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RADAR 한국조사 주요결과

 

들어가며

 

본 보고서는 국제여론조사 기관인 GlobeScan이 주관하고 동아시아연구원(EAI)과 사회적기업연구소가 한국에서의 조사연구 책임기관으로 참여하여 진행한 26개국 국제CSR인식조사 중 한국 조사결과를 분석한 결과이다.

 

한국사회에 CSR 개념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확산된 직접적인 계기는 무엇보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CSR을 국제적으로 규범화하고 표준화려는 시도가 국내 언론을 통해 소개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CSR 10대 활동원칙을 주장한 유엔의 지구협약(Global Compact), 국제표준화기구의 사회적책임 세계표준(ISO 26000), 기업의 지속가능보고서 표준(GRI: Global Reporting Initiative) 등을 들 수 있다. 이 과정에서캐롤(Carroll) 등 전통적인 CSR이론가들의 이론들과 해외 기업들의 CSR 사례들이 언론에 소개되면서 사회적인 관심사가 되었다. 기업들도 변화된 국제적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CSR에 대한 관심과 대응을 시작했던 것이 사실이다 (Carroll 1999; 박수정∙차희원 2009; 고동수 2011).

 

그 동안 CSR의 긍정적 측면만 부각하는 경향이 강했고, CSR개념이 한국사회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과 한계에 대해서는 이론적, 경험적 논의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Orlitzky et al. 2003). CSR의 밝은 면을 강조하는 것은 그 개념의 도입과정에서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고, 실제로 CSR논의 확산에 긍정적 기여를 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CSR 논의가 도입된 지 10년 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 한국 CSR이 제대로 방향을 잡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작용과 딜레마적 상황에 대해 한국사회가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갖고 있는 지 의문이다.

 

본 보고서는2013년 GlobeScan∙동아시아연구원∙사회적기업연구소의 RADAR 2013의 한국 조사결과를 토대로 본 한국CSR 논의와 실천과정에서 제기되는 딜레마적 상황을인식 차원에서 진단하고자 한다. 현재 한국 CSR이 직면하고 있는 딜레마 상황을 크게 (1) 대기업 불신 심화 (2) CSR 규제여론의 강화 (3) 소비자의 CSR 소비행동의 약화 (4) CSR 커뮤니케이션의 위축이라는 네 가지 차원에서 정리한다. 이를 통해 한국 국민여론을 통해 발견되고 있는 한국 CSR이 처한 불편한 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문제해결의 솔루션을 찾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어야 할 상황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딜레마1: 사회공헌 3조 시대, 커지는 대기업 불신

 

기업의 사회공헌 지출 3조 시대

 

한국사회에 CSR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00년대 초반 이래 한국의 대기업을 중심으로 사회공헌 지출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전경련 <사회공헌백서>에 따르면 2002년 202개사의 사회공헌지출 총액이 1조 870억원에 불과했던 것이 10년이 지난 2011년에는 222개사의 사회공헌지출 총액이 3조 1,240억 원에 달했다. 명실상부한 사회공헌 3조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그림1). 기업당 사회공헌 지출액을 기준으로 보면 2002-2005년까지 1개 기업당 평균 50억 대 지출을 했지만, CSR 논의가 본격화되는 2006년 전후로 89억 수준으로 급증했고, 2008년도에는 100억을 넘어섰고, 2011년 집계결과에서는 140억 7천만원 수준까지 상승했다(표1).

 

이러한 수치는 일본 기업들에 비해 높은 수준으로 알려지고 있다. 2011년 기준 세전 이익대비 사회공헌 비중은 3.20%로 일본 대기업(364개) 2.73% 보다 높은 수준이며, 매출액 대비 사회공헌 비중을 봐도 2011년 한국의 222개사 평균 0.26%으로, 일본의 428개사 0.24% 보다 높은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전경련 사회공헌백서 2012).

