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들어가며

 

기업은 사회적 책임활동(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해야 하는가. CSR을 바라보는 입장이 다름에 따라 이에 대한 논쟁이 분분하다. CSR을 반대하는 측은 “사회적 책임감을 지닌 기업이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환상은 착각일 뿐이다(Chamberlain, 1973).”라고 주장하며, CSR의 효과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기업은 이윤 극대화를 통해 지역 및 국가경제에 이바지하는 것만으로도 국민에게 경제적 복지를 제공하기 때문에 그 책임을 다하는 것이며, 기업의 CSR이 오히려 기업 및 지역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그에 대한 근거로 첫째,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면, ‘사회적 비용의 내부화’로 인하여 비용이 증가하고 이윤이 감소하여 기업의 존속을 위태롭게 한다는 것이다(Pave & Krausz, 1996). 둘째, 이는 주주에 대한 봉사자라는 경영자 고유의 책임을 벗어난 탈선행위가 되고, 셋째, CSR을 강요하다 보면 국가가 법률적 규제와 행정적 압력을 통해 기업의 모든 활동에 개입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고자 정경유착이나 관변기업으로의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지적한다.

 

반면, CSR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David S. Ford가 “우리가 이 일을 하는 이유는 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한 것처럼 CSR의 도덕적·윤리적 당위성에 대해서 논한다. 현대사회에서 대기업의 권력은 방대하며, 그 권력은 사회공익을 위하여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대기업의 권력에 상응하는 만큼 그것에 대한 책임의식이 있어야 한다(송호신, 2010: 149). 최근에는 이 뿐만 아니라 기업의 CSR이라는 개념을 확대하여 지역사회에 호혜를 베풀거나 지켜야만 하는 의무가 아닌 전략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실시해야하는 필수적인 활동임을 주장하고 있다. Landon & Smith(1997)은 기업의 CSR이 기업의 좋은 평판을 낳아 경영성과를 개선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것을 밝혀냄으로써 CSR의 효과를 주장하였으며, Margolis et al.(2007)은 기업의 사회적 성과(Corporate Social Performance)와 재무성과 간의 정(+)의 관계가 있음을 발견하였다.

 

국제사회에서도 UN의 글로벌컴팩트, 국제표준화기구의 사회적 책임 세계표준(ISO 26000), 기업의 지속가능보고서 표준(GRI: Global Reporting Initiative)을 만드는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긍정적인 면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대 이후, 기업의 CSR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실제 기업에서의 사회공헌지출이 증가하고 있다. 전경련의 「사회공헌백서」에 의하면, 대기업 사회공헌 지출이 2002년부터 2011년까지 10년 동안 1조 870억원에서 약 3배가 증가한 3조 1,240억원에 이르렀다고 보고하고 있다.

 

본 보고서에서는 GlobeScan·동아시아연구원·사회적기업연구소에서 공동으로 조사한 의 한국조사결과를 활용하여 우리나라 국민들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으며, 우리나라 기업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살펴보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하는지 고민해보고자 한다. 특히, 한국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활동이 왜 중요하고, 기업의 지속성을 위해 사회적 기업화 전략이 필요한지에 대한 근거를 찾아보고, 현재 기업의 CSR이 어느 수준에 머물러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았다.

 

Ⅱ.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국민의 인식

 

1.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국민의 요구

 

1990년대 말, 세계 100대 기업 중 민간기업이 51개, 국영기업이 49개임에 따라 민간기업의 권력 및 영향력이 중앙정부를 앞섰다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Anderson & Cavanagh, 2000). 우리나라의 경우도 2014년 현재, 100대 기업 중 국영기업보다 민간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 이런 객관적 지표 외에 국민들이 기대하고 있는 기업의 사회적 영향력 및 역할은 다음과 같이 나타났다. 경제적, 사회적 정의와 평등의 문제가 발생할 때, 그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국민의 16%가 정부(51%) 다음으로 대기업을 지목했고, 이에 대한 해결주체도 정부(59%) 다음으로 대기업(20%)이 두 번째로 꼽혔다. 사회문제발생 책임자로서는 35%p, 해결주체로서는 39%p 정도로 정부와 대기업 간의 차이가 크게 나타나긴 하지만, 이 결과만으로도 대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요구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기업이 사회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하나의 주체로서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행동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이다.

