한 이해관계의 충돌이 발생하는 배경이 되었다. 중동내부문화를 구성하고 있는 부족주의, 이슬람 및 지대추구행태 등의 문화, 정치, 종교 및 경제 요인이 결합되면서 좀처럼 안정화 기조가 정착되지 못했다. 정체성에 기반한 동맹 구도는 양면적이다. 내부 결속과 연대를 구성함과 동시에 ‘타자화’ 및 ‘배제’를 전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혈연 및 민족 그리고 종교 정체성이 선명하고 강한 중동에 있어서 정체성 기반 동맹구도는 그만큼 배타성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고질적 사회 갈등구도를 창출한다 (Ramsbottom 2005).

 

상기 내외 요인으로 인하여 반세기 이상 혼돈과 갈등이 증폭되면서 중동 지역은 동맹과 연대의 현상이 발현되기 시작했다. 냉전 초반에는 동서 진영론으로 인한 갈등이 반영되어 과거 식민모국과의 긴장 속에서도 바그다드 조약(Baghdad pact) 등의 냉전 동맹이 이루어지면서 외부 세력과 중동지역 국가 간 협력이 긴밀히 이루어지는 형태를 나타내기도 했다. 냉전이 본격화되면서 중동지역은 ‘아랍 대의’(Arab cause)에 입각한 정치적 결속운동이 일어났고, 이는 아랍 민족주의로 승화되면서 이념적 대결구도에서 탈피하여 민족, 문화적 공동체를 구축하려는 시도도 나타났다.

 

냉전의 붕괴는 중동에서 새로운 동학과 지형을 배태했다. 대척점에 서서 반세기의 갈등 구조를 형성해 온 이념의 틀이 무너지면서 21세기 새로운 갈등구도에 관한 성찰들이 제기되었다. 중동지역과 관련하여 여타 지역과는 달리 문명담론이 급격히 부상하면서 헌팅턴의 테제가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고, 후쿠야마의 세계관이 미국 및 서방에 퍼지기 시작했다. 이와 맞물려 그동안 수면 하에 잠복해 있던 ‘이슬람 부흥운동’이 본격적으로 정치화하기 시작했다. 9.11로 인해 반테러•비확산 노선이 가시화되고 아프간, 이라크 전쟁으로 인해 중동의 정치지형에 변화가 찾아왔다. 이란이 부상하고, 이란 이슬람 혁명노선에 동참하는 국가와 정치단체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중동지역에 편만한 반미 정서는 테러리즘의 확산을 추동하였으나 이슬람 테러리즘의 핵심인 알 카에다 류와의 연계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이란이 주도하는 반미, 반이스라엘 연대가 힘을 얻고 있다.

 

이란의 부상과 시아 연대(Shiite coalition)의 확대는 새로운 형태의 동맹 구도가 출현함을 의미한다. 기존의 문화공동체에 입각한 아랍 민족주의가 쇠퇴한 후, 이념적 공백상태에 있었던 중동 지역에 초월적 가치에 입각한 이슬람 동맹이 등장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와 맞물려 걸프왕정 및 세속주의 공화정을 중심으로 한 순니 아랍 권위주의 국가들의 긴장이 높아지며 이란 및 시아 연합에 대한 일종의 ‘대응 동맹’ 구도의 출현도 감지된다. 한편 오바마 행정부의 출현은 이러한 역학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인가에 관한 질문이 제기되고 있으며, 이와 맞물려 고전적인 동맹관계를 유지해 온 미국과 이스라엘간의 연대는 과연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에 관한 궁금증이 깊어가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 고는 중동지역의 동맹과 연대를 구성하는 기본적 단위인 정체성의 층위를 먼저 살펴보고, 이에 기반한 지배이념의 변화를 추적한다. ‘아랍’이라는 문화적 정체성에서 ‘이슬람’이라는 종교적 정체성으로 변환하는 추이 자체를 최근 중동 동맹질서 변화의 배경 변수로 판단한다. 최근 중동지역 내 일반적 정치현상으로 포착되는 이슬람 부흥운동과 맞물린 정치적 연대 결성의 변화 양상을 추적함으로써 중동지역의 전반적 정치지형을 파악하려 한다. 더불어 부시 행정부의 강력한 일방주의 정책에 맞섰던 이슬람 부흥운동이 오바마 행정부의 새로운 중동정책에 어떻게 조응해 나갈 것인지를 전망한다...(계속) 

6대 프로젝트

무역ㆍ기술ㆍ에너지 질서의 미래

세부사업

국가안보패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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