 

[그림1] 대기업 사회공헌 지출 총액(조) 및 매출액 대비 지출비율(%)

 

 

주: 괄호안의 수치는 조사 기업 수

 

[표1] 전경련 조사참여 기업 평균 사회공헌 지출 규모 (단위: 억)

 

 

자료: 전경련 <사회공헌백서> (2012)를 기준으로 필자가 재구성

 

“대기업 신뢰한다” 2012년 44% ⇒ 2013년 38%

 

주목할 점은 한국 대기업들의 CSR 관련 지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이러한 노력이 기업의 평판과 이미지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림 2]의 기관신뢰도 평가를 보면 2012년에 비해 국제기구, 학술기관, NGO들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평가를 받고 있고, 대기업에 비해 낮은 평가를 받았던 한국정부, 한국 언론/대중매체에 대한 신뢰도는 상승했다. 반면 한국 대기업은 2013년 조사에서 조사대상 기관 중 유일하게 신뢰도가 하락하여 최하위를 기록했다. 2013년 조사결과를 보면, 새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전년대비 6% 포인트 상승한 48%, 국내진출한 해외 기업이 45%, 언론/대중매체의 경우 41%가 신뢰한다고 답했지만, 국내 대기업에 대해서는 전년 대비 6% 포인트 하락한 38%에 그쳤다.

 

[그림2] 제도신뢰 변화: 2012년-2013년 (%)

 

자료: GlobeScan∙동아시아연구원∙사회적기업연구소 한국조사(2013), Q 1At (n=502).

 

업종별 CSR 평판, 하향평준화

 

[그림3]의 업종별 CSR 평판조사 결과를 봐도 2012년 이후 “하향평준화” 경향이 확인된다. 2012년 이전까지 첨단IT 산업, 통신산업, 전력과 자동차산업 등 한국 경제의 중추를 담당하는 업종의 대기업들이 한국기업의 CSR 평판을 주도하고 석유/정유, 화학, 광업과 같은 환경유해 업종과 주류, 담배 등 건강유해업종, 은행/금융 같은 서민경제에 비우호적인 업종들이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등 뚜렷한 평판의 차이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사회공헌 활동 및 윤리경영을 강조하며 적지 않은 CSR 비용을 지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13년 조사에서 그 동안 선두주자 역할을 했던 IT 통신 분야, 전력과 자동차 산업 분야 기업들에 대한 평판도가 크게 하락하고, CSR에 대한 부정적 평판을 받던 업종들도 제자리 걸음을 하면서 전반적으로 하향평준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체적으로 CSR 평판이 악화되고 있으며, 업종별 CSR 활동에 대한 평가에서의 차별성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기업으로 하여금 CSR 활동에 대한 적극적인 동기부여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림3] 업종별 대기업의 CSR 평판: “잘하고 있다”는 비율(%)

 

자료: GlobeScan∙동아시아연구원∙사회적기업연구소 한국조사(2013), Q23Bt (n=498).

 

진정성 위기: “기업의 CSR활동은 이미지 개선 위해서다” 80%

 

기업의 CSR 활동 강화에도 불구하고 CSR 평판이 하향 평준화되고 대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는 주된 원인은 기업의 경제적 이윤 추구와 사회적 책임을 서로 상충하는 가치로 이해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중이 CSR의 동기를 어떻게 인식하느냐가 CSR에 대한 태도와 구매의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귀인이론(attribution theory)에 따르면 사회구성원들이 CSR 활동을 기업들의 자기이익 실현을 위한 위선적인 태도로치부할경우 CSR 평가가 악화되기 마련이다(박수정∙차희원 2009; 안보섭∙권근혜 2005).

 

2012년 조사에서 “대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이유는 진정으로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업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서다”라는 주장에 대해 39%가 매우 동의, 41%가 대체로 동의하여 전체 응답자의 80%가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활동의 진정성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CSR 활동과 기업의 경제적 가치 추구(이미지 개선)를 서로 대립하는 것으로 전제하는 질문이다.