 

<그림 1> 사회문제 발생의 책임 대상 및 해결 주체(%)

 

자료 : GlobeScan·동아시아연구원·사회적기업연구소 RADAR 2014 국제조사(Q29, Q30)

 

기업이 책임져야 한다고 인식하는 사회적 역할을 분야별로 살펴보면, 국민들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어느 범위까지 인지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2005년부터 2011년까지 대기업이 책임져야 하는 일이 무엇인가에 대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경제안정, 빈부격차 감소, 값싸고 질 좋은 상품의 개발과 같이 기업의 이윤을 위한 활동으로써 가능한 기업의 경제적인 측면의 역할에 대한 인식은 비슷하거나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환경 보호, 기업의 윤리적 기준을 세워 경영하는 것, 자선활동 및 사회사업 지원, 지역사회의 교육이나 기술훈련 지원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활동에 대해서는 점차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환경보호는 2005년 70%에서 2011년에는 16%p 증가한 86%의 국민이 대기업이 책임져야 한다고 응답하여 가장 중요한 기업의 역할로 꼽혔으며, 윤리적 기준은 18%p, 자선활동 및 사회사업 지원은 12%p 정도 증가하였다. 이를 통해 국민의 입장에서 기업은 이윤 극대화를 통한 수익창출로써 사회에 기여하는 것보다 점차 윤리 도덕적인 행동을 포함하여 기업의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인식되고 있으며, 그 사회적 책임의 범위가 환경, 지역사회 교육까지 확장되어 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림 2> 대기업의 역할에 대한 인식 변화(%)

 

 

자료 : GlobeScan·동아시아연구원·사회적기업연구소 RADAR 2005/2007/2009/2011 국제조사(Q2t)

 

우리나라 국민이 기업에게 사회적 역할을 요구하는 것은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다. 그 중 하나는 기업의 힘과 영향력이 증대하였다는 것인데, 기업의 영향력이 커진 만큼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그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송호신, 2010: 152). 또 다른 하나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경제성장배경과 관련이 있다. 1960∼70년대, 경제성장이 국가 전체의 목표가 됨에 따라 정부의 조력을 통해 기업이 급격하게 재벌로 성장하였다. 이에 대해 국민들은 기업의 성과를 다시 환원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해방 후, 단기간 내에 경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본주의적 경제 질서의 미성숙과 시장기구의 불안정성으로 기업들이 자본을 축적하는 데 파행성을 띄게 되었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특혜, 부패, 정경유착, 투기, 탈세, 부실경영 등으로 부를 축적한 기업에 대한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국민들이 기업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 되었고, 기업보다 기업을 경영하는 재벌에 대한 반(反)재벌정서에 의해 한국의 사회적 책임이 논의되기 시작했다(이상민, 2008: 233). 부자가 가지고 있는 부(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이 주장을 뒷받침한다. 2012년 한국의 부자가 가지고 있는 부를 누릴 자격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56%의 국민이 부정적으로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부정적인 인식은 부의 축적과정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적인 평가를 반영함과 동시에 한국에서 부를 축적한 계층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냉소적인 인식을 시사하는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림 3> 부자가 부(富)를 누릴만한 자격이 있는가(%)

 

 

자료 : GlobeScan·동아시아연구원·사회적기업연구소 RADAR 2012 국제조사(Q7At_gt)

 

 

2.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평가와 그 영향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기업이 왜 주목해야할까? 국민이 요구하는 사회적 책임활동의 수준에 기업이 부응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에 대한 고민을 하면, 그 답은 쉽게 찾을 수 있다.

