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RADAR 한국조사 주요결과

 

 

CSR 인식의 국제비교가 중요한 이유

 

본 보고서는 국제여론조사 기관인 GlobeScan이 주관하고 동아시아연구원과 사회적기업연구소가 한국의 조사연구 책임기관으로 참여하여 진행한 26개국 국제 CSR 인식조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이다. 한국의 CSR 논의가 국제사회의 CSR 담론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에서 CSR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서는 충분한 이해가 뒷받침되지 않았다.

 

국제사회의 CSR 인식과 한국 국민들의 CSR 인식을 비교하는 작업이 중요한 것은 첫째, 국제사회의 전체적인 트랜드 변화는 한국 사회의 CSR 진로에 중요한 외부적 환경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는 한국의 상황에서 기업과 정부, 기업과 사회의 관계 변화는 한국 정부, 기업, 사회의 발전진로를 찾아가는데 중요한 전략적 고려사항이다. 둘째, 내수 못지 않게 해외무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해외 투자 및 경제협력 과정에서 각국의 CSR 여론에 대한 이해가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제사회의 CSR 인식과의 비교를 통해 한국 사회의 CSR 인식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CSR 관련 주요 쟁점에 대해 국제사회의 인식이 특정 방향으로 수렴되고 있는 영역과 국가 군별 차이가 심화되는 영역을 구별하여야 한다. 보편적 글로벌 트랜드로 자리잡은 영역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수용전략을, 국가별 차이가 불가피한 영역에서는 한국의 특성에 맞는CSR 전략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 CSR 선진국 국민들의 인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보다 오랜 경제발전 경험에서 축적된 성숙한 경제사회적 시민의식, 소비자 행동 문화에 대한 벤치마킹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우리보다 경제규모나 기업 영역이 뒤떨어진 국가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한국의 경우, 과거와 달라진 위상 하에서 정부차원과 민간기업 차원에서 다양한 국제사회, 개별국가에 대한 해외 지원과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러한 노력의 결실을 효과적으로 이루기 위한 전략적 방안을 찾는데 중요한 시사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본 연구에서는 각국의 CSR 환경 중 가장 중요한 인프라(환경적 요인)가 되는 기업에 대한 신뢰기반을 살펴보고 각국의 CSR 인식유형을 보다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1) CSR을 바라보는 관점과 접근법, (2) 소비자 CSR 실 천행태를 중심으로 국제사회의 CSR 인식의 다양성을 정리한다. 이에 근거하여 선진국형 CSR 인식유형과 개도국형 CSR 인식유형의 특성을 정리하고, 한국의 CSR 인식유형의 위치를 포지셔닝함으로써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정책적 시사점을 제공하고자 한다.

 

CSR 인프라: 反기업 정서 비교

 

한국의 대기업 신뢰도, 23개국 중 최하위

 

2013년 23개국에 대한 대기업 신뢰도 조사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결과는 한국 국민들의 대기업에 대한 불신이 가장 높다는 점이다.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면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상의 결과는 한국 국민들이 인지하는 기업불신 정도가 심각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반해 인도네시아(82%), 중국(76%), 인도(75%), 파키스탄(62%) 등 아시아에서 새로이 부상하고 있는 대국들과 케냐(78%), 가나(77%), 나이지리아(69%) 등처럼 해외 투자와 지원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아프리카 의 신생개발국들이 친기업 정서가 강한 대표적인 나라로 꼽혔다. 또한 전통적인 경제선진국(OECD) 중 캐나다 (73%), 호주(72%), 독일(64%), 영국(59%)도 기업에 대해 상당히 우호적으로 인식하고 있었고, 경제침체를 겪고 있는 미국(54%), 폴란드(53%), 프랑스(52%) 등에서는 기업에 대해 과반을 넘는 수준의 신뢰도를 보이고 있 었다.

 

그러나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유럽의 스페인(44%), 그리스(38%)와 남미의 OECD 국가인 칠레(49%), 멕시코(43%), 신흥강국으로 부상했지만 침체국면을 벗어나고 있지 못하는 러시아(44%) 등에서는 대기업 신뢰도가 과반에 미치지 못했다.

 

[그림1] 23개국대기업신뢰도: “신뢰한다”는 응답 비율(%)

자료 : GlobeScan·동아시아연구원·사회적기업연구소 RADAR2013 국제조사(Q1At_b)

 

경제발전수준과 대기업 신뢰도 관계: U자형 곡선(curvilinear)

 

각국의 대기업 신뢰도와 경제발전수준을 중심으로 유형화해 보면, 매우 흥미로운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림2]는 경제발전수준(1인당 국민소득: Gross National Incomes per Capita)을 기준으로 각국에서 대기업을 신뢰한다고 응답한 분포를 교차해 본 결과이다. 조사대상에 포함된 23개국 중 한국(1인당 국민소득 2만불 수준)을 기준으로 상반된 관계 유형이 도출된다.