 

최근 기업의 경제적 가치(평판과 이미지 개선)와 사회적 가치의 실현이라는 목표는 공유 가능한 가치라고 주장하는 포터와 크래이머의“CSV(creating shared values)” 개념에 대한 공감이 커지고 있는 것은 기업의 경제적 이익과 사회적 가치추구를 이분법적으로 구별해온 기존 CSR 개념의 한계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Porter and Kramer 2011). 그러나 [그림4]처럼 CSR의 진정성에 대한 불신은 여전히 기업의 CSR활동과 기업 이미지 개선이라는 경제적 목적을 대립적으로 이해하는 기존의 관점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지 못함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의 CSR개념을 포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인식상의 장애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림4] 기업의 사회적 책임활동의 목적(%)

 

 

자료: GlobeScan∙동아시아연구원∙사회적기업연구소한국조사(2012)

 

 

딜레마2: CSR 규제 강화 여론 급증

 

“정부가 CSR 촉진하는 법 제정해야 한다” 2008년 44% ⇒ 2013년 84%

 

CSR을 기업과 사회의 자발적 노력을 통해 추진해나가기 보다는 정부의 법적 규제를 통해 진행해야 한다는 규제여론도 크게 강화되고 있다.지속가능한 CSR이 되려면 경제적, 법적 책임과 함께 윤리적 규범과 자발성(voluntarism)에 기초한 자기 규제(self-regulation)가 작동해야 한다(Carroll 1999; Sethi 2003; Vogel 2008).

 

[그림5]에서 정부는 제품의 가격이 오르거나 일자리가 줄더라도 대기업들이 전통적으로 해온 경제적인 역할을 뛰어넘어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도록 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본 결과 2000년대 초반만 해도 CSR규제론에 대한 찬반이 팽팽히 맞섰다. 2002년~2005년까지는 찬성여론이 47~51%, 반대여론이 44~51%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이다. 2006년 들어와 정부의 CSR 규제법안에 대한 찬성여론이 63%까지 올랐지만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경제적 위기감이 커지면서 기업들에 부담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여론이 증가했다. 이에 CSR 정부규제에 대한 지지가 44%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2010년 들어와 CSR을 기업의 자발적 책임으로 인식하기 보다 정부규제를 통해서라도 확산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83%로 치솟았다. 2013년 조사에서는 84%까지 상승했다.

 

이러한 규제여론의 급상승은 CSR의 조속한 확산에 대한 강한 기대감이 작용한 결과이자 최근 강화되고 있는 대기업의 CSR에 대한 불신이 함께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또한 이 시기에 한국에서 경제위기가 어느 정도 극복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보편복지 및 경제민주화 논쟁이 선거 쟁점으로 떠오르는 환경이었음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림5] CSR 추진전략: 정부의 CSR 강화 법안 제정에 대한 태도(%)

 

 

자료: GlobeScan∙동아시아연구원∙사회적기업연구소한국조사(2013), Q8At_dt (n=502).

 

[표2] 정부의 CSR 강화 법안 제정에 대한 각 국 태도(%)

 

 

자료: GlobeScan, Q8At_dt

주: 조사참가국 26개국 중 일본과 폴란드에서는 본 문항 조사를 진행하지 않음.

 

 

딜레마3: 소비자의 양면성, 인식과 실천의 괴리

 

사회책임윤리와 윤리적 소비인식의 성숙

 

2000년대 이후 한국사회에 CSR 논의가 본격적으로 부상한 이래 국민들 스스로 사회적 책임을 공유하고 분담하겠다는 소비자의 사회적 책임윤리의식도 성숙하고 있다. “나는 다음 세대를 위해 환경을 보전하려면 우리가 소비를 덜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주장에 84%가 동의하고, “나는 사회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제품에 대해서 더 많은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는 인식도 77%에 달했다. 소비자로서의 사회책임에 대한 인식전환이 크게 일어났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사회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제품을 사라고 권유한다”라는 윤리적 소비행동에 대해서도 66%가 공감을 표했고, “나는 내가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죄책감을 느낀다”는 소비자 사회책임에 대한 자성 여론도 58%에 달했다.

