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손열 "한·미 동맹 할 일 많다…국민은 `동맹 업그레이드` 원해"

  • 2023-09-26
  • 중앙일보 (특별취재팀)

손열 동아시아연구원장·연세대 교수는 "국민은 한·미 동맹이 70년 간 큰 발전을 이뤘음에도 현재 수준에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도 할 일이 많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 동맹 70주년: 중앙일보-동아시아연구원(EAI) 여론조사'를 계기로 20일 진행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손 원장은 여론조사 결과를 설명하면서 "동맹 업그레이드를 통해 국민이 얻을 이득이 무엇인지 정부가 답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한ㆍ미 동맹의 지난 70년을 돌아보며 앞으로의 70년을 내다본다면.

A. 지금의 한ㆍ미 동맹에 대해 응답자의 50.7%가 "좋다"고 답했고, 42.3%가 "보통이다"라고 답했다. 또한 지역 및 세계 문제 해결에 역할을 하는 동맹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데 81.8%가 동의했다. 많은 국민이 동맹의 현재 수준에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도 할 일이 상당히 많다'고 본다는 뜻이다. 국민 상당수가 '동맹의 업그레이드'를 원하는 상황에서 이를 통해 구체적으로 국민이 얻을 이득이 무엇인지 정부가 대답해줄 필요가 있다. 또한 동맹 강화와 동시에 국익 수호의 관점에서 한국 외교에 동맹이 차지하는 비중을 '상대화'하며 지켜볼 필요가 있다. 국제 질서가 빠르게 다극화 혹은 다중 체제화하는 상황에서 동맹 강화에만 치중하기보다는 한ㆍ미 동맹의 가치와 기능, 역할을 끊임없이 재평가, 재정의해가야 한다.

Q. 이번 여론조사를 총평하자면.

A. 국민은 여전히 한ㆍ미 동맹에 대해 강고한 지지를 보내고 있었다. 안보, 경제 발전, 민주주의 등 다양한 층위에서 동맹을 긍정 평가했는데 과거와 같은 '동맹 일변도'의 지지는 아니었다. 더는 '동맹 올인'을 외치지 않는 셈이다. 국민은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 두드러진 미국의 위상 변화도 인식하고 있고, 미국의 핵우산 등 확장억제가 한국 안보를 100% 지켜줄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보였다. 한ㆍ미 경제 관계가 '보완적'이 아니라 '상호경쟁적'이라고 답한 비율도 31.7%에 달했다. 중국과의 협력 또한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는데, 한ㆍ미 동맹을 중심으로 하되 파트너십의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Q. 한ㆍ미 동맹이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데에 국민은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정부의 비전에 대한 신뢰일까, 아니면 동맹의 혜택을 실질적으로 느끼는 것일까.

A. 한ㆍ미 동맹이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대응을 넘어 지역 및 세계 문제 해결에 역할을 하는 동맹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진술에 응답자의 81.8%가 동의했다. 한국의 경제력과 군사력, 소프트파워 신장을 고려할 때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공감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동맹 진화에 대해 '총론'에서 압도적 지지가 나타난 반면, 개별 사안에 대해 '각론'으로 들어가 한국의 역할 및 기여도를 묻자 상황이 달라졌다. 대만 해협에서의 잠재적인 군사적 충돌, 신장 위구르 지역 인권 탄압 문제, 미ㆍ중 첨단기술 경쟁, 우크라이나 전쟁 등 현안에 대해 한국이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지역적·국제적 동맹의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 것이다. 한국의 국익이 아니라 미국의 국익을 우선으로 끌려가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에 대한 우려일 수 있다. 특히 미국 차기 대선 과정에서 자국우선·일방주의의 ‘트럼프 현상’이 본격적으로 재부상하는 경우 이런 우려는 증폭될 것이다. 이러한 국민 여론을 고려할 때 한ㆍ미의 이익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 이를 조정하고 균형을 맞추는 외교적 노력과 국내적 설득이 대단히 중요해질 것이다.

Q. 지난 4월 한ㆍ미 정상회담의 결과물인 '워싱턴 선언'에 대해선 응답자 57.7%가 "한국의 안보 우려를 해소하기에 충분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서울이 핵 공격을 받으면 미국이 핵으로 방어할 것인지" 묻자 65.6%가 "아닐 것"이라고 답했다. 어떤 의미인가.

A. '핵 대(對) 핵'의 관점에서 봤을 때 '미국이 북한 핵·미사일 사정권 내 있을 경우 과연 한국을 지키기 위해 핵을 쓸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또 한편으로는 '핵을 꼭 핵으로만 막아야 하느냐'라는 인식이 반영됐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실제 핵보다 더 무서운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신무기 개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핵 버튼을 누르기 전에 다른 방식으로 이를 제어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Q.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호감도는 4%에 그쳤고, 중국 자체에 대한 비호감도도 71.9%에 달했다. 동시에 한ㆍ중 관계가 중요하다는 응답은 81.8%를 차지했는데.

A. 대중 비호감 정서는 2017년 3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 조치로 인해 시작됐다. 최근에는 중국의 '체제'에 대한 불신도 강해졌다. 우리가 바라는 '미래 신(新) 문명'을 자유롭고 민주적이며 보편적 가치를 반영하고 공생할 수 있는 질서라고 정의한다면, 과연 중국이 이에 가까이 있을까. 사드 보복으로 우리 국민의 자긍심을 건드린 시진핑 주석의 리더십에 대한 강한 반감에 더해, 중국 정치체제를 믿고 함께 가기는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국민 다수는 중국이 제공하는 경제적 기회와 전략적 위상 때문에 양자 관계 관리가 필요하다는 균형 감각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