 

전체적으로 1인당 국민소득 2만불 이상의 선진 자본주의 국가군의 경우, 국민소득수준이 높은 나라일수록 대기업 신뢰도가 높아지는 선형관계를 보여준다. 즉, 국가경제발전수준과 대기업 신뢰도 간의 높은 상관관계가 확인된다. 개발도상단계의 신흥국들 역시 낮은 국민소득수준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을 능가하는 대기업 신뢰도를 보이고 있다. 즉, 1인당 국민소득 3만불을 뛰어넘는 선두국가들과 함께 5000불(중국)에도 못 미치는 국가군들 이 대기업을 신뢰하는 나라로 분류된다. 이상의 결과는 경제발전수준과 대기업 신뢰도 간의 관계가 U자형임을 보여준다.

 

[그림2] 경제발전수준과 대기업 신뢰도 간의 상관관계

 

자료: GlobeScan·동아시아연구원·사회적기업연구소 RADAR2013 국제조사(Q1At_b), WDI(World Bank)

 

조사에 포함된 이들 신흥개도국들은 만성적인 경제침체를 겪고 있는 국가들이라기보다는 높은 경제적 역동성 을 보여주는 나라들이다. [표1]에서 확인되듯이 2011년 기준 고도 경제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신흥경제강국인 중국(9.3%), 인도네시아(6.5%), 인도(6.3%)나, 놀라운 고도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아프리카의 신흥개도국(가나 15%, 나이지리아 7.4%), 전환국면을 맞이하고 있는 주요 중남미 국가(페루 6.9%)가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경제발전수준이 OECD 국가 중 중하위권에 속하거나 이에 근접한 국가들일수록 오히려 대기업 신뢰도가 하락하는 반비례 관계가 확인된다. 1인당 국민소득 1만불~2만불 전후의 폴란드, 칠레, 멕시코, 한국 등 OECD의 중하위 국가들이나 성장세가 둔화된 신흥경제강국 러시아, 선진국 클럽에서 최근 유럽발 경제위기의 발화지로 지목되는 그리스, 스페인 등은 신흥개도국에 비해 높은 경제발전수준에 도달했지만,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냉소적이다.

 

한국은 그 변곡점에 위치하고 있다. 여기에는 1960-70년대 정부주도 국가경제의 고도성장기에서 1980-90년대 경제적 자유화 단계로 전환되면서 기업주도의 경제성장이 이루어짐에 따라 긍정적 평가가 지배적이었던 대기업에 대한 인식이 성장의 함정으로 상징되는 경제위기에 의해 경제민주화의 개혁대상으로 전환되는 인식경로가 적용되는 듯하다(김상조 2012; 홍기현 2011).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의 ‘세계가치조사’ 자료에 따르면 1981년 조사만 하더라도 대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 평균이 0보다 커 신뢰한다는 여론이 상대적으로 강했지만, 1990년대에는 일관되게 하락하여 -10점 이하로 떨어지는 추세를 보여주었다. 2004년 조사에서는 대기업 신뢰도가 비교적 회복되는 듯 하였으나, 최근 들어 대기업 신뢰도가 다시 악화되고 있다(이재열 2011, 정한울 2013). 또한 한국은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도 대기업에 대한 반감이 높아, 앞으로 선진국형 기업신뢰 기반을 갖춰나갈 수 있는지의 여부가 한국 CSR은 물론 국가경제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표1] 조사 대상국 경제발전 지표

자료: WDI(World Bank)

 

여론으로 본 CSR 개념의 편차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개념은 대단히 논쟁적이다. 우선, 사회적 책임의 범위와 내용을 기준으로 다음의 두 인식유형이 대립해왔다. 이윤 및 일자리 창출과 같은 기업 본연의 경제적 기능을 법적 테두리 내에서 준수하며 수행해야 한다는 CSR 개념(경제책임 우선론)과 윤리경영을 강조하며 전 사회 이해당사자들의 이익이 걸린 환경문제나 빈곤, 교육, 보건,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까지 포괄하는 규범적 CSR 개념(사회책임 우선론)이 대립해왔다.

 

CSR 개념 논쟁: 규범적CSR 對전략적CSV 구도로 전환

 

최근에는 사회윤리적 가치와 책임, 경제적 가치와 준법차원의 기업책임을 통합적으로 사고하는 전략적 CSR, 공 유가치창출(CSV)의 관점에서 본 신개념 CSR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존의 CSR 논쟁에서 CSR의 윤리적/규범적 차원을 지나치게 정당화하거나, 반대로 기업의 역할을 경제적 책임으로만 한정시키는 이분법적인 시각에 대한 회의론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는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과 경제적 책임 (economic responsibility)을 대립적인 관계가 아닌 상호보완적으로 공존하는 “공유가치창출(creating shared value, 이하 CSV)”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포터와 크래이머의 이론을 통해 주도되고 있다. 기업이 추구하는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는 양립가능하며, 양 가치가 공유될 때 지속가능한 기업 경영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Jones 1995; Pirsch et al. 2006; Porter and Kramer 2011).

