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日 가는 尹, 셔틀외교 복원 기대감도…한·일 국민은 이미 ‘서로 호감’

  • 2023-03-16
  • 손덕호 기자 (조선비즈)

일본 방문한 외국인 셋 중 하나는 한국인
한국 방문한 외국인 1위도 일본인…‘한국여행놀이’도
韓서 슬램덩크, ‘스즈메…’ 연속 흥행…日선 K-팝
한국인 81%·일본인 53.4% “역사 갈등으로 악화된 관계 회복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취임 후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더 나빠질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된 한일관계를 개선하고, 양국 간 최대 현안인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문제를 해소하는 과제를 안고 일본으로 떠난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도 이르면 올해 여름 한국을 찾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명박 정부 이후 사라진 ‘셔틀외교’ 복원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양국 정부가 최악 상태였던 한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한일 국민들은 이미 서로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져 있는 상태다. 일본을 찾는 외국인 3명 중 1명이 한국인인 상황이고, 일본에서도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국 여행 붐이 일어나는 등 민간 교류는 이미 활발해졌다.

◇도쿄 신주쿠·시부야에선 ‘일본인 반, 한국인 반’ 말까지

양국 국민들이 서로에 대해 느끼는 감정을 숫자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여행’이다. 일본이 지난해 10월 코로나19 사태 이후 굳게 닫았던 국경을 열고 외국인의 개인 자유여행을 허용한 후, 한국인 관광객은 물밀듯이 일본으로 몰려갔다. 도쿄 신주쿠나 시부야 같은 번화가에 가면 ‘일본인이 반, 한국인이 반’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 말은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올해 2월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은 147만5300명이다. 그 중 한국인은 56만8600명으로, 전체의 38.5%를 차지했다. 이어 대만(24만8500명), 홍콩(11만9400명) 순으로 방일객이 많았다.

일본인들도 한국을 많이 찾는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월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은 43만4429명으로, 그 중 일본인이 6만6900명(15.4%)을 차지했다. 2위는 대만(4만9477명), 3위는 미국(4만9120명) 순이었다. 지난달 일본 관광청이 발표한 일본 전국 Z세대 남녀 400명 대상 조사에서 일본 여성들이 올해 가장 가고 싶은 여행지 1위는 한국(36.5%)으로 프랑스(33.5%) 이탈리아(30.5%)를 앞질렀다.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한국을 방문할 수 없었던 2021년에는 청년층 사이에서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에서 ‘한국여행놀이(渡韓ごっこ)’가 유행하기도 했다. 일본에 있으면서 호텔이나 집에서 친구들과 모여 한국 음식이나 술, 과자 등을 먹으며 K-팝을 듣고 한국에 여행을 간 듯한 기분을 내는 놀이다.

◇2019년엔 라멘도 안 팔렸는데…박스오피스 1·2·4위 日 애니메이션

2019년 일본이 한국에 대해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 조치를 취했을 때 한국에서는 ‘노노재팬’이라고 불린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 일었다. 일본 문화를 즐기는 사람도 줄었다. 일본식 라멘을 파는 식당이 ‘한국 식재료를 씁니다’라고 안내문을 붙여놓아도 장사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4년 뒤 모습은 완전히 달라졌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일본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은 지난 14일 6만1603명의 관객을 동원해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다. 7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누적 관객수도 100만명을 돌파했다. 2위와 4위도 역시 일본 애니메이션인 ‘더 퍼스트 슬램덩크’, ‘귀멸의 칼날: 상현집결, 그리고 도공 마을로’다. 지난달 최고 흥행작은 ‘더 퍼스트 슬램덩크’로 168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일본도 비슷하다. 매년 마지막 날 가족들이 집에 모여 시청하는 NHK의 연말 음악 특집 프로그램 ‘홍백가합전’에는 트와이스와 아이브, 르세라핌 등 K-팝 그룹이 대거 출연했다. 이 중 트와이스를 제외하면 현지에서 제대로 활동도 하지 않았지만, 한국과 시차 없이 청년층에서 인기를 끌자 NHK가 출연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일본 음악시장에서 정상급 가수로 인정을 받았다는 뜻이다.

◇일본인 27.8% “한일은 이미 대등한 관계”…한국인은 48.1%

한국과 일본의 국민 감정도 과거에 비해 우호적으로 바뀌었다. 일본의 비영리 싱크탱크 ‘언론NPO’가 한국동아시아연구원과 함께 실시해 지난해 9월 발표한 ‘한일 공동 여론조사’에서 한국인 중 30.6%는 ‘일본에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는 응답했다. 2020년(12.3%)보다 크게 높아졌다. 일본인 중 ‘한국에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30.4%다. 같은 기간 4.5%포인트 상승했다. 동아시아연구원은 “(조사가 시작된 2013년 이후) 2022년 호감도는 양국 모두 과거 최고치 수준에 육박하고, 비호감도는 최저치에 근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국 모두 상대국에 호감도가 높은 집단은 10~30대였다. 10대는 한국인의 53.5%, 일본인의 52.2%가 상대국에 좋은 인상을 갖고 있었다. 또 상대국의 대중문화에 많이 노출될수록 호감도가 커지는 경향이 있었다. 일본인의 86.2%, 한국인의 81.3%가 상대국의 대중문화를 즐기면서 상대국 인상이 개선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여행 경험도 호감도 상승에 기여했다. 상대국 방문 후 인상의 변화를 물은 결과 한·일 모두 77%가 호감을 나타냈다.

한일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한국인은 82.6%, 일본인은 56.5%로 나타났다. 한일관계가 중요하다는 이유로 한국인은 ‘무역이나 경제·산업 면에서 상호 의존성’을 이유로 꼽은 사람이 69.5%로 가장 많았다. 일본인은 ‘역사적·지리적·문화적으로 관계가 깊고 이웃나라이기 때문’이 71.9%였다.

외교 현안에 대한 조사도 실시됐다. ‘역사 갈등으로 악화된 한일관계를 회복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한국인은 81.1%, 일본인은 53.4%가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답했다. 2020년과 비교해 한국인은 19.9%포인트, 일본인은 14.6%포인트 높아졌다.

한일 간의 향후 관계에 대해 일본인은 ‘적어도 정치적 대립을 피해야 한다’는 응답이 30.5%, ‘대립은 미래지향적으로 극복해야 한다’가 28.5%로 집계됐다. 한국인은 ‘대립은 미래지향적으로 극복해야 한다’가 49.2%로 가장 많았다.

양국 정상에 대한 질문도 실시됐다. 일본인 중 윤석열 대통령에게 ‘좋은 인상’을 가진 사람은 20.1%로, 2021년 조사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2%)보다 크게 높았다. 한국인 중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에게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는 응답은 6.6%에 그쳤다.

일본인 사이에서도 지난해부터 ‘한일은 대등한 관계’라고 느끼는 사람들이 늘었다. 일본인 중 27.8%가 ‘한일은 이미 대등한 관계’라고 느낀다고 답했다. 이는 2021년(15.7%)보다 크게 증가한 것이다. ‘아직 대등한 관계는 아니지만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응답도 28.9%를 차지했다. 한국인 중 ‘한일은 이미 대등한 관계’라는 응답은 48.1%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