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EAI Special Report_Toward a New Global Governance: Korea and the G20

 

저자 

손 열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 손열 교수는 미국 시카고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중앙대학교 교수, 도쿄대학 외국인연구원, 와세다대학 객원교수를 역임한 바 있다. 주요 연구 주제로는 일본 정치경제, 국제정치경제, 동아시아 지역주의 등이다. 최근 저술로는 “동아시아 경합하는 국제사회 구상” (〈세계정치〉 2009), “소프트파워의 정치 : 일본의 서로 다른 정체성” (〈일본연구논총〉 2009), “Japan Between Alliance and Community” (East Asia Institute Issue Briefing 2009), “Japan's New Regionalism: China Shock, Universal Values and East Asian Community,” (Asian Survey 2010, 50:3) 등이 있다.

 

이승주 중앙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승주 교수는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교(University of California at Berkeley)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통일연구원 연구원, 버클리대학교 APEC 연구소 박사 후 연구원,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정치학과 조교수, 연세대학교 국제관계학과 조교수를 역임하였다. 최근 저작으로는 Northeast Asia: Ripe for Integration? (공편, Springer, 2008), Trade Policy in the Asia-Pacific: The Role of Ideas, Interests, and Domestic Institutions (공편, forthcoming) 등이 있다. 그 외 〈한국정치학회보〉, Comparative Political Studies, The Pacific Review, Asian Survey 등의 저널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였으며, 주된 연구 분야는 동아시아 지역주의, 글로벌 FTA 네트워크, 세계화 시대 동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발전전략 등이다.

 

전재성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교수. 전재성 교수는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Northwestern University)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숙명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조교수를 역임하였다. 최근 저술로는 “프랑스 드골 대통령의 자주외교 연구” (〈한국정치외교사논총〉 2008), “강대국의 부상과 대응 메커니즘 : 이론적 분석과 유럽의 사례” (〈국방연구〉 2008), “유럽의 국제정치적 근대 출현에 관한 이론적 연구” (〈국제정치논총〉 2009), “구성주의 국제정치이론에 대한 탈근대론과 현실주의의 비판 고찰” (〈국제정치논총〉 2010) 등이 있다.

 

조홍식 숭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프랑스 파리정치대학에서 정치경제학을 전공하였으며 동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앙일보 외교전문 기자,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가톨릭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등을 역임하고 현재 숭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똑같은 것은 싫다 : 조홍식 교수의 프랑스 문화 이야기》 (창비, 2000), 《미국이라는 이름의 후진국》 (사회평론, 2004), 《유럽통합과 ‘민족’의 미래》(푸른길, 2006), 《하나의 유럽 : 유럽연합의 역사와 정책》 (공저, 푸른길, 2009)등이 있고, 역서로 《거지를 동정하지 마라?》 (창비, 2001),《과학의 사회적 사용》 (창비, 2002), 《신용불량국가 : 국제금융기구와 외채에 관한 진실》 (창비, 2006) 등이 있다.

 

 


 

 

Executive Summary

 

국제제도로서 G20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경제를 강타한 이래 각국은 위기극복을 위한 국제공조와 함께 위기 이후 신질서 구축을 위한 제도적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G20 정상회의는 이러한 배경에서 등장하여 새로운 글로벌 거버넌스(Global Governance: GG) 제도로서 위상을 정립중이다. 오는 11월 서울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한국은 행사의 성공을 넘어서 글로벌 거버넌스 전략 수립의 일환으로 G20에 대처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G20의 국제제도적 성격을 정확히 이해한 후 행동전략을 수립하여야 한다.

 

21세기 글로벌 거버넌스는 국가간 세력배분구조를 반영하는 전통적 제도의 모습을 갖고 있는 한편, 다양한 행위자들의 등장과 함께 이슈영역의 연계와 복합화에 의해 네트워크적 제도로 진화해 가고 있는 복합적 성격을 띠고 있다. 네트워크 제도는 이른바 “G-x 프로세스(process)”란 표현처럼 비공식성, 유연성, 탄력성, 임의성이란 특징을 갖고 있어, 최상위(premier) 포럼의 지위를 갖는 G20,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 G7/8,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G2 등을 포괄하는 거버넌스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이런 점에서 전통적 제도를 GG 2.0, 네트워크적 제도를 GG 3.0으로 부른다면 현재의 상황은 GG 2.5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국제정치의 본질적 변화

