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I 중국연구패널 보고서 No.10

 

저자

김영진_국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독일 베를린 대학교(Freie Universitaet Berlin)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경희대, 성균관대, 서울대, 숭실대 등 시간강사, 중국 북경대 방문학자, 미국 클레몬트(Clarmont Colleges) 연구교수 등을 역임하였다. 주요 연구 분야로는, 정치경제학 이론, 중국 노동시장, 특히 최근에는 중국고대사에 초점을 두고 있다. 저작에는《중국의 시장화와 노동정치》(1998), 《중국의 도시 노동시장과 사회》(2002, 2011), 《시장자유주의를 넘어서: 칼 폴라니의 사회경제론》(2005) 등이 있다.

 

 


 

 

I. 문제 제기

 

중국의 대외정책 결정과정에서 기업의 역할이 점차 주목 받고 있다. 이는 여러 가지 이유에서 볼 수 있는데, 크게 대외관계의 구조적 측면과 행위자적 측면,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는 대외관계의 구조적 측면이다. 특히 대외관계의 다변화와 그에 따른 경제적 부분의 중요성 확대이다. 다시 말해 중국의 국제적 이해나 역학 관계에 있어서 경제적 내지는 기업적 부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는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국가간 경제적 상호의존이 강화되는 전반적인 상황과 함께 중국의 적극적인 대외진출(‘走出去’) 전략과도 관련된다. 2012년 중국의 수출 규모는 2조 478억 달러로 세계 1위이며 대외 투자액수는 624억 달러로 세계 6위이다(WTO & OECD Statistics Databases 2013). 이처럼 글로벌화에 따른 국제경제적 교류가 증대되면서 대외정책에서 경제적 요소가 차지하는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卫灵 2002, 29-32; 崔绍忠 2012, 80-83).

 

둘째는 행위자적 측면이다. 그것은 대내적뿐만 아니라 대외 정책결정에 있어서 행위자의 다변화를 의미한다. 각종 형태의 기업들을 포함한 경제주체들의 정책결정에 대한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익(관념)의 분화, 분화된 이익의 조직화, 그리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정치적 행위 등 고전적인 이익집단 개념으로서 중국 기업들의 대외정책 참여를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李欣 2012a, 163-175; 全国政协外事委员会 2012, 5-10). 물론 기업들이 서양에서와 같이 일종의 이익집단으로서 중국의 대외정책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는지는 불확실하다. 개방된 사회의 경험을 중국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그럼에도 기업의 공동이익과 그들의 대외정책에 대한 영향력은 점차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 외교에서 새로운 행위자로 주목 받고 있는 분야의 하나가 에너지, 특히 석유와 가스이다. 에너지 확보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서 매우 중요하며, 그것은 국내생산만으로 충족될 수 없다. 따라서 2000년대 중국지도부가 적극적인 ‘대외진출(走出去)’ 전략을 추진하면서, 에너지 관련 기업들은 해외직접 투자의 주체가 되었다.

 

국유기업들의 대외 무역과 투자가 확대되면서 대외정책에서 이들의 집단적 내지는 개별적 이익의 반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석유, 철강, 통신, 에너지 그리고 기초건설 등의 영역에서 중국기업의 국제적 진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대외정책에서 이들의 영향력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주지하는 것처럼 과거 중앙집권적 계획경제 하에서는 기업들이 독자적인 경영의 주체가 되지 못하였다. 개혁 이후 이들은 점차 이윤의 극대화라는 고유 목표를 가지는 경영의 주체로 변화되어 왔다. 그렇다면 이들이 자신의 이익을 조직화하고 표출할 수 있는 기제는 무엇인가. 여기에서는 석유화학으로 대표되는 에너지 부문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대외정책과 기업의 관계에 관해서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이 가능하다. 하나는 대외정책이 기업의 고유한 목적, 이를테면 이윤의 극대화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하는 점이다. 그 영향은 긍정적일 수도 있지만, 또한 부정적일 수도 있다. 기업의 목적이 대외정책에 의해 뒷받침될 수도 있지만, 국제정치적 목적에 의해 희생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든 기업은 대외정책에 의해 영향을 받으며, 따라서 일종의 종속변수로 간주된다. 둘째는 기업이 자체의 목적을 위해서 대외정책에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이다. 이때 대외정책은 기업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기능한다. 기업은 대외정책의 종속변수가 아니라 오히려 독립변수가 되는 것이다.

