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선진 경제로 가는 길] 上. 10년간 5.2%씩 성장해야 선진국 문턱

  • 2005-08-15
  • 나성린 (중앙일보)

급속한 고령화 … 머뭇거릴 시간 없어

 

최근 몇 년간 한국경제는 경쟁상대국보다 훨씬 낮은 성장률을 기록해 왔다. 세계 평균성장률에도 못 미치는 저조한 수치다. 이 상태로 가면 우리 경제는 영원히 선진경제로 진입하지 못할 것이다.

 

그 이유는 뭘까. 우리 사회는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를 겪고 있다. 2019년께부터 65세 이상 노년층이 인구의 14% 이상을 차지하는 고령사회로 진입한다. 일단 고령사회에 들어서면 경제활동인구의 부족, 높은 조세부담률과 사회복지 부담 등으로 경제활력과 성장잠재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따라서 우리 사회가 향후 10년, 2015년까지 1인당 국민소득 2만5000달러 수준의 선진국 "문턱"에 턱걸이라도 하지 못하면 우리 경제는 순식간에 탄력을 잃게 될 것이다.

 

지난해 말 1인당 국민소득 1만4000달러가 된 우리 경제가 향후 10년 이내에 2만5000달러 수준에 도달하려면 매년 연평균 5.2%의 경제성장(필요성장률)을 지속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용자원을 활용해 최대한 달성할 수 있는 잠재성장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문제는 생산성 향상을 위한 전 국가적 노력이 수반되지 않을 경우 잠재성장률은 5%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최근 우리 경제가 잠재성장률에도 훨씬 못 미치는 경제성장률을 지속적으로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추세가 반전될 것이란 낙관적 증거는 별로 없다.

 

다시 말해 선진경제로의 진입 여부가 판가름날 시간은 10년밖에 안 남았는데 우리는 있어야 할 자리에서 한참 멀리 떨어져 있다. 지금 "성장이냐 분배냐" "평등이냐 경쟁이냐"와 같은 논쟁은 한가하다.

 

대기업, 고소득층, 엘리트 계층을 포함한 부(富) 창출 세력들의 경제의지를 꺾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특히 정부는 경제침체의 결과인 양극화 현상을 침체의 원인으로 착각해 잘못된 처방을 내리고 있지는 않은지도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 이제 우리 국민은 과연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되기를 원하는지 심각하게 자문해야 한다. 진정으로 선진국이 되기를 원한다면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껴야 한다.

 

가장 시급한 과제가 단기적으로는 경제를 활성화하여 "선진경제 필요성장률"과 현재 경제성장률 간의 격차를 줄이는 일이다. 장기적으로는 경쟁력 향상을 통해 잠재성장률을 5%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전 국가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 사회가 또 합의를 이뤄야 할 게 있다. 지속적인 경제성장은 소득수준 향상을 위해서만 필요한 게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경제성장은 빈곤을 해소하고, 복지 수준을 향상하고, 형평의 기반을 만드는 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왜냐하면 경제성장은 일자리를 창출하여 빈곤의 원인을 근원적으로 제거하기 때문이다. 성장은 세수를 늘려 사회복지제도를 더욱 내실화할 수 있다. 반면에 경제침체가 계속되면 일자리가 줄고 빈곤층이 늘어나 양극화가 더 심화된다. 이제 불필요한 논쟁을 지양하고 시간을 아껴야 할 시기다.

 

우선 잠재성장률의 중요 요소인 인력의 양과 질, 자본의 양과 질(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특히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선 구조개혁을 지속해야 하고 기업투자를 증대시킬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인력의 질을 높이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다. 치열한 기업가정신, 높은 교육열, 세계적 수준의 몇몇 전통 제조업과 같은 우리의 강점을 극대화하자. 서비스산업, 노사관계, 비효율적 정부, 금융산업 같은 약점들을 보완해야 한다.

 

무엇보다 성장주도 세력의 경제의욕을 북돋워 주어야 한다. 소외된 계층의 복지를 향상시키고 이들의 자립능력을 키워주는 효과적인 사회복지제도도 도입해야 한다.

 

▶ 나성린 한양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

 

EAI "10년 비전" 토론 참여 교수=김병국(고려대.정치외교학과), 김은미(이화여대.국제대학원), 김의영(경희대.정치외교학과), 나성린(한양대.경제금융학부), 송호근(서울대.사회학과), 윤영철(연세대.신문방송학과), 이내영(고려대.정치외교학과), 이종훈(명지대.경영학과), 이홍규(한국정보통신대.경영학부), 장훈(중앙대.정치외교학과), 정진영(경희대.국제지역학부) 교수 <가나다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