 

GG 2.5란 국제제도는 국제정치의 변화를 반영한다. 21세기 국제정치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첫째, 지구화와 정보화란 시대의 거대한 조류(megatrend)를 능동적으로 활용하는 국가와 그렇지 못한 국가간의 세력격차가 야기되면서 지구차원에서 세력배분구조가 변화하고 있다. 패권국 미국의 상대적 쇠퇴, 전통적 대국인 일본과 유럽의 정체,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의 급속한 부상이 그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는 이러한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제 소수 서구 선진국들에 의해 좌지우지되어온 국제제도는 새로운 국가군의 목소리를 담아야 하게 되었다.

 

둘째, 지구화와 정보화에 의해 비국가 행위자의 숫자와 세력이 급격히 증대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기업은 국경을 넘는 생산네트워크, 공급사슬을 구축하면서 세력을 확대해 왔고, 인터넷의 급속한 확대에 따라 다양한 비정부기구의 활동이 증대되고 있다. 이들의 목소리를 배제한 어떠한 국제적 결정에도 힘이 실리기 어려운 현실이 되었다.

 

셋째, 보다 중요하게도 지구화와 정보화는 지구촌에 새로운 문제군들을 던져주고 있다. 환경, 테러, 에너지자원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슈영역간의 연계(issue linkage)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오늘의 금융위기는 금융부문을 넘어 통상, 개발, 환경 영역에 연계되는 사안이어서 과거 이슈영역별로 분절화된 국제제도로 해결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국제정치의 근본적 변화로서 행위자들간 네트워크화가 일어나고 이에 따라 이슈영역의 복합화가 증대되면서 새로운 형태의 국제제도가 요청되고 있다. 21세기 글로벌 거버넌스는 이러한 국제정치의 변화를 담으려 진화해 왔고, G20은 이런 흐름을 일정하게 반영하고 있다.

 

G20의 진화

 

G20은 G20 재무장관 회담의 출범, G20 정상회의로의 격상, 격상 이후 새로운 변화라는 3단계를 거치며 발전해왔다. 아시아 금융위기의 발생 이후, G20은 재무장관 회담으로서 출발하였다. G20 재무장관 회담은 전통적 선진국뿐 아니라 개도국을 모두 포괄하는 글로벌 거버넌스로서의 모양새를 갖추어 나가기 시작했다. G20 재무장관 회의는 과거 주변부에 머물러 있던 개도국들을 포함시켜, 정책 조정을 시도하는 장으로서 고안되었다. 이 시점의 G20은 국제정치경제 질서에 관하여 선진국과 개도국의 이해를 모두 포괄하는 글로벌 거버넌스로서 기능하였다기보다는, 선진국들이 G20을 개도국에 대한 신자유주의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아시아 금융위기의 해결이라는 제도주의적 관점과 패권적 포섭이라는 현실주의적 관점에서 G20을 주로 활용하려 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G20은 정상회의로 격상되는 변화를 겪는다. G20 정상회의는 중국과 인도의 부상 등 2000년대 이후 세계 경제의 구조적 변화, 이슈영역의 복합화와 네트워크화 현상에 기반하여 향후 국제정치경제 질서의 틀을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출범한 것이다.

 

G20 정상회의는 출범 이후 4차례의 정상회의를 거쳐 세계 금융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새로운 글로벌 거버넌스의 수립을 위한 다각적인 시도를 해왔다. G20 정상회의는 세계 금융위기의 해결을 위한 국제 공조를 중점적으로 논의하는 데서 시작하여, 국제금융체제의 개혁, 지속가능한 성장, 개도국의 개발 문제 등 글로벌 거버넌스의 수립과 운영에 긴요한 의제들을 확대시켜 왔다. 더 나아가 환경 등 지속가능한 글로벌 거버넌스에 필요한 의제들을 새롭게 포함시키고 있다. G20 정상회의 참여국들이 글로벌 거버넌스의 효율적 관리가 금융위기의 해소에 국한되어서는 안된다는 인식을 공유한 결과이다.