 

이러한 이론이 주목 받는 것은 기업의 경제적 책임과 사회적 책임을 대립적 관계로 이해하는 한, 경제적 책임을 포기할 수 없는 기업들이 냉소와 불신의 소재를 끊임없이 제공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규범적 정당화가 강화될수록 기업의CSR 활동을 위선적으로 보는 시각이 강화되는 CSR의 딜레마가 발생할 수 밖에 없음을 의미한다(Porter and Kramer 2011).

 

현실적으로 보면 2000년대를 거치면서 서구 학계와 선진국을 중심으로 기업의 책임을 경제적 책임에 한정해야 한다는 논의가 급속히 약화됨으로써 전통적인 논쟁구도는 힘을 잃고 있다. 대신 CSR에 대한 광범위한 합의 속에서 경제적 책임보다 사회적 책임을 우선해야 한다는 규범적 CSR의 관점과 사회책임-경제책임을 통합적으 로 바라봐야 한다는 CSV론(전략적 혹은 도구적 관점에서의CSR) 간의 경쟁으로 논쟁축이 이동하고 있다(Jones 1995; Porter and Kramer2006).

 

선진국과 개도국의 CSR 인식차이

 

CSR 논의와 실천을 주도해 온 서구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의 인식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경제책임을 강조하는 CSR 대 사회책임을 우선하는 규범적 CSR론 간의 경쟁구도 대신 규범적 CSR론 대 전략적 CSR(CSV)론 간의 경쟁구도로 전환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3]은 각국 국민들에게 대기업이 “법의 테두리 내에서 이윤을 창출하며, 세금을 납부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경제책임 우선론)는 주장과 “법이 요구하는 수준으로 높은 윤리적 기준을 세워나가고, 모두에게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데 적극적으로 기여해야 한다”(사회책 임 우선론)는 주장, “앞의 두 입장을 절충하여 추진해야 한다”(사회책임-경제책임 병행론)는 주장 중 어느 입장을 선호하는지 설문한 결과이다.

 

[그림3] 국가별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활동에 대한 인식유형 분포(%)

 

자료: GlobeScan·동아시아연구원·사회적기업연구소 RADAR2013 국제조사(Q6t)

주: 세 범주 외에“별로 기대할 것이 없다”,“ 모름/무응답”비율은 표기하지 않음.

 

24개국 조사결과를 보면, 서구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양 입장을 절충 혹은 병행해야 한다는 관점이 다수를 이루며 전통적인 논쟁축을 구성했던 사회책임 우선론과 경제책임 우선론을 지지하는 여론은 상대적으로 소수를 이루고 있다. 사회책임-경제책임 병행론의 경우 호주(53%), 영국(51%), 미국(50%), 캐나다(46%) 등에서 높게 나타났다. 선진국 중에서는 독일이 34%로 다소 낮았다. 그 뿐 아니라 경제 수준이 그리 높지 않은 인도네시아 (51%), 폴란드(50%)에서도 양자 병행론에 대한 지지가 과반에 달하고 있어 CSV를 강조하는 국가들이 상당히 넓게 분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사회적 책임을 우선하는 CSR 인식과 경제적 책임을 강조한 CSR 인식 간의 전통적인 논쟁이 갖는 의미가 크게 퇴색했음을 보여준다.

 

반면, 멕시코(13%), 나이지리아(16%), 러시아(20%), 브라질(22%), 인도(22%), 가나(23%), 케냐(25%) 등 신생 개발도상국이나 신흥경제대국들과 같은 후발 주자 그룹에서는 사회책임-경제책임을 배타적으로 보지 않는 여론이 소수에 불과했다. 다시 말해 이들 나라들에서는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사회책임 우선론과 경제책임 우선론이 여전히 경쟁적인 개념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중 인도(23%)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나라에서 사회책임 우선론이 경제책임 우선론보다 다수를 점하고 있어 규범적 CSR론이 보편적 개념으로 자리잡았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브라질(53%), 나이지리아(46%), 멕시코(46%), 케냐(45%), 칠레(45%), 러시아(43%)에서는 폭넓은 사회적, 윤리적 책임을 강조하는 규범적 CSR 개념이 다수여론을 점하고 있다.