 

대기업 신뢰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한 실증적인 근거를 제시할 수 없지만, <그림 4> 업종별 대기업 신뢰도와 <그림 5> 업종별 대기업의 CSR 평판 비교를 통해 CSR과 대기업 신뢰도의 상관관계를 유추해 보는 것은 가능하다. 대기업의 업종별 신뢰도 조사 결과를 보면, 정보기술, 자동차, 이동통신 및 휴대전화회사 순으로 국민이 신뢰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난다. 업종별 CSR 평판조사 결과도 정보기술, 이동통신 및 휴대전화, 자동차회사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어, 신뢰도와 CSR 평판이 비슷한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위 결과에서도 마찬가지로 광산, 담배 등이 신뢰도뿐만 아니라, CSR평판에서도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 역할에 대한 국민의 평가와 기업의 신뢰도가 서로 영향을 미친다는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림 4> 업종별 대기업 신뢰도(%)

자료 : GlobeScan·동아시아연구원·사회적기업연구소 RADAR 2014 국제조사(Q8t)

<그림 5> 업종별 대기업의 CSR평판(%)

자료 : GlobeScan·동아시아연구원·사회적기업연구소 RADAR 2013 국제조사(Q23Bt)

 

이러한 기업의 CSR에 대한 평판은 곧 기업의 성과로 이어진다. 소비자들은 사회적 책임 활동을 잘하는 기업의 제품에 더 많은 돈을 지불하여 제품을 구입할 가능성이 높다. 그럴 의향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이 2011년의 69.1%에서 2014년에는 74.5%로 5.4%p가 상승했고, 2013년에 비해 2.7%p 하락했지만, 과반이 사회적 책임 활동을 잘하는 기업의 제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CSR을 잘하는 기업의 제품을 사거나 권유한다는 국민도 2009년의 44.7%에서 2014년 현재 69.8%로 25%p 가까이 증가하였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에 대한 소비자의 우호적인 인식은 소비자의 행동, 즉 기업에 대한 충성도로 이어지며(최지호·문연희, 2011: 109), 이는 기업에게 사회적 책임 활동에 대한 자율적인 규제를 가능케 하여 사회적 책임 활동에 대한 선순환이 이루어지도록 한다. 소비자가 스스로 그렇게 할 것이라고 이야기 하는 것과 실제 행동 사이에는 엄청난 거리감이 있기도 하고, 사회적 책임 활동 하나의 요인으로 인해 기업의 제품을 소비한다고 단정지어서 말할 수는 없다. 의류의 경우, 기업의 사회적 책임활동에 대한 평가, 이미지 등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본인의 스타일이 맞지 않으면 구매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소비행동을 할 때에는 내적 요인과 외적 요인 모두 작용하기 때문에 사회적 책임 활동을 잘 한다고 하여 그 기업의 제품을 꼭 산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국민 스스로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에 대해 큰 무게감을 두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고, 급변하는 세계 경제 속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상향으로 삼는 기업은 간과할 수 없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 6> CSR 잘하는 기업에 대한 소비심리(%)

 

자료 : GlobeScan·동아시아연구원·사회적기업연구소 RADAR 2014 국제조사(Q28t_dt, et)

 

 

Ⅲ. 한국 기업의 사회적 책임활동의 현주소

 

1. 사회적 책임활동 개념의 발전

 

CSR의 개념은 윤리적인 측면에서 기업의 이해관계자를 확장시킨 CSR, 전략적 CSR, 공유가치창출(Creating Shared Value: CSV)로 변화되어 왔다. 기업의 CSR은 Bowen(1953)이 「기업가의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ies of the Businessman)」이라는 책에서 ‘기업인의 의무는 우리 사회의 목표나 가치적 관점에서 바람직한 정책을 추구하고, 그러한 의사결정을 하거나 그러한 행동을 쫓아야 하는 것’으로 정의하면서 처음 논의가 이루어졌다. Friedman(1970)이 기업의 유일한 사회적 책임은 이익을 증대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Davis(1973), Jones(1980) 등 많은 학자들은 기업이 주주가 아닌 사회의 구성원에 대해 의무를 가진다고 주장하였다.