 

[그림6] 소비자의 사회적 책임 윤리: 동의비율(%)

자료: GlobeScan∙동아시아연구원∙사회적기업연구소한국조사(2013), 9t_at), dt), et), ft) (n=1,000).

 

[그림7]처럼 기업의 CSR 활동에 대해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효능감(efficacy)과 기업의 CSR활동을 평가 근거로한 소비자 구매의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효능감은 대중의 해당 이슈에 대한 관심과 행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심리적 자신감을 의미한다(Scholzman 2002; Verba et al. 1995). 이러한 CSR에 대한 기대감과 자신감의 상승은 한 사회의 CSR 실천의 수준을 높이는 필수조건 중의 하나다(Sethi 2003). 한국에서 CSR에 대한 사회적 압력이 지속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소비자로서, 나는 기업이 책임감있게 행동하도록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72%가 동의함으로써 높은 CSR 효능감을 보여주었다. 나는 윤리적이고 책임감 있는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만 구매한다”는 윤리적 소비의향에 대해서도 67%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이러한 의도를 실현할 수 있을 정도로 “CSR을 고려하여 출시된 제품이나 서비스의 공급도 충분하다”는 인식도 57%가 동의함으로써 CSR을 고려한 제품/서비스가 CSR 소비행동을 상당부분 뒷받침하고 있다는 인식이 다수 의견이다.

 

[그림7] 윤리적 소비주의(ethical consumerism) 인식(%)

 

자료: GlobeScan∙동아시아연구원∙사회적기업연구소한국조사(2013), 8t_at), bt), ct) (n=1,000).

 

윤리적 소비행동(ethical behaviorism)의 위축

 

윤리적 소비자 인식과 효능감은 커지는데 실제의실천 영역에서 기업의 CSR활동에 근거한 윤리적 소비행동(ethical behaviorism)은 오히려 위축되고 있다는 점도 딜레마이다. 윤리적 소비행동이 CSR 의 확산과 정착에 중요한 이유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정부의 규제와 같은 외부의 강제가 의해서가 아닌 시민규율(civic regulation)에 의해 기업 스스로 CSR활동에 자발적으로 순응(compliance)하게 함으로써 CSR의 정당성을 강화하기 때문이다. 또한 윤리적 소비행동은 CSR 활동과 시장에서의 경제적 이익을 연결시키는 기제 중의 하나이므로 중요하다.

 

윤리적 소비행동의 대표적인 사례는 CSR을 잘하는 기업에 대한 평가의 전파 및 해당 기업 제품/서비스의 구매/불매 등의 직접적인 소비선택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림8]을 보면 CSR을 잘못하는 기업에 대해 불매하거나 비판적 구전활동을 진행해본 경험이 있다는 여론이 2008년 CSR 확산기에는 지속적으로 상승했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28%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대로 CSR을 잘하는 기업 제품을 실제로 구매하거나 추천해본 경험 역시 2009년 조사에서 45% 수준까지 높아졌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37% 수준으로 하락했다.

 

기업의 CSR활동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공유하는 CSV 개념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부나 법적인 강제가 아닌 경제적 활동에서의 CSR소비활동을 통해 시장에서의 이미지와 평판의 제고라는 경제적 인센티브와 연결되어야 한다. 법적인 강제만으로 지속가능한 CSR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소비자들의 CSR소비행동이 위축될 경우 기업의 CSR 활동에 대한 동기부여 및 사회적 압력의 약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Vogel 2008).

