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매일 친구들이 죽는다, 베프도 죽었다 … 하지만 타협은 없다”

  • 2022-11-03
  • 김선영 기자 (문화일보)

■ 동아시아硏 ‘라운드테이블’참석차 방한 우크라여성 외교단 3명

 

“10대여성 집단학살, 지켜만 봐

전기 하루 6시간밖에 안들어와

수돗물 끊겨 3개월 한 번 샤워

 

韓, ‘암흑기’ 우크라 도와준다면

우린 어떤 식으로든 보답할 것”

 

“제 베스트 프렌드도 죽었습니다. 매일 친구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10대 여성들이 러시아군에게 강간당하거나 제노사이드(집단 학살) 당하는 것을 그저 지켜보기만 해야 합니다. 전기가 끊겨 하루에 6시간밖에 안 들어오는 비극 속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양보나 타협은 없습니다.”

 

2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동아시아연구원(EAI)에서 이숙종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가 진행한 ‘라운드테이블’ 참석차 방한한 우크라이나 여성 외교단 3명이 전한 엄혹한 현실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적 공격과 전쟁에서의 승리에 대한 비전’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서 이들은 “지금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건 인도주의적 지원”이라면서 한국에도 발전기 등 지원을 요청했다.

 

우크라이나 안보 분야 부패방지에 힘쓰는 비정부기구 ‘NAKO’의 올레나 트레구브 사무총장은 “절친한 친구가 마리우폴에서 러시아군에 납치됐는데 함께 납치당한 아이들이 살해당하는 걸 영상으로 남겼다”며 “우크라이나 현지는 지금 에너지 공급이 원활하지 않고, 수도가 끊겨 3개월에 한 번씩 샤워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한나 호프코 전 우크라이나 의회 외교위원장은 “이번 방한 준비를 하면서 놀란 건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비자가 없으면 한국에 입국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며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인의 입국조치를 완화해 이런 비자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호프코 전 위원장은 ‘이태원 압사 사고’를 추모하기 위해 검정 리본을 달고 왔다고 밝히면서 “우리야말로 참혹한 죽음이 얼마나 큰 고통을 주는지 너무 잘 알고 있다”며 “유족들과 한국인들이 아픔과 비극 속에서 잘 회복하고 우크라이나와 새로운 협력 관계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다리아 칼레니우크 우크라이나 반부패 행동센터 공동 설립자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제 전 세계가 정의를 위해 벌이는 전쟁으로 첨단 및 에너지 산업에서 세계 넘버 원인 한국은 우크라이나와 엄청난 협력을 할 수 있는 나라”라며 “암흑기에 놓인 우크라이나의 재건을 한국이 도와준다면, 우리는 이를 절대 잊지 않고 어떤 식으로든 보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에 대해 이들은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하게 되면 그건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전 세계의 비극이 될 것”이라며 “미국 등 서방 동맹국들이 우크라이나에 무기지원을 하면 러시아가 핵 사용을 못 하게 하는 억제 효과가 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레구브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는 세계 3위 핵보유국이었지만 세계 안전과 평화를 위해 포기했다”면서 “그런 만큼 이번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가 승리해 러시아가 핵을 쓰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로 핵 억제이자 핵우산”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 동아시아에서는 북한이 핵 위협을 계속하고 있고, 중국과 대만 간 갈등도 심화하는 만큼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것은 한국에 공격적 방어의 일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