 

이후, Kotler & Lee(2005)가 CSR을 마케팅과 접목시켜 성공적인 기업의 사례를 제시하면서, CSR의 전략적 중요성을 제시하였고, Porter & Kramer(2011)은 장기적인 사회경제적 목표달성을 위해 전략적 사회공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CSV를 제안하였다. CSV는 신경영 패러다임으로서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로 사회적 니즈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수반되는 가치사슬의 혁신과 산업클러스터의 형성을 통해 기업의 경제적 이익을 실현하는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CSR이 기업시민정신만을 강조하고 이윤극대화의 원리에서 벗어나 있는데 반해, CSV는 이윤극대화에 통합되어 사회적 성과와 기업의 수익을 전제로 하고 있다. 또한 CSV는 사회적 수요를 깊이 조사한 후에 기존의 가치사슬을 재규명하고 새롭게 재편하여 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기존 가치사슬에 기초한 핵심역량의 연장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고자 하는 전략적 CSR하고도 차이가 있다(김세중·박의범, 2012: 6). CSV는 전략적 CSR활동을 비즈니스로 발전시킨 개념으로 볼 수 있으며, 단순한 기부나 자선행위가 아닌 처음부터 분명한 사업전략이다. 이는 기업이 지역사회 및 그 사회에 속한 사람들과 함께 성장하여 종래에는 지속가능한 기업의 성장을 이끌 수 있다는 논리를 바탕으로 한다.

 

2. 한국 기업의 사회적 책임활동 단계

 

기업이 수행하는 CSR의 발전 단계를 Lakin & Scheubel(2011)은 1단계 기초, 2단계 개입, 3단계 혁신, 4단계 변혁으로 구분하고 있다. 1단계는 기업의 기부 및 자선활동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서의 CSR을 의미하여, 2단계 및 3단계는 기업의 핵심역량에 따라 전략적으로 집중하여 기부활동을 하는 전략적 CSR, 4단계는 CSV를 의미한다.

 

<표 1> 기업의 사회적 책임활동의 단계

자료: Lakin & Scheubel(2011: 52). 「Corporate Community Involvement」의 내용 재정리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1단계의 기업은 특정한 전략 없이 자선 및 기부활동을 함으로써 CSR에 접근한다. CSR을 시행하게 된 직접적인 동기가 윤리·도덕성에 의한 일자리 창출이나 세금 등의 혜택이고, 주로 CEO나 그 배우자의 취향에 맞는 분야 및 활동에 기부한다. 어떠한 분야에 주도적으로 나서기보다는 여론이나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유동적으로 시행되기 때문에 일회성을 띠고 있다. 피상적으로 기업의 이미지 제고 혹은 기업 CEO 비리 등의 문제를 덮기 위해 실시되기도 한다. 이러한 활동들은 기업의 경영활동과는 관련 없이, 특정한 관리자도 없이 운영되며, 이에 대한 보고나 검증도 거치지 않는다.

 

2단계 기업의 CSR 특징은 자선 및 기부활동이 직접적인 이해관계자를 관리하고, 기업의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전략적인 성향을 가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회적 영향이 있는 계획을 후원한다든지, 고객들에게 자선적 의미를 갖는 물품을 제안하여 생산하는 것을 말한다. CSR을 함에 있어서 어느 분야에, 어떻게, 어떤 절차를 거쳐 선정하고 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고 이와 관련된 실행지침이 있다. 기업 이미지를 관리하는 CI 관리자가 CSR을 담당하거나 CSR 겸임 또는 전담 관리자가 존재하며, 주로 현금 및 현물 기부뿐만 아니라 임직원들의 자원봉사를 통해 진행된다. 또한 관련 보고서 등을 작성하여 자사가 실시하는 CSR을 대내외적으로 알리고자 한다.

