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고종완의 부동산 더하기 곱하기] 새 정부 부동산, 재건축·규제완화·서민주거복지에 달렸다

  • 2022-04-04
  • 고종완 (국민일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원회 부동산 태스크포스(TF)가 부동산 공약, 즉 부동산 정책의 실천을 위한 큰 틀과 토대를 가다듬는 중이다. 공약 내용과 우선순위에 따라 정책 조율과 수정 보완작업도 이뤄질 전망이다.

 

3·9 대선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소는 부동산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4일 동아시아연구원이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표심을 가르는 결정적 변수로 작용했다. 뒤를 이어 후보의 가족 리스크와 경제 불확실성이 차지했다. 이 보고서를 통해 드러난 두 가지 이슈는 몹시 흥미롭다.

 

하나는 집값이 많이 오른 인기 지역 부동산 부자일수록 윤 당선인의 지지율이 높았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무주택자, 젊은 층도 윤 당선인을 뽑았다는 사실이다. 일견 모순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깊이 있게 뜯어보면 이해가 되는 지점이 있다. 다주택자의 경우 세금 폭탄에 대한 조세 불만이, 세입자의 경우는 집값과 전셋값 폭등에 따른 주거 불안감이 각각 자리 잡고 있다. 한마디로 윤 당선인을 지지한 이유는 계층마다 다르지만 현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에 대한 준엄한 심판과 더불어 주거 불만, 불안, 불편이 한꺼번에 표출된 결과로 보인다.

 

그렇다면 새 정부는 국민의 바람대로 부동산 정책에 관한 철학과 기조를 포함해 합리적인 수단과 방법, 방식을 찾아낼 수 있을까? 특히 주거 정책의 근본 목적인 주택시장 안정, 서민 주거 복지 향상, 주거 수준 개선이라는 3가지 본질적 목표 달성 및 정책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문제는 대선 후 한 달 가까이 경과한 현시점에서 평가는 냉정하다. 지금까지 드러난 윤 당선인의 발언과 인수위의 정책방안을 보면 혼란스럽고 미지수다. 시장은 기대 반, 우려 반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예컨대 강남, 여의도, 목동, 상계지구의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오름세로 돌아서고 분당 등 1기 신도시 아파트 상승 움직임도 우려된다. 대통령 집무실 국방부 이전이 가시화된 용산지역 집값도 1억~2억원씩 뛰고 있다. 이러다간 한동안 주춤하던 서울 집값이 재상승하거나 불씨가 되살아날 것이라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한 번 따져보자.

 

먼저,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문제점은 뭘까? 재건축, 재개발 활성화 및 규제 완화, 세금 정상화와 대출 완화, 주택임대차 3법 폐지(전면개정) 등 대표적 정책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필자는 본 칼럼을 통해 규제 완화의 부작용을 이미 언급한 바 있다. 정책학 교과서와 선진국 사례는 문제 해결의 이론이 되고, 교훈이 된다. 공급부족으로 시장이 과열될 경우 공급 확대와 규제 정책이, 반대로 시장이 냉각될 경우엔 공급 조절과 규제 완화(부양책)가 필요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되돌아보면 현 정부의 부동산 실책도 공급 확대, 규제 강화가 필요한 시점에 공급은 막은 채 수요 억제를 위한 규제 일변도 정책을 고집했던 탓이 크다.

 

다음으로 새 정부는 과연 어떤 정책과 수단, 방법을 선택해야 할까? 재건축, 규제 완화, 서민 주거 복지 측면에서 세 가지다. 첫째, 주택공급 목표인 250만 가구(수도권 150만 가구)의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재건축, 재개발사업의 활성화는 꼭 필요한 정책 1순위다. 특히 집값 상승의 진원지인 서울은 가용 택지가 고갈된 만큼 재건축, 재개발을 통하지 않고는 주택공급을 늘릴 수 있는 뾰족한 대안은 없다. 하지만 재건축은 장기적으로는 신규 공급물량증대 효과가 크지만 단기적으로는 집값 급등과 전세대란을 야기하는 부작용도 발생한다. 재건축, 재개발 주택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현상은 이를 잘 대변한다.

 

30년 이상 된 노후 아파트는 정밀안전진단 절차를 면제하고 층고를 35층→50층으로, 용적률을 300%→500%로 완화하겠다는 공약은 도화선이 됐다. 생애최초주택 구매자 대출규제완화(LTV 80%)와 다주택자 보유세 부담 경감, 인허가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는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은 불에 기름을 부었다. 한마디로 규제 완화가 시장에 미치는 장단기적 영향력에 대한 종합적 고려 없이 현 정부와 반대로만 하면 성공한다는 잘못된 이념과 신념은 몹시 위험하다.

 

둘째, 강남 재건축과 강북 재개발로 촉발된 상승 기대감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점도 경계해야 한다. 과거 경험으로 볼 때 강남 재건축 상승은 인근 지역 구축과 신축 상승으로 직결된다. 강남권 상승은 마용성광동(마포, 용산, 성동, 광진, 동작)으로, 서울지역 전체 집값 상승을 견인한다. 서울이 오르면 경기와 인천지역은 80~90% 오를 공산이 크다. 종국적으로는 대전, 세종, 광주, 대구, 부산 등 지방 대도시도 오른다. 올해 강남 재건축을 잡지 못하면 서울, 수도권, 전국주택시장은 언제든지 재상승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셋째, 재건축과 분당 등 1기 신도시의 이주 및 철거에 따른 이주대란, 전세대란은 최악의 상황을 예고한다. 예컨대, 잠실 주공 5단지 재건축이 본격화될 경우 3930가구의 주민은 어디로 이주할 것인가. 분당 등 1기 신도시의 29만 가구는 어느 곳에 대체 이주단지를 조성할 것인가. 현재의 재고 물량 부족과 멸실 주택을 감안하면 장차 4~5년간 수도권 전세난과 주거 대란은 자명하다. 1차 가격인 전월세 가격이 오르면 매매가격도 동반상승한다. 즉 재건축 활성화로 5~10년 후에는 신규입주 물량 증대, 공급 확대로 시장안정 효과가 크겠지만 중단기적(4~5년간)으로는 주택 멸실, 재고 물량 감소로 미친 전세, 미친 집값의 재현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새 정부 부동산 정책에 관한 3가지 고언이다. 모든 정책은 시장 상황과 조건에 따라 선후, 경중, 완급조절이 필수적이다. 선 공급 확대 후 규제 완화 정책이 첫 번째로 공공임대주택, 원가분양주택 등 단기공급 대책이 최우선으로 돼야 한다. 다음은 선 임대시장 안정-후 매매시장 안정으로 전월세 시장이 진정되면 매매시장은 자연적으로 연착륙을 할 것이다. 주택임대차 3법을 폐지(전면 개정)하거나 주택임대사업자 등록 부활은 후순위로 검토해도 늦지 않다. 세 번째로 선 양도소득세 완화 후 보유세 완화가 다주택자 절세매물 출시와 유통물량 정상화에는 더 효과적이다. 다주택자 보유 주택(232만 가구 추정)의 20~30%만 나와도 시장안정 효과는 클 것으로 기대된다. 설익은 대책과 시장에 역행하는 정책은 큰코다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