 

[그림8] CSR 소비행동 변화: 상벌 경험(%)

 

자료: GlobeScan∙동아시아연구원∙사회적기업연구소한국조사(2013), 13At(n=502), 16t(n=1,000)

 

 

딜레마4: CSR 커뮤니케이션 통로가 없다

 

개별기업 CSR 활동, “보거나 들어본 적 없다” 65%

 

한국 국민들의 CSR 인식에서 나타나는 또 다른 딜레마는 사회적으로 CSR에 대한 관심과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커지지만 정작 각 기업들의실제 사회적 책임활동에 대한 정보접촉 빈도는 줄고 있다는 점이다. 2006년 조사에서 “특정 기업이 사회발전과 환경보호, 사회환원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지난 한 해 동안 얼마나 들어보거나 읽어보셨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2006년 조사에서 61%(매우 많음 5%+ 몇 번 있음 56%)가 CSR 활동 정보를 접촉했다고 답했지만, 2010년 조사에서는 정보접촉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41%(매우 많음 6%+몇 번 있음 35%)로 크게 급감했다. 2013년 조사에서도 이러한 추세가 유지되어 기업의 CSR활동 정보를 접해본 경험이 많이 있다는 응답이 6%, 몇 번 있다는 응답이 29%로 35% 수준까지 떨어졌다. 별로 없다는 응답은 55%, 전혀 없다는 응답도 10%로 65%는 부정적인 응답을 했다.

 

[그림9] CSR 정보취득 매체 및 인터넷 매체 중 주요 이용 통로(%)

 

자료: GlobeScan∙동아시아연구원∙사회적기업연구소한국조사(2013), 10t (n=498)

 

커뮤니케이션 매체도 문제, CSR보고서 효과 미미

 

현재 대부분의 기업들이 ISO26000, GRI 지속가능보고서, 유엔 글로벌컴팩트 등이 제시하는 국제표준 가이드라인에 맞춰 자신의 CSR 활동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으며, 이러한 보고서 작성과 홈페이지를 통한 CSR 활동 소개가주요 기업의 CSR 담당부서의 주 업무로 볼 수 있다(박철∙강유리 2012; 이장원 2007). 소비자들과의 CSR 커뮤니케이션의 주된 통로가 CSR 보고서나 CSR 관련 홈페이지가 되는 셈이다. 그러나 [그림9]에서 기업의 CSR 활동에 대한 소식을 접해 본 적이 있다고 답한 176명 중 국민들 대다수가 기업의 CSR 활동에 대해 정보를 수집하는 매체로 언론의 뉴스보도(85%), 기업광고(62%), 인터넷 매체(55%)를 꼽았다. 기업이 중시하고 있는 기업의 CSR 발간물이나 보고서를 통해 정보를 얻는다는 응답은 35%로 지인(친구, 가족)을 통해 구전되는 수준(32%)에 불과했다(중복응답 결과).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는다는 응답자(97명)들이 주로 의존하는 인터넷 매체는 역시 인터넷 언론기사였다(중복응답 결과). 인터넷 기사에 의존한다는 응답이 CSR 정보취득 매체로 인터넷을 꼽은 응답자의 80%로 압도적이다. 반면 SNS에 의존한다는 응답은 22%, 해당 기업의 홈페이지를 활용한다는 응답자는 18%에 불과했다.결국 커뮤니케이션의 관점에서 보면 소비자들은 기업들의 CSR 커뮤니케이션이 주로 온라인, 오프라인 언론매체와 광고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시급히 개선해야 할 지점으로 보인다. 기업과 소비자간의 직접적인 쌍방향 소통의 매체와 방식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림10] CSR정보 취득 매체 및 인터넷 매체 중 주요 이용 통로(%)

자료: GlobeScan∙동아시아연구원∙사회적기업연구소한국조사(2013), 11t_at)-ft) (n=176), 13t(n=98)

 

 

맺으며

 

이상으로 GlobeScan∙동아시아연구원∙사회적기업연구소의 한국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국 국민들의 CSR 인식에서 나타나는 딜레마적 상황을 살펴보았다. 주요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사회적 책임활동을 강화하고 관련 지출을 늘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에 대한 불신이 심화되고 있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전후로 사회적 공헌 활동이 기업에 경제적으로 부담이 될 경우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활동을 다소 줄이더라도 이해하겠다는 비즈니스 친화적 태도가 급격하게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정한울∙정원칠 2009).

