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리뷰] “한국 기술외교, 미·중 뛰어넘는 비전 제시해야”

  • 2023-01-15
  • 박지현 기자 (서울평양뉴스)

미국과 중국의 기술경쟁의 흐름은 2023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 "미국과 중국이 내세우고 있는 기술비전보다 더 설득력 있고 매력적이며 실행해 볼 만한 기술비전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배영자 건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EAI(동아시아연구원) 신년기획 특별논평 시리즈 ‘2023 미중 기술경쟁 전망과 한국의 기술외교 전략’에서 이같이 밝혔다.

배영자 교수는 “현재 미중 기술경쟁 전개 양상을 결정하는 칼자루는 미국이 잡고 있다”며 미국이 중국을 대응하는 방식과 수준이 달라진 배경에는 “중국을 바라보는 미국의 인식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배 교수는 “첨단기술 부문에서 중국 위협에 대한 미국의 인식은 더 강화되고 중국이 도전해 오는 기술의 범위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의 대중국 첨단기술 관련 규제 확대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으로 배 교수는 미국 내에서 "장기적 국익의 관점에서 신중하게 대중 규제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점에도 주목했다.

이어 배 교수는 “미국이 중국 기술 견제를 위해 기술협력 네트워크 구축에 공을 들여 왔고 양자 간 기술협력은 물론 다양한 다자 간 기술협력 플랫폼을 발전시켜 왔다”는 점을 짚었다.

그러나 “중국이 세계 경제성장 동력과 시장을 제공하는 상황에서 미국에 편향된 기술협력 강화를 선택하는 것은 많은 국가와 기업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도 배 교수는 지적했다.

배 교수는 2023년에도 미중 기술경쟁이 이어질 것이며 “미중 기술경쟁의 심화와 함께 양국 모두 디커플링과 갈등의 대내외적 비용을 관리하고 고려해야 할 필요성이 점차 증대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정세 변화 속에서 배 교수는 "한국의 기술혁신 역량 강화라는 뚜렷한 목적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미국과 기술 협력을 강화하면서 중국 위험과 불확실성 증대를 관리하고 대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판 기술 동맹은 미중 양자 사이의 선택이라는 단순한 도식을 넘어 중층적으로 다양한 협력 채널을 넓게 확보하여 미중 기술경쟁 심화로 인한 위험을 분산시키면서 동시에 한국의 기술혁신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구축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배 교수는 “미중 기술경쟁 시기 한국 기술외교는 세계에 설득력 있는 기술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확장해 나가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중견국 한국은 다양한 구성원들의 역동적인 경쟁과 협력이 어우러지는 가운데 보편적 가치인 민주주의의 지속 실현에 기여할 수 있는 기술비전을 동류국들과 함께 모색하여 제시하고 실현하고 확장하는 기술외교를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배 교수는 “개방적이고 협조적인 혁신 생태계의 유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 “국가 간 치열한 첨단기술 경쟁 가운데서도 경쟁이 개방적이고 공정한 규칙에 따라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여러 신기술 분야의 규범과 규칙 형성에 적극 참여하면서 규칙기반 질서가 공고화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