 

실제 기존의 연구에서도 위의 두 가지 상이한 접근방식이 확인된다. 즉, 첫 번째 시각은 중국기업이 당과 정부의 정책에 크게 구속됨으로써 해외투자에 있어서 이윤의 극대화와 같은 사업적 목적이 달성되지 못한다는 것이다(Yu 2012, 32-37). 환언한다면, 중국의 기업들은 사회주의 정치와 경제체제에 부속됨으로써 중국의 대외 에너지전략을 집행하는 대리자 역할을 수행할 뿐이다. 중국 정부는 단지 국내 제조업을 위한 에너지와 자원 조달을 위해 이들 기업들을 해외 개발과 공급계약에 적극 나서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일반적인 기업들은 일정한 비율의 이윤이 예상되지 않는 경우에는 신규 사업에 진출하지 않지만, 중국의 기업들은 국가의 전략적 목적을 위해서 낮은 이윤이나 또는 손해를 감수하고도 신규 사업에 진출한다는 것이다(Zweig and Jianhai 2005, 25-26; Taylor 2006, 941–944). 중국은 거액의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석유수입을 다변화하면서 동시에 송유관을 건설하기도 하였다. 중국은 분쟁이 계속되고 있는 중동에 대한 석유의존도를 낮추고, 동시에 중동과 아프리카로부터 수입을 늘리고 있다. 미국과 비교하여 중국의 해군력으로 통제가 어려운 말라카 해협(Strait of Malacca)을 중국의 원유수입선이 우회함으로써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노력이었다. 동시에 중국은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 러시아와 공동으로 각각 수억 달러 규모의 송유관을 건설하여, 연간 수백만 톤의 원유를 공급받고 있다. 그 외에도 중국은 러시아를 포함한 중앙아시아 여러 나라들과 천연가스 운송을 위한 파이프라인 건설 협약도 진행중에 있다. 최근 중국은 25억 달러를 투입하여 미얀마의 시트웨(Sittwe) 심해기지에서 중국 남서부 쿤밍(昆明)을 연결하는 1100 킬로미터의 송유 및 가스관을 완성하여 가동에 들어갔다(<국민일보>, 2013/01/22, 18). 해당 공정에는 중국석유천연가스총공사(China National Petroleum Corporation: CNPC)와 같은 국유석유회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중국에서 대외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기업들을 대형 국유기업들이다. 그 책임자들은 여전히 공산당원으로서 정부와 당에 의해 임명된다. 따라서 기업경영은 국가의 포괄적인 정책에 의해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기업의 역할은 대외정책을 위한 목적에 종속되는 것이다. 그 바탕에는 실제 아래에서 살펴보는 것처럼 국유석유회사들이 중국정부에 의한 거액의 재정지원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와 달리 일부의 연구자들은 중국정부가 기업들을 통제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기업들이 이윤을 추구하는 과정은 복잡하며 따라서 경영상의 자율성을 요구한다. 이들은 해외에서 에너지 자원의 탐사와 개발을 진행하고, 송유관과 가스관의 구축과 운영에 참여하며, 기업인수와 같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자본시장에도 참여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정부도 그러한 경영과정에서 기업의 독립성을 기본적으로 인정한다(에너지연구원 2008, 17-18). 해당 기업들이 발간하는 각종 보고서들은 기업경영이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자산소유자의 최대목표인 이윤창출에 맞춰져 있음을 보여준다.

 

나아가 일부의 연구에 의하면, 외교부나 상무부와 같은 감독기구가 중국기업들의 해외활동에 대해서 통제권을 갖지 못한다. 그것은 주인-대리인 사이의 전형적인 딜레마를 보여준다(Gill and Reilly 2007, 39-40). 이를테면 석유나 가스자산을 매입할 때, 정부에 의해 잘 조정된 전략에 의해 위로부터 아래로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며, 대개 각기 아래로부터 위로 정책결정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매우 혼란스럽고 응집력이 없다(Downs 2007, 48-51; Liou 2009, 670-690). 최근 중국정부가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는 석유회사 CEO들에 대한 부패혐의 조사도 기업운영 자체에 대한 정부의 통제가 쉽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

 

중국에서 정책결정이나 이익관계가 다변화되면서 외교정책과 관련된 변수나 행위자들도 그러한 경향을 반영하고 있다. 과거에는 공산당과 정부의 핵심부가 외교정책을 독점하였다면, 지금은 정부의 여러 부서들, 지방정부, 각종 형태의 기업, NGO 등 대중조직, 언론과 여론 등이 외교정책에 다양한 정도와 방식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중국경제의 국제적 개방과 연계가 강화되면서, 대외정책에서 기업의 이해관계와 그 역할에 보다 많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국유에너지 기업들을 에너지 안보의 수행을 위한 첨병으로 활용하고, 기업은 정부의 에너지안보 정책을 해당 기업의 입지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이용한다. 양자는 서로 공생관계에 있는 것이다.