 

[그림4] 대기업 신뢰도 대비 사회책임 우선론(CSR) 지지비율(%): OECD 가입여부 기준 비교

 

자료: GlobeScan·동아시아연구원·사회적기업연구소 RADAR2013 국제조사(Q1t_b, Q6t)

 

선진국 중에서도 유럽 대륙국가들(프랑스39%, 스페인36%, 독일34%, 그리스 32%)에서는 양자를 병행해야 한다는 전략적 태도와 전통적인 사회책임 우선론이 대등한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과 한국에서도 전통적인 사회책임 우선론 대 경제책임 우선론의 논쟁구도에서 사회-경제책임 병행론 대 사회책임 우선론 간의 여론이 팽팽하게 맞서는 구도로 변화하였음을 보여준다. 한국의 경우 양자 병행론에 대한 지지가 36%, 사회책임 우선론에 대한 지지가 35%였고, 중국에서도 양자 병행론에 대한 지지는 36%, 사회책임 우선론에 대한 지지는 41%로 거의 대등하게 나타났다.

 

결국 CSR의 역할과 범위를 둘러싼 각국의 여론분포를 보면 대체로 후발 경제개발도상국들에서는 “사회책임 우선론” 대 “경제책임 우선론”의 전통적인 CSR 개념의 논쟁구도가 유지되고 있는 반면, 서구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이나 한국, 중국에서는 CSV 친화적이거나 전략적 CSR 개념과 사회책임을 우선하는 규범적 CSR론과의 경쟁구도를 보이고 있어 국가군별로 적지 않은 인식 편차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림5] 대기업 신뢰도 대비 사회-경제책임 병행론(CSV) 지지비율(%): OECD 가입여부 기준 비교

 

자료: GlobeScan·동아시아연구원·사회적기업연구소 RADAR2013 국제조사(Q1t_b, Q6t)

 

기업 신뢰 높은 국가는 CSV, 기업 신뢰 낮은 국가는 CSR 선호

 

이상에서 설명한 CSR의 역할과 범위에 관한 인식유형의 차이를 가져오는 요인을 파악하기 위해 기업 신뢰도가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았다. 경제발전수준과 기업 신뢰도 간의 관계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 상반된 패턴을 보여주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OECD 국가 여부를 기준으로 가입국가와 비가입국가로 나누어 비교했다. [그림 4]는 각국의 대기업 신뢰도 대비 사회책임 우선론(규범적 CSR)을 지지한 비율에 관한 산점도와 양 변수간의 회귀계수선을 나타낸 것이다. OECD 국가 여부와 상관없이 대체로 대기업 신뢰도가 큰 국가일수록 전통적인 사회 책임 우선론에 대한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다. 이는 역으로 대기업에 대한 불신이 큰 국가일수록 사회책임 우선론 에 대한 지지율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CSR여론이 반기업 정서의 산물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반면, [그림5]의 대기업 신뢰도 대비 사회책임-경제책임 병행론 지지율을 보면 대기업 신뢰도가 큰 국가일수록 CSV 친화적 여론이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지속가능한 CSR을 위해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 사이의 공유가치 창출이 중요하다면 무엇보다 기업에 대한 불신 해소가 우선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반대로 기업불신이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CSR에서 CSV로의 전환이 쉽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규율 방법 논쟁: 자율형 對정부규제형

 

CSR 관련 두 번째 논쟁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실현 방법과 관련한 것이다. CSR을 기업의 자발적 인식전환에 기반한 자율적 규율에 의해 추진해야 한다는 “자율형” 접근법과 정부규제나 법적 강제를 통해서라도 추진해야 한다는 “규제형” 접근법을 둘러싼 논쟁이 진행되어 왔다(Sethi 2003; Vogel 2008).

 

OECD 가입국가인 호주(65%), 한국(84%), 터키(67%)와 나이지리아(76%), 중국(71%), 가나(70%), 인도네시아(69%), 케냐(67%), 페루(64%), 칠레(63%) 등 아프리카, 중남미, 아시아의 신흥 개발도상국에서 CSR에 관한 정부규제형 접근법을 선호하는 여론이 강했다. 반면 OECD 국가 중 앞의 세 나라를 제외한 영국(54%), 미국 (45%), 독일(40%), 스페인(39%) 등 시장경제가 정착된 서구 선진국에서는 CSR 규제여론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경제발전수준 높은 나라, CSR 위한 정부규제 지지 약해

 

OECD 선진국의 경우, CSR에 관한 규제를 선호하는 국가들과 자율형 접근법을 선호하는 국가들로 양분되지만, 비 OECD 개발도상국이나 후발경제 국가들에서는 규제형 접근법이 다수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대기업 신뢰도 대비 CSR 규제여론을 비교한 결과를 보면 앞서 살펴본 CSR 인식유형과는 다른 패턴이 확인된다.