 

G20의 특징

 

이러한 역사적 과정을 통해 등장한 G20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첫째, G20 는 견고한 국제제도의 형태보다는 멤버쉽과 어젠다 설정, 회의운영방식 등에서 보다 유연한 네트워크적 성격을 가진다. 둘째, 경제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존재했던 다른 기구들, 즉 G8, IMF, 세계은행 들의 역할과 운용방식을 재조정하고 이들 간의 관계를 재설정하는 제도들의 네트워크(network of international institutions), 또는 메타 제도적 성격을 가진다. 셋째, G20 정상회의는 비단 경제문제 해결 기구의 성격을 넘어 점차 다른 이슈들, 즉 환경, 개발협력, 정치안보이슈(천안함에 대한 의견표명에서 보이듯이) 등을 관장하는 제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이는 이슈영역에서의 규모신축성을 보여주고 있다. 넷째, G20 정상회의는 비공식적, 네트워크적 성격을 띠기 때문에 제도의 모습은 가변적일 수 있다.

 

G20 속에서 각각의 행위자들도 새로운 특성을 보인다. 제도를 자국의 이익에 맞게 이끌기 위한 지식, 이념, 의제 설정력, 설득력, 다자구조 속에서의 동맹결성, 네트워크의 힘 등을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장에서 권력현상은 세력배분구조의 변화와 같은 낯익은 근대적 현상뿐 아니라, 권력장 자체의 성격변화를 수반하는 제도적 환경의 변화를 수반하고 있어서 소프트파워, 네트워크 파워 등이 중요한 국력결정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예컨대, G20 정상회의에서 논의되고 있는 자본주의 모델 논쟁은 보다 거시적인 의미에서 새로운 권력요소를 활용하는 경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새로운 성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가들 간의 세력균형이라는 현실주의적 성격이 지속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유연한 네트워크 속에 내재된 새로운 권력정치의 성격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G20 정상회의는 각 국가들의 협력과 경쟁의 이중성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제도적 균형, 연성균형 등과 같은 새롭고 다양한 세력경쟁의 성격을 띠게 된다. 각 행위자들은 제도 안에서의 협력과 경쟁을 통해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주요 강대국의 전략

 

미국, 중국, 유럽은 G20을 실질적으로 주도해 나가는 세력이다. 미국은 G20 출범 초기에 세계경제위기에 대한 대응을 논의하는 일시적 장으로서 정상회의를 수용하였고, 여전히 이 제도에 대해서 글로벌 거버넌스를 위한 복합 네트워크의 하나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따라서 제도의 진화와 전개에 따라, 그리고 미국의 세계 전략을 추진하는데 전략적 활용도에 따라 입장과 정책을 변화시킬 수 있는 여지를 남기고 있다.

 

다른 한편 중국은 G20을 통해 글로벌 거버넌스의 주요 행위자로 공식 등장하였고 점진적인 강대국화라는 전략과 부합되는 매력적이고 유용한 제도로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보다는 구조적으로 G20의 활성화 및 제도화에 대한 이익을 갖고 있다. 게다가 G20은 중국이 경제 세력의 부상뿐 아니라 글로벌 거버넌스의 소프트파워를 배우고 창출할 수 있는 기회로 작동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자신이 유럽에서 성공한 국제 협력 및 통합의 제도를 세계 차원으로 확대하려 하고 있다. G20은 이런 전략의 일환으로 파악할 수 있으며 잠재력으로 제도화의 의제를 추진할 수 있는 세력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유럽연합 회원국 간의 입장 차이와 분열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미국이나 중국의 영향력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이들 3대 세력을 제외한 국가들은 일단 글로벌 거버넌스의 새로운 행위자로 인정받은데 만족하고 있지만 향후 이 틀이 제도화되고 경험의 반복으로 노하우가 축적된다면 기존의 세력을 견제하거나 이들과 새로운 연합의 형성을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의 미래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종합적으로 평가하면 현재까지의 G20은 신흥세력을 포함하였지만 여전히 미국과 유럽이 의제를 주도하고 쟁점을 형성해 왔다. 이들이 역사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소프트파워가 지속적으로 작동한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중국은 이미 글로벌 거버넌스 체제로의 사회화와 학습효과를 얻고 있으며, 향후 다른 세력들도 이에 동참할 것으로 예측된다...(계속)

6대 프로젝트

세부사업

디지털 경제 시대와 한국의 경제외교

무역·기술·에너지 질서의 미래

Related Publica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