 

결국 대외정책에서 기업의 역할에 대한 연구는 위의 두 가지 측면 모두를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시 말해 기업은 자체의 고유한 목적을 추구하기 위해서 외교정책에 영향을 행사하고자 하며, 동시에 기업은 국가의 대외정책 목적을 위해 동원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경향적으로 과거에 비해 기업의 자율성이 보다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외교정책의 새로운 행위자로서 기업의 능동적 측면이 점차 의미를 갖게 된다. 대외정책에서 기업의 역할 연구에서도 이러한 역사적 변화의 추세가 적극 고려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글은 다음과 같은 문제들에 주목하고자 한다.

 

① 중국의 글로벌 전략과 에너지 안보

② 국유석유회사들(National oil company: NOC)의 조직구성과 활동

③ 국유석유회사들의 대외진출 현황

④ 정부의 대외정책과 기업 영업활동 사이의 일치와 갈등

 

이를 위해서 이 글은 다음과 같은 문헌적 자료들을 주로 이용하고자 한다. 우선 해당 기업들이 매년 발간하는 보고서들이다. 중국해양석유총공사(China National Offshore Oil Corportaion: CNOOC), 중국석유화공집단공사(China Petroleum & Chemical Corporation: Sinopec), 중국석유천연가스총공사(China National Petroleum Corporation: CNPC), 페트로차이나(PetroChina) 등은 모두 연도별 또는 월별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여기에는 주로 해당 기업 CEO들이 전하는 기업목표, 기업의 전반적 소개, 연간 주요활동, 그리고 영업실적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외에 국부펀드(Sovereign Wealth Fund: SWF, 主权财富基金) 기금을 운용하면서 중국의 해외투자를 주도하고 있는 중국 투자유한공사(China Investment Corporation: CIC, 中国投资有限公司)의 자료도 활용된다. 이와 함께. 영국의 브리티시 페트롤륨(British Petroleum: BP)의 세계에너지통계(Statistical Review of World Energy)와 같은 국제적 석유회사들이 발간하는 자료들도 활용된다.

 

해당 기업의 활동과 관련해서는 주요 외신들의 기사가 활용된다. 로이터(Reuters), 블룸버그(Bloomberg) 그리고 신화사통신(新華通訊)등이 대표적이다. 에너지 분야는 규모가 큰 해외투자나 M&A 등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국내외 언론에서 실시간 보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 외에도 관련 연구기관이나 전문가들의 보고서도 활용될 것이다. 이를테면 홍콩 과기대의 중국국제관계연구센터(Center on China’s Transnational Relations), 런던정치경제대학(London School of Economics), S라자라트남 국제학학교(S. Rajaratnam School of International Studies), 미국 에너지 정보국(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EIA),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 미국의 컨설팅 회사 딜로이트(Deloitte), 부르킹스 연구소(Brookings Institute), 제임스타운 재단(The Jamestown Foundation) 등이 그 예이다. 마지막으로는 중국어와 영어권의 학술저널에서 발간되는 관련 논문들이 이용된다.

 

II. 글로벌 전략과 에너지

 

중국에서 에너지자원의 확보는 국가안보의 핵심 과제로 설정되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도 중국의 고속 경제성장이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과 관련된다.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등 대부분의 에너지 수입국가들 사이에서도 에너지자원의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에너지 공급이 정치, 경제적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장기적•안정적으로 이루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가운데 석유가 주목을 받는 것은 일부 지역에 편중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이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중동과 아프리카 등이기 때문이다(Zhang 2006; Blair et al. 2006; Houser 2008).

 

중국은 1990년대 초반 석유의 순 수입이 이루어진 뒤, 그 후 계속하여 소비에서 수입의 비중이 확대되었다. [표-1]에 나타난 것처럼 2011년대에 이르러 중국은 국내소비의 약 70%를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이 되었다. 또한 그 비중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천연가스의 경우에는 [표-2]에 나타난 것처럼 2009년 순 수입으로 전환된 이후 빠른 속도로 수입에 대한 의존율이 높아지고 있다.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서도 천연가스 소비는 계속 늘려야 하는 처지에 있다. 중국이 에너지 자원에 대한 대외의존도가 높아지는 경향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문제를 안보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는 배경이 되고 있다. 특히 미국이 셰일 가스 개발에 성공하면서 장기적으로 석유에 대한 대외의존도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수입이 증가하고 있는 중국은 미국을 대신하여 국제 에너지시장의 주요 행위자로서 등장하고 있다...(계속)

6대 프로젝트

세부사업

무역·기술·에너지 질서의 미래

미중경쟁과 한국의 전략

중국의 미래 성장과 아태 신문명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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