 

[그림7]에서 확인되듯이, OECD 국가나 비 OECD 국가 모두 대기업 신뢰도가 낮을수록 규범적이고, 윤리적인 사회책임 우선론에 대한 지지 여론이 높게 나타나는 패턴이 발견되었다면, CSR 규제에 대해서는 선진국 내부에서도 편차가 있었다. OECD 국가 중 회귀선 아래쪽(규제여론이 약한 나라)에는 대부분 서구 선진국들이 포진해 있고, 회귀선 위쪽(규제여론이 상대적으로 강한 나라)에는 호주, 캐나다를 제외하면 한국, 터키, 멕시코 등 OECD 국가들 내에서 선진국과 중진국 경계에 있는 나라들이 포진해있다. 비 OECD 국가에서는 대기업 신뢰도가 높은 국가일수록 CSR 정부규제에 대한 찬성 비율도 높다.

 

[그림6] 정부의 CSR 강화 법안 제정에 대한 각국 태도(%)

 

자료: GlobeScan·동아시아연구원·사회적기업연구소 RADAR2013 국제조사 (Q8At_dt)

 

OECD 국가들 내에서의 편차를 만들어내는 요인들을 탐색하기 위해 OECD 국가군, 비 OECD 국가군끼리 경제발전수준(1인당 국민소득)을 기준으로 CSR 정부규제 동의 비율을 확인하였는데 그 결과는 [그림8]과 같다. OECD 국가군은 물론 비 OECD 국가군에서도 국민소득이 높은 나라일수록 CSR 정부규제에 찬성하는 비율이 낮아지는 패턴을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그 나라의 경제발전수준과 CSR 정부규제 찬성비율은 반비례 관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비 OECD 국가 중에서도 경제발전수준이 높은 국가들에서 CSR 규제 반대여론이 높다.

 

가장 두드러진 예외국가는 한국이다. 한국의 경우 조사국 중 경제발전수준이 중간 정도(1인당 국민소득 2만불 수준)로 비 OECD 국가들에 비해 높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CSR 규제에 대해 가장 높은 지지 비율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경우 오랜 개발 독재의 경험으로 다른 나라들에 비해 정부규제에 대한 우호적인 인식이 잔존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이재열 2011; 홍기현 2011). 특히 2010년 지방선거 이후 2012년까지 한국에서 복지 및 경제민주화 이슈가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각종 기업스캔들이 터지면서 대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규제여론의 강화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CSR Monitor 2013-01호).

 

[그림7] 대기업 신뢰도 대비 CSR 정부규제 동의 비율(%): OECD 가입여부 기준 비교

 

자료: GlobeScan·동아시아연구원·사회적기업연구소 RADAR2013 국제조사 (Q8At_dt)

 

[그림8] 경제발전수준 대비 CSR 정부규제 동의비율(%): OECD 가입여부 기준 비교

 

자료: GlobeScan·동아시아연구원·사회적기업연구소 RADAR2013 국제조사 (Q8At_dt)

 

종합하면, 경제발전수준이 높고, 대기업 신뢰도도 높은 서구 선진국들의 경우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의 공유를 강조하는 CSV 친화적 여론이 강하고, 이를 추진하는 방식으로 규제보다는 자율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그러나 경제발전수준은 낮지만, 기업에 대한 기대와 신뢰가 높은 신흥경제대국이나 개발도상국에서는 CSV의 관점보다는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 추구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전통적인 인식 틀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으며, 이를 추진하는 방식으로서 정부 규제를 선호하는 패턴이 두드러진다.

 

한국은 대표적인 예외국가로서 상대적으로 선진국에 가까운 경제발전수준을 보여주지만, 대기업에 대한 불신이 매우 높다. 이러한 기업에 대한 불신이 CSR 규제여론의 상승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기업에 강한 불신을 보인다는 점에서는 후발 개발도상국들과 구별되면서도, CSR 규제찬성 측면에서는 이들 개발도상국들과 유사한 여론분포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또한 한국은 대기업에 대한 불신이 강하면서도 CSV 및 사회 책임 우선론에 대한 동의 비율이 거의 대등한 수준으로 높게 나타났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의 노력이 뒷받침된다면, 지속가능한 CSR 실현을 위한 선진국형 모델로 나아갈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할 것으로 생각된다.

 

무엇보다 OECD 국가의 경우 경제발전수준 및 기업신뢰도가 높아질수록 선진국형 CSV 친화적인 여론이 강화되는 반면, 경제발전수준이 높아질수록 CSR 규제여론은 약화되는 것으로 나타나 선진국형 CSR 인식의 확산과 정착을 위해서는 경제발전 및 국민소득 수준의 향상에 기반한 기업에 대한 신뢰 복원이 전제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윤리적 소비행동(ethical consumerism)

 

소비자가 기업의 CSR 활동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에 따라 해당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나 제품의 소비 여부를 결정하고, 다른 사람들의 소비활동에 영향을 미치려는 활동 일체를 윤리적 소비행동으로 정의할 수 있다. 윤리적 소비행동은 해당 기업의 평판 형성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기업의 CSR 활동이 재정적 실적(Corporate Financial Performance, CFP)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의 여부를 좌우할 수 있는 요인이다(Orlitzky et al. 2003).

