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한국인 그들은 누구인가] 배타적 대외인식

  • 2005-10-14
  • 김태현 (중앙일보)

대외경제 관계 인식은 배타적
주변국  불신은 여전


한국인은 다른 나라들에 대한 불신이 크며 경쟁적인 국제 관계 속에서 국익을 지키기 위해 힘, 특히 군사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엔 다른 나라와의 협력을 강조하는 "국제주의적 인식"과 군사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군사주의적 인식", 국가경제와 세계경제의 관계에 대한 인식, 주요 주변국에 대한 인식을 묻는 질문이 포함됐다.

국제주의와 관련된 질문에서 대체로 부정적인 응답이 나왔다. 가난한 나라에 원조를 늘려야 한다(40.7%), 외국인의 한국국적 취득을 쉽게 해야 한다(30.0%), 한국의 입장과 다르더라도 국제기구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37.5%) 등의 진술에 긍정적인 응답은 절반을 넘지 못했다.

정치.군사적 측면에서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 높고(67%) 국제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군사력이 강해야 한다(72.7%)는 사람들이 많았다.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응답자도 66.5%에 이르렀다.



1년 전 조사에서 50.7%에 불과했던 (중앙일보 2004년 9월 30일자) 핵무기 보유 주장이 크게 늘어난 것은 올 초 북한의 핵보유 선언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무역의존도가 70%가 넘지만 대외경제 관계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배타적이다. 68.9%의 응답자가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쌀시장 개방은 막아야 한다고 했다.

주변국 불신도 컸다. 북한.중국.일본.미국.러시아 등 주변국을 신뢰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매우 신뢰 또는 대체로 신뢰한다는 응답은 대부분 7%를 넘지 않았다. 반면 불신한다는 응답자는 신뢰한다는 응답자의 10배쯤 됐다. 특히 일본에 대한 불신이 컸다. 미국은 예외적으로 신뢰한다는 응답자가 20%나 됐다. 불신한다는 응답자(44%)와의 차도 크지 않았다.

주변 4강이 곧 세계 4강인 지정학적 조건, 오랜 민족의 분단, 세계시장 의존도가 높은 지리경제적 조건으로 국제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 게 한국의 숙명이다. 배타적인 대외인식은 이런 의존적 숙명에서 나온 측면이 없지 않다. 이는 우리 외교에 커다란 도전이 된다. 이 도전을 이겨내고 세계 속의 국가이익을 증진하기 위한 정치적 리더십이 절실하다.

김태현 중앙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