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김주애 후계자 행보, 김정일 수행하던 김정은 연상… 당시 사진 보니

  • 2023-09-28
  • 조선일보 (김민서 기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10살짜리 딸 김주애는 북한의 정권수립일인 지난 9월 9일 주석단 특별석에 앉아 열병식을 지켜봤다. 아버지 김정은의 바로 옆자리였다. 김정은 부녀 앞에만 벽걸이 형태의 에어컨이 설치된 모습이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 공개됐고 5성 군인이 무릎 꿇고 김주애에게 보고를 하는 듯한 장면도 노출됐다. 10대 초반에 굽 높은 구두에 정장을 차려 입고 다른 간부들보다 지근거리에서 아버지 행사에 동행하는 김주애의 모습은 김정은의 10대를 연상시킨다는 분석이다.

북한 조선중앙TV는 2020년 현철해 국방성 총고문의 생애를 다룬 기록영화 ‘빛나는 삶의 품: 태양의 가장 가까이에서’를 방영하며 김정은의 10대 시절 사진을 여러 장 공개했다. 북한이 김정은의 10대 모습을 공개한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지금과는 달리 날렵한 턱선의 김정은이 정장 차림으로 다른 간부들보다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 옆에 서 있는 모습이었다. 다소 어색해 보이는 양복 차림으로 아버지 김정일처럼 뒷짐을 지고 서 있는듯한 모습도 보였다.

전직 통일부 고위 관료는 “그 기록영화 영상이 공개되기 전엔 김정은이 10대때부터 김정일 현지지도에 동행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을 것”이라며 “국내외 전문가들이 김정일 후계자를 놓고 장남(김정남)이네 차남(김정철)이네 갑론을박을 벌였지만 북한 내부적으로는 일찌감치 셋째 아들인 김정은을 후계자로 점찍고 준비시켰다는 얘기”라고 했다.

김주애가 후계수업을 받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어주는 장면이 계속 공개되고 있으나 실제로 후계자로 낙점될지는 미지수다. 김영호 통일장관은 지난 14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김정은) 딸의 공개석상 노출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면서 받고 있는 국제적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한 고도의 선전활동의 일환으로 본다”며 “정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역사상 유례 없는 세습체제는 상식에 부합하지 않으며 결국 가장 큰 피해자는 북한 주민”이라고도 했다.

박원곤 동아시아연구원(EAI) 북한연구센터 소장은 26일 EAI 홈페이지에 올린 ‘김주애와 북한 4대세습의 향방’ 동영상에서 “남성 중심의 보수적인 유교문화를 유지하고 있는 북한에서 여성 지도자가 권력을 장악하는 것은 어렵다고 점을 고려할 때 김주애는 김정은 통치체제 강화를 위한 선전 도구 역할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