 

따라서 윤리적 소비행동은 시장 논리에 따라 기업들이 소비자들의 기대대로 활동하게 강제하는 규율 기제(discipline)이기도 하다. 기업의 이윤추구 활동이 사회적, 환경적 책임을 다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규율하는 기제는 크게 시장에서 자신이 만든 제품의 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시장규율(market discipline), 정부에 의한 법적, 행정적 규제(Sethi 2002; Vogel 2008), NGO에 의해 주도되는 사회적 압력(Guay et al. 2004), 국제표준에 의한 규율(Tencati et al. 2004)을 들 수 있다.

 

이 중에서 가장 기본적인 규율 기제는 시장규율과 정부규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시장규율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평가(evaluation)가 해당 기업의 제품에 대한 구매/불매와 같은 실질적인 소비자 행동에 강력하게 영향을 미치고, 해당 기업의 평판과 이미지 형성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시장에서의 상 벌(rewards-punishment) 기제가 작동하면 시장에서의 생존을 일차적인 목표로 하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사회적 책임활동에 임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앞 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선진국들은 정부규제에 의한 CSR 규율 방식에 대해 상대적으로 소극적이고, 개발도상국가들에서는 정부규제 방식을 선호하는 여론이 강하게 나타났다. 역으로 생각해보면, 서구 선진국들에서는 정부규제 대신 윤리적 소비행동이 상대적으로 활성화된 반면, 개발도상국가들에서는 윤리적 소비행동이 취약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실제 그러한지 확인하기 위해 각 국가들의 윤리적 소비행동 수준을 다양한 측면에서 비교해 보기로 한다.

 

윤리적 소비자 행동 누가 주도하나?

 

사회윤리적 기준에 따른 소비자 행동을 그 회사에 대한 제품구매나 긍정적 평가와 같은 긍정적 소비행동 (positive behavior)과 제품불매나 부정적 평가와 같은 부정적인 소비행동(negative behavior)으로 나누어 살펴 볼 수 있다.

 

우선, “지난 1년 동안,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고 생각되는 기업에 대해 그 회사의 제품을 구입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좋게 말하고자 한 적이 있는가”라는 긍정적 소비행동 경험을 묻는 질문에 대해 “실제로 해 본 경험이 있다” 고 답한 비율을 비교해 보면 선진국 내에서도 편차가 컸다(그림9 좌측). 대체로 비유럽 영미형 자본주의 나라들에서는 과반 전후의 높은 응답이 나타났다. 반면 유럽의 선진국들은 긍정적 소비행동 수준이 낮게 나타났다. 프랑스(36%), 그리스(35%)가 중간 수준이었고, 독일에서는 13%, 스페인 13%, 터키 8%, 멕시코 8%로 나타났다.

 

[그림9] 국가별 윤리적 소비행동: 긍정적 소비행동과 부정적 소비행동(%)

 

자료: GlobeScan·동아시아연구원·사회적기업연구소 RADAR2013 국제조사 (Q13At, Q_16At)

 

반면 후발개도국의 경우 나이지리아(51%), 케냐(33%) 정도를 제외하면 윤리적 소비행동이 매우 저조했다. 신흥 경제강국들인 인도(21%), 중국(14%), 러시아(14%), 브라질(12%)도 10~20% 수준에 머물렀고, 인도네시아와 칠레는 각각8%,5%의 응답을 기록했다.

 

한편, “지난 1년 동안,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기업에 대해 그 회사의 제품을 구입하지 않거나 다른 사람에게 나쁘게 말하고자 한 적이 있는가”라는 부정적 소비행동 경험을 물어본 결과 긍정적 소비행동에 비해 다소 낮았지만, 대체로 비슷한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그림9 우측). 호주(46%), 영국(40%), 미국(38%), 캐 나다(37%), 그리스(37%), 프랑스(33%) 등 영미형 자본주의 국가들과 유럽 일부 OECD 국가에서 불매/비판 경험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한국도 29% 로 CSR을 잣대로 한 불매/비판의 소비행동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에 속했다. 같은 OECD 국가들 중 독일(15%), 스페인(9%), 멕시코(9%), 터키(8%)는 긍정적 소비행동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부정적 소비행동 비율도 매우 저조했다. 그러나 신흥개발도상국의 경우 나이지리아, 케냐 등이 긍정적 소비 행동에서 비교적 높은 수준을 보여주었던 것과 달리 부정적 차원에서의 윤리적 소비행동 경험은 10% 중후반대로 나타났다.