 

3단계의 기업은 2단계보다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회에 직접 참여하고자 한다. 기업과 사회의 장기적인 파트너십이 주는 사회적·상업적 이익을 인식하여 CSR을 실시한다. 이를 위해서 사회의 한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상호이익을 얻을 수 있는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토대로 기업의 핵심 역량과 밀접하게 연계하도록 한다. 또한 CSR을 사업과 연계하여 능동적으로 추진하며 다른 사업부서들과 협력관계에 있는 CSR 전담팀이 구성되어 있다. 지역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NGO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사회공헌 능력을 구축하고 사회적 역량을 입증함으로써 지속가능성을 도모하며, IBM처럼 외부기관에 의뢰하여 CSR활동에 대해 검토 받는다.

 

4단계는 사회적 책임활동이 기업의 경영활동과 통합되어 사회가치경영을 실현하는 단계를 의미한다. 기업의 이해관계를 고려하여 이익 창출의 가치를 재정립하고자 CSR을 실시한다. 따라서 CSR 활동이 사업전략 및 기능들에 통합되어 해당 산업계의 아젠다를 설정해 간다. CSR의 수단은 기업에 따라 다양하지만, 전 단계에서 시행되었던 금전자산 및 경영자원, 자원봉사 외에 차세대 혁신을 이끄는데 필요한 다양한 실험 수단 등이 활용된다. 또한 주요 사업의 담당 조직과 통합된 구조를 갖춰 기업 내 CSR을 체화시킴으로써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며, CSR 관련 활동들에 대해 독립적인 회계감사를 받음으로써 외부에 투명성을 보장한다.

 

Lakin & Scheubel(2011)의 몇 가지 기준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활동이 어느 단계에 이르렀는지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2013년 매출 순위 1위 ∼ 1,000위의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총 434개 기업 중 355개 기업(82%)이 2012년에 사회적 책임활동을 실시하였다. 대기업은 255개 기업 전체, 중견·중소기업은 209개 기업 중 130개 기업인 62.2%가 사회적 책임활동을 실시하고 있었다. 사회적 책임활동 총 지출 규모는 대기업의 경우 2012년 한 해 동안 총 3조 2,494억원, 중견·중소기업의 경우 442억원에 달함에 따라 1개사별 평균 사회적 책임활동 지출 비용이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각각 144억 4,200만원, 3억 4천만원으로 나타났다.

 

각 분야별 현황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대기업은 주로 2단계, 중견·중소기업은 1단계의 성향을 띠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사회적 책임활동의 접근방식 및 선도단계를 살펴보면, 1단계와 2단계는 자선단체가 지역사회 조직들의 욕구와 호소에 따라 광범위한 대의명분에 의해 간헐적으로 지원하는 것인지, 기업이 선택한 일정 범위의 사회적 이슈를 선정하고 가이드라인에 따라 지원하는 것인지로 구분할 수 있다(Lakin & Scheubel, 2011:139). 대기업이나 중견·중소기업 모두 사회복지가 각각 31.7%, 83.1%으로 가장 높게 나왔고, 교육 및 학술연구가 16.1%, 31.5%, 문화예술 및 체육이 11.1%, 15.4%로 나타났다. 중견·중소기업의 분야별 현황에서 임기응변적으로 지원하는 응급·재난구호, 해외구호 등이 각각 8.5%, 7.7%로 다른 분야에 비해 매우 낮게 나타남에 따라 일정한 목표를 가지고 요구사항에 대해 선택적으로 반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접근방식에 있어서는 대기업, 중견·중소기업 모두 2단계에 위치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표 2> 중견·중소기업의 매출액별 사회공헌 지출 구성

자료: 한국사회복지협의회·대한상공회의소(2013). 「2013 중견·중소기업 사회공헌 백서」. 