 

둘째, 이러한 불신은 CSR을 기업의 자발적 노력이 아닌 정부의 법적 규제를 통해 추진해야 한다는 규제론을 강화시키고 있다. CSR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기업시민(corporate citizenship)’의식에 기초한 자발적 책임감과 사회적 가치추구가 자신의 경제적 이익실현 활동과 접목될 수 있다는 공유가치창출(creating shared values)의 관점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현재와 같은 기업불신과 CSR규제여론은 이 같은 인식전환에 상당한 장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셋째, 2000년대 초반 CSR논의의 도입과 확산과정에서 사회구성원들 사이에 사회책임윤리가 강화되고 있으며, CSR 소비행동의식과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기업의 CSR 활동을 기준으로 자신의 소비행동과 기업의 CSR 활동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윤리적 소비행동주의는 오히려 약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일종의 인식과 실천 사이의 괴리현상이다. 기업의 CSR을 경제적 이익을 쫓기 위한 위선적 행위로 인식하는 경향이 늘어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소비자 역시 CSR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자신들의 소비자 행동을 통해 기업에 대한 시민규율(civic regulation)에 나서지는 않고 있는 셈이다.

 

넷째, 소비자들과 사회구성원들에게 개별 기업들의 CSR 활동에 대한 정보가 원활하게 제공되지 못하는 것도 문제이다. 200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기업의 CSR 관련 정보의 접촉 빈도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소비자와 사회구성원들 스스로의 정보취득노력이 약화된 요인도 있겠지만, 기업들의 CSR 활동에 대해 쌍방향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매체 부족의 문제도 확인되었다.

 

2013년 조사결과를 종합하면 지금까지의 CSR 도입기에 형성된 CSR을 바라보는 한국사회의 관점, 기업들이 CSR 수요에 대응하는 방식, 소비자들의 CSR 인식과 행태 전반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특히, 국민들이 CSR에 대해 정부 규제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은 국민들이 기대하는 CSR의 수준과 기업이 이행하는 CSR에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예를 들어, 국민들이 보다 거시적인 시각에서 사회, 국가의 발전을 유도할 수 있는 CSR을 원한다면, 기업들은 여전히 글로벌 규범이 요구하는 수준에서 CSR을 이행하는 경향이 높다. 이에 지금까지의 CSR은 단기적인 마케팅 전략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CSR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정부가 기업의 CSR 활동에 대하여 경제적 인센티브 제공,교육∙홍보, 네트워크의 장 마련 등을 다각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자발적으로 CSR이 이루어질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여야 한다. 사회와 국가의 발전이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CSR에 관한 정부-기업 간의 긴밀한 협력이 이루어질 때, 국민들도 CSR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고 윤리적 소비 등 직접적인 행동을 보이게 된다. 즉, CSR을 둘러싼 정부-기업-국민 간의 선순환 구조를 형성함으로써 지속가능한 CSR, 기업과 사회가 공생하는 CSR을 이끌어 나갈 수 있다. 이것이 현재 나타나고 있는 CSR의 딜레마를 극복하는 첫 단추가 될 것이다.

 

 


 

 

본 보고서의 주장과 내용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공동연구기관인 동아시아연구원과 사회적기업연구소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본 보고서의 데이터를 인용하실 때는 “GlobeScan(혹은 글로브스캔)∙사회적기업연구소∙동아시아연구원(혹은 EAI) 조사”임을 명시해주시기 바랍니다.

 

 

6대 프로젝트

세부사업

미래혁신과 거버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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