 

소비자 행동에 의한 시장규율과 정부규제에 대한 인식유형

 

기업의 CSR 활동을 강제하는 기제로서 소비자 행동의 성숙도에서 국가 간 차이가 존재하고,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정부규제에 의한CSR 규율 방식에 대해서도 다양한 인식 편차를 확인할 수 있었다. 예상대로 개발도상국가에서는 윤리적 소비활동이 활성화되지 못한 대신 정부규제 여론이 강하게 나타났다. OECD 선진국들은 윤리적 소비활동 수준이 높고, 정부규제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거부감이 큰 것으로 나타났지만, 절대적인 수치로 보면 한국은 물론 호주, 캐나다, 영국 등에서 정부규제 방식에 의한 CSR 규율에 동의하는 여론이 과반을 넘었고, 독일, 스페인 등은 윤리적 소비행동의 수준이 개발도상국가 수준에 머무는 등 적지 않은 편차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CSR 규율 방식에 대한 각국의 여론분포를 보다 체계적으로 분류하기 위해 CSR 규율의 기본인 정부규제 방식과 윤리적 소비행동에 의한 규율 방식을 교차하여 조사대상 국가들의 인식 유형을 비교해 보기로 한다. 즉, CSR 정부규제에 대한 찬반인식과 윤리적 소비행동의 성숙여부를 교차하면, (1) CSR 정부규제여론은 강하지만, 윤리적 소비행동은 약한 유형 (2) CSR 정부규제여론도 강하고, 윤리적 소비행동도 강한 유형 (3) CSR 정부규제여론도 약하고, 윤리적 소비 행동도 약한 유형 (4) CSR 정부규제여론은 약하지만, 윤리적 소비행동은 강한 유형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1) 유형이 정부규제형 CSR 규율 방식이 되는 셈이며, (4) 유형이 시장중심, 소비자 행동에 의한 규율 방식이 되는 셈이다. (2)는 정부와 시장 규율 모두가 강한 이중 규율이 작동하는 유형이며 (3)은 정부와 시장 규율 양자 모두 약한 유형으로 제3의 규율(예를 들어 사회적 조정기제)이 작동하거나 반대로 기업에 대한 규율 기제가 전혀 작동하지 않는 경우일 수 있다.

 

[그림10]을 보면, CSR 규율 방식에 대한 인식이 국가군별로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중국, 인도네시아, 인도, 브라질, 아프리카의 신흥국가들은 대체로 윤리적 소비행동이 미약하고 CSR 정부규제 동의 정도가 높은 (1) 유형(좌상단 원형 표식)에 포진되어 있다. 주목할 점은 OECD 국가 내에서도 시장 자유주의가 상대적으로 성숙되지 않은 칠레, 멕시코, 터키 등이 (1) 유형에 포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시장자 유주의적 전통이 강한 국가(liberal market economy, LMEs)들은 소비자 행동이 강하지만 CSR에 관한 정부규제 찬성여론은 상대적으로 낮은 (4) 유형(우하단 다이아몬드 표식)에 속하는 경우가 많았다. 앞서 본 것처럼 호주, 캐나다, 영국의 경우 예상대로 윤리적 소비행동이 가장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동시에 정부규제에 의한 CSR 규율 찬성도 과반 이상으로 높아 미국, 프랑스, 그리스와는 차이가 있었다. 한편, 한국과 나이지리아는 윤리적 소비행동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은 아니지만, 정부규제형 CSR 규율에 대한 찬성여론은 매우 높아 (2) 유형에 가까웠다. 반면 사회적 시장경제 혹은 조정된 시장 경제(coordinated market economy, CMEs)로 분류되는 독일이나 시장이 취약한 러시아, 스페인의 경우는 윤리적 소비행동도 미약하고 정부에 의한 CSR 규제에도 소극적인 (3) 유형에 속하는 국가로 분류된다.

 

결과적으로 자유주의적 시장경제가 활성화된 국가나 후발 개발도상국들의 경우 규율 방식에 대한 나름의 사회적 합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유주의적 시장경제가 아직 덜 성숙하거나 사회적 경제영역이 큰 나라들에서는 영미형 시장자유주의 국가들이나 후발 개발도상국과는 다른 인식 편차가 확인되었다.

 

[그림10] 윤리적 소비행동 대비 CSR 정부규제 동의 비율로 본 CSR 규율 인식유형(%)

 

자료: GlobeScan·동아시아연구원·사회적기업연구소 RADAR2013 국제조사(Q13At, Q_16At)

 

맺으며 : 표준화에서 CSR 인식의 다양성으로

 

이상으로 GlobeScan·동아시아연구원·사회적기업연구소가 공동으로 진행한 국제조사의 주요 결과를 중심으로 세계 각국의CSR 인식유형을 살펴보았다. 본 보고서의 주요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CSR의 사회적 인프라라 할 수 있는 대기업에 대한 신뢰도를 살펴보면, 경제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국가들과 현재의 경제발전수준은 떨어지지만 높은 경제성장율을 기록하고 있는 개발도상국 중심으로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높게 나타났다. 반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 위치한 국가들에서는 오히려 기업에 대한 신뢰기반이 취약한 U자형 분포를 보여주었다.