 

기업의 사회공헌 지출 구성 및 임직원 사회봉사활동 참여율 등을 보면, 대기업은 2단계에서 3단계로, 중견·중소기업은 1단계에서 2단계로 진입하는 중이라고 할 수 있다. 대기업은 총 지출액 중에서 62.5%를 기부형태로, 37.5%를 직접사업 형태로 지출하고 있었고, 임직원 사회봉사활동 참여율은 응답한 기업의 10곳 중 7곳 이상의 기업이 임직원의 평균 50% 이상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응답하였으며, 응답 기업 중 85.9%가 전사적 차원의 봉사조직을 갖추고 있었다. 반면, 중견·중소기업은 86.5%를 기부형태로 13.5%를 직접사업 형태로 지출하고 있었으며, 사회적 책임활동을 하고 있다고 응답한 130개의 중견·중소기업 중 37.7%가 직접사용 비용이 없다고 응답하였다. 또한, 중견·중소기업은 전체 209개 기업 중 63개의 기업이 봉사단이 있다고 응답하였으며, 자원봉사단이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물어본 결과 연간 평균 22.7시간의 봉사활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을 기준으로 나누어 다시 살펴보면, 매출액이 증가할수록 직접 참여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사회적 책임 활동과 관련된 조직구조의 경우, 대기업은 사회적 책임활동 전담부서 설치, 예산제도도입 등 대부분의 항목에서 60% 이상을 기록하여, 사회적 책임활동이 기업 내의 하나의 업무로 정착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기업은 CSR 전담팀이 구성됨에 따라 다른 부서들과 협력관계를 형성하는 3단계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중견·중소기업은 전체 130개의 기업 중 전담부서 및 전임자가 있는 기업이 19개로 약 15%에 미치지 못하였으며, 겸임자만 있는 기업이 92개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 외에 19개 기업은 사회적 책임활동을 담당하는 직원이 한명도 없다고 응답했다. 이를 통해 중견·중소기업의 경우 구조/조직분야에서는 아직 1단계에 위치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전반적으로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전략적 CSR을 시행하고 있거나 전략적 CSR의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특히, 대기업은 대부분 2단계의 특성을 띠고 있으나, 구조/조직부분에서 체계적인 틀을 마련해놓음으로써 3단계의 전략적 CSR을 가능케 하는 기초를 만들고 있는 중이다.

 

최근 들어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넘어 사회적 경제에 입각한 사회적 기업이 강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07년 사회적 기업 육성법을 제정하였고 2010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을 설립하였다. 2012년 12월에는 협동조합 기본법이 시행되면서 또 다른 사회적 기업인 사회적 협동조합도 병행되고 있다. 그 뿐 아니라 사회적 경제 기본법 제정, 사회적 경제 위원회 및 사회적 경제원 등의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미디어 펜, 2014). 사회적 경제는 시장 실패로 인한 양극화 문제, 승자독식 문제를 보완하고 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일자리 창출 등 증가하는 복지 수요에 대응하고 사회적 연계를 강화시킨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노대명, 2007).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자유시장경제에 반하는 논리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정부가 사회적 경제를 촉진하기 위해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이를 강제함에 따라 사회적 기업의 자생력과 지속가능성이 약화되고 더 나아가서는 자유시장경제의 탁월성을 저해한다는 것이다(미디어 펜, 2014). 이러한 비판적 견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표 1>의 4단계와 같은 기업의 변화가 필요하다. 즉, 기업들의 수익 창출 활동이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킴으로써 이해관계자 모두 그 가치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CSV)은 자유시장경제의 질서를 유지하면서도 사회적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Porter & Kramer, 2011). 이미 많은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 활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지만, 여전히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지속가능하지 못 하다. 앞에서도 살펴보았듯이, 사회적 책임 활동이 이윤 극대화라는 기업의 경영 목표와는 분리된 채 분절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또한 2장의 결과에 의하면, 국민들이 기업에 기대하는 바가 점점 커지고 있어 현재의 사회적 책임 활동만으로 이를 충족시키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장기적인 시각에서 기업의 리더들이 사회적 기업가 마인드를 가지고 사회적 기업화를 이룰 수 있도록 조직 구조나 문화, 경영 전략을 변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자본과 역량이 풍부하고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CSR을 이행하고 있는 대기업에서부터 ‘사회적 기업화’를 실천함으로써 중견, 중소기업들의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 이와 함께 일반 기업들의 사회적 기업화를 촉진시킬 수 있는 플랫폼도 구축해야 한다. 그 예로, 기업의 이윤 극대화를 위해 혁신을 촉진시키던 벤처 지원 정책과 유사한 형태의 사회적 벤처 지원 정책을 들 수 있다. 사회 혁신을 이끄는 독창적인 기술 개발, 틈새 시장 개척, 창의적 도전 정신 등을 갖춘 사회적 벤처 기업을 육성하여 세계 시장을 공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권기대·김종웅, 2003). 이는 정부의 노력과 더불어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 대기업과의 협업을 통해서 가능하다. 즉, 정부가 사회적 경제를 강제하는 형태에서 기업이 이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정부와 공동으로 노력하는 협력적 거버넌스로의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사회 혁신과 기업의 수익 창출을 동시에 이끄므로 사회, 경제적 파급 효과가 상당하며, 지속가능한 책임 경영의 시대로 나아가도록 한다.

