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북, ‘신냉전’ 격화 내심 기대…실현 여부는 불확실”

  • 2023-03-13
  • 이정은 기자 (rfa 자유아시아방송)

앵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북한 인권 관련 비공개 논의 계획에 북한 외무성이 반발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인권 문제 제기를 사회주의 제도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하며 중국과 러시아와의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13일 외무성 성명을 내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북한인권 관련 비공개 논의 소식에 반발한 북한.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북한이 개인 담화가 아닌 외무성 명의의 성명을 내면서 인권 문제제기를 대북 적대시정책의 일종으로 보는 북한 지도부의 입장을 확고히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 북한은 대북 적대시 정책의 근거로 제재, 인권, 훈련 이렇게 세 가지를 두고 있습니다… 외무성 기관이 직접 성명을 냈다는 것은 지금까지 인권 문제에 대해서 계속 차곡차곡 쌓아온 것을 이번에 집중적으로 표현했다는 것으로 봅니다.

북한이 이번 성명에서 미국과 ‘사상과 제도의 대결’을 하고 있다고 규정하고 미국이 ‘사회주의 제도를 전면 부정’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한 점도 주목됩니다.

이와 관련 양무진 총장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해 추가 대북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한미일과 이를 반대하는 북중러의 구도가 고착화된 가운데 북한이 인권 측면에서도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과 러시아와의 연대를 통해 대응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 인권 문제를 가지고도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신냉전 구도가 생기면 손해 볼 것이 없다는 생각에서 북한이 이번에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 북한 인권을 논의하는 부분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면서 북중러 간 나름대로 단합을 꾀하겠다는 전략적 의도도 있는 것으로 분석합니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오는 17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비공식 회의를 열어 북한의 인권침해 문제를 논의한다고 보도했습니다.

회의 소집을 요청한 미국과 알바니아는 "북한의 인권 침해와 남용은 국제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며, 불법적인 대량살상무기(WMD)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직접 관련돼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유엔 안보리가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진행한 북한인권 관련 논의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모두 비공개로 진행됐습니다.

북한이 겉으로는 미국에 이른바 신냉전을 촉발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신냉전 구도가 격화하길 내심 기대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는 최근 한국의 동아시아연구원 웹사이트에 게재한 ‘북한이 그리는 신냉전의 세계’ 논평에서 북한이 한미일 대 북중러 대치 구도에 편승해 핵보유를 정당화하는 동시에 중국과 러시아의 지지를 강화하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신냉전으로 진영이 구축이 되면 중국과 러시아와 한 편이 될 수 있으니까 북한으로선 훨씬 유리한 국제 환경이 조성이 됩니다. 미국이 냉전을 조성하고 있다며 부정적으로 얘기를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런 냉전 구조가 정착되는 게 유리하다라는 판단을 갖고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현재 북중러의 결집은 편의에 의한 결합 관계인 것으로 진단하며 장기간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그리는 신냉전이 도래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미국과 소련 간 냉전 시기와 달리 자유주의 대 권위주의 대립으로 치환되는 신냉전은 체제 차이 외에 이념적 정합성이 부족할 뿐 아니라 체제 간 관계가 냉전 당시와 같이 완전히 절연된 것도 아니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북한이 러시아의 민간 용병회사인 와그너 그룹에 무기를 지원했다는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는 이유에 대해 박원곤 교수는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대서양조약기구, 즉 나토(NATO)를 중심으로 한 유럽 국가들의 적성국으로 규정되는 것은 대북제재 해제에 불리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만약 북한의 무기 지원이 사실로 드러나면) 나토 중심의 유럽 국가들이 북한을 명백한 적성국으로 규정을 하고 이에 대한 대응을 시작할 겁니다. 그것은 북한이 원하는 구도는 아니죠. 북한은 특히 제재 해제를 원하고 있는데 그렇게 되면 유럽과 나토 국가들이 반대할 가능성이 매우 커지게 됩니다.

그러면서 신냉전 구도의 격화와 이로 인한 자유주의 국가들의 결집이 북한에게 결코 유리한 것만은 아니라고 진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