 

둘째, 과거의 CSR 개념을 둘러싼 논란, 즉, 경제적, 법적 책임을 강조하는 CSR 대 보다 높은 수준의 윤리적,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규범적 CSR간의 대결구도는 주로 후발 개발도상국에서 유지되는 반면,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에서는 규범적 CSR론 대 사회적 책임과 경제적 책임의 통합을 강조하는 CSV 친화적 CSR론의 논쟁구도로 바뀌었다. 규범적인 CSR론은 주로 기업에 대한 불신이 강한 국가들에서 지지되는 반면, CSV 친화적인 CSR론은 기업에 대한 신뢰기반이 갖춰진 국가들에서 높은 지지를 받는 패턴을 보였다.

 

셋째, CSR 추진 방식에 해당하는 정부규제에 대한 인식은 경제발전수준과 해당국가의 경제유형에 따라 큰 편차를 보여주었다. 개발도상국들의 경우 대기업에 대한 높은 신뢰에도 불구하고 정부에 의한 CSR 규제에 대해 높은 지지를 보인 반면, OECD 선진국 중에서도 시장자유주의 성향이 강한 국가들에서는 상대적으로 정부에 의한 CSR 규제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한국을 비롯하여OECD 국가 중에서 경제발전수준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시장자유주의의 전통이 약한 나라들에서는 CSR에 대한 정부규제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여주었다.

 

넷째, CSR 정부규제와 소비자의 윤리적 소비행동을 통한 시장규율 관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살펴본 결과, 보다 다양한 인식편차가 확인되었다. 무엇보다 시장자유주의가 강한 영미형 국가에서는 예상대로 정부규제에 부정적인 대신 윤리적 소비행동이 상당히 활성화된 반면, 개발도상국가들에서는 정부규제에 긍정적이지만 윤리적 소비 행동은 위축되어 있었다. 하지만, 한국과 영미형 자유주의적 시장경제 국가에 속하는 호주의 경우에는 강한 정부 규제에 대한 동의와 함께 만만치 않은 윤리적 소비행동의 압력이 이중으로 작동하는 유형에 속하였다. 반대로 독일과 러시아, 스페인처럼 정부규제에도 부정적이고, 윤리적 소비행동도 활성화되지 않은 나라 유형도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다음과 같은 중요한 함의를 던져준다. 무엇보다 CSR 관련 주요 쟁점에 대한 국제사회의 여론이 특정 방향으로 수렴되기 보다는 다양한 인식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CSR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획일적인 논의 대신 각국의 인식특성에 맞는 CSR의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해진 것이다. 이는 국제표준화 (ISO 26000,GRI, Global Compact 등) 논의의 결과를 획일화된 방식으로 각국에 적용하는 것이 CSR을 진전시키는 데 오히려 장애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한국의 경우 서구 선진 자본주의국가들과 후발 개발도상국들 사이에 위치한 중견국으로서 양 진영의 인식 분포와는 다른 유형을 보여주고 있다. 대기업 신뢰도는 23개국 중 가장낮았고, CSR 규제방식에 있어서도 정부규제형 접근법에 대한 지지가 가장 높게 나타나 경제발전수준에 비해 규제형 CSR 인식이 강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상의 논의를 바탕으로 한국이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CSR, 선진국 모델에 기반한CSR 단계로 진입하기 위한 과제를 정리해보면, 무엇보다. 규범적 CSR론 대신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공유하는 CSV 친화적 인식이 보다 더 넓게 확산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 발전 및 성숙과 함께 기업에 대한 신뢰기반 확대 가 시급하다. 윤리적 소비행동을 통해 CSR을 자율적으로 규율, 조정하는 기반이 형성되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CSR을 실천해 나갈 때 기업 신뢰도가 배가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CSV에 대한 인식 정도가 규범적 CSR론과 거의 유사한 수준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어 정부, 기업, 사회의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기업 신뢰를 확보한다면, 지속 가능한 CSR, CSV의 실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에 대한 믿음이 충분할 때 국민들은 기업 본연의 역할과 더불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할 것을 요구하게 되고 기업들은 이에 영향을 받아 사회 변화를 이끌 수 있는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하게 된다. 즉, 기업과 사회가 공생하는 CSR의 실현을 통해 사회 혁신 및 지속가능발전을 가능케 하고 이는 궁극적으로 기업 신뢰를 높여 CSV가 적극 실현될 수 있는 선순환 체계를 형성하게 된다.

 

 


 

 

본 보고서의 주장과 내용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공동 연구기관인 동아시아연구원과 사회적기업연구소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본 보고서의 데이터를 인용하실 때는“GlobeScan·동아시아연구원·사회적기업연구소 조사”임을 명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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