 

Ⅳ. 맺으며

 

본 보고서는 GlobeScan·동아시아연구원·사회적기업연구소 <2014 RADAR> 한국조사 결과와 기업의 사회공헌 백서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에서 대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실질적인 요구가 어떠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이 얼마만큼 발전해왔는가를 살펴보고자 하였다.

 

첫째, 기업이 성장하고, 영향력이 높아지면서 문제 발생 뿐만 아니라,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도 하나의 주체로서 역할을 해야한다는, 즉,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었다. 특히, 1960∼70년대부터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기업이 성장하였다는 국가적 특수성으로 인해 재벌이 이에 대한 이익을 환원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CSR 업종별 평판 및 신뢰도 비교, CSR 잘하는 기업에 대한 소비자의 소비심리를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활동은 기업의 신뢰도 및 이미지, 소비자들의 소비 행태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바탕이 되어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사회적 책임활동으로 인해 기업의 성과가 무조건 높아지고, 사회적 책임활동만 잘한다고 하여 기업의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은 아니다. 의류분야와 같이 사회적 책임활동이 소비자의 구매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도 있고, 담배, 석유·화학분야와 같이 건강 및 환경이슈로 인해 기업의 사업영역 및 이미지와 사회적 책임활동이 낮은 관련성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위의 결과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CSR이 기업들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조건까지는 아니더라도 기업의 향후 발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하나의 요소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할 수 있다.

 

국민의 CSR에 대한 인식이 위와 같이 점점 높아지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CSR 현황을 분석한 결과, 아직 더디지만 점차 발전되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중견·중소기업의 경우, 조직구조 등에서 아직 1단계의 특성이 나타나고 있었지만, 다른 부분에서 전략적 CSR의 단계로 진입하고 있었으며, 대기업들의 경우 2단계에서 3단계로 진화하여 전략적 CSR을 시행하고 있었다. 이는 우리나라 기업이 윤리·도덕적인 측면에서 벗어나 기업을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하나의 전략으로써 CSR을 인식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점차 높아지고, 구체화되어가고 있는 CSR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수준을 충족시키기에는 아직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기업에 대한 낮은 신뢰도로 표출되고 있다. 앞으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고, 기업이 지속가능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기업의 특성을 고려하여 CSR과 통합된 비전 및 목표를 세우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주체로서 활동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반 기업들도 사회적 기업의 목적, 비전 등을 공유하여 사회 혁신을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는 ‘사회적 기업화’ 전략이 필요하다.

 

 


 

 

본 보고서의 주장과 내용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공동 연구기관인 사회적기업연구소와 동아시아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본 보고서의 데이터를 인용하실 때는 “GlobeScan∙동아시아연구원∙사회적기업연구소 조사”임을 명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6대 프로젝트

세부사업

디지털 경제 시대와 한국의 경제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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