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한국인 그들은 누구인가] 위축되는 중산층 의식

  • 2005-10-14
  • 정한울 외 (중앙일보)

사회갈등 구조의 균형자, 중산층에 주목해야

 

설문조사에서는 스스로 최상위 계층에 속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0.1%, 중상위 계층에 속한다는 응답자는 3.3%로 극히 적었다. 중산층이라고 느끼는 응답자는 36.4%였다. 반대로 자신을 중하위 계층에 속한다고 본 응답자는 전체 41.9%에 달했고, 최하층에 속한다고 한 응답자도 16.4%였다.

시기별로 계층의식을 따라가면 심각성이 저절로 느껴진다. 이번 설문의 일부 문항은 통시적 분석을 위해 계층의식을 오랫동안 연구했던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의 조사들과 같은 내용으로 설계했다. 1984, 90년, 95년 조사에서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37→44→40%로 증가하다가 완만하게 감소했다. 95년 중산층의 감소는 하위 계층이 아니라 상위계층의 증가(9→12%)로 이어졌다. 80년대 중반에서 시작돼 외환위기를 맞기 전인 95년까지 이어진 호황기가 반영된 응답이었다.

그랬던 것이 외환위기 직후인 99년 조사에서 중산층 의식을 가진 사람이 33%로 급감했고, 2000년에는 외환위기를 극복하면서 39%로까지 회복되는가 싶더니 이번 조사에서는 다시 36%로 떨어졌다. 대신 자신을 하층 계층으로 느끼는 응답자가 58%까지 치솟고 있다.



스스로를 중산층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줄어들면 계층 간의 심리적 거리감이 더욱 부각되게 마련이다.

사회보장제도가 취약한 한국 사회에서 소득 양극화 현상이 극단적인 계층 간 대결로 번지지 않은 것은 중산층 의식이 상당한 완충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스스로 하위 계층(최하층+중하층)이라고 평가하는 집단과, 상위 계층(최상층+중상층)이라고 보는 집단들은 현실 평가에서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자신을 상위 계층 이상으로 보는 응답자의 경우 "1년 전에 비해 가계경제가 나빠졌다"는 인식이 12%에 불과했지만 하위 계층은 41%였다.

하위 계층으로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대한민국을 부끄럽게 여기는 경향이 강하며 사회갈등을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경향도 있었다. "대한민국에 대해 부끄럽게 느끼는 점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상위층의 32%가 "그렇다"고 응답한 반면, 하위층은 53%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또 하위층이라고 생각할수록 노사 문제, 세대 등 계층별 관계를 보다 갈등적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사회 갈등구조에서 중산층은 상층과 하층 사이에 균형자 역할을 하고 있다. 계층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소득 양극화 현상에 대한 근본적 처방과 함께 사회적.경제적 허리를 강화하기 위한 중산층 대책이 강구돼야 할 것이다.

정한울 · 정원칠 EAI 선임연구원


[정체성 연구 참여자]

EAI 시민정치패널=강원택(위원장.숭실대 정외과 교수).김병국(EAI 원장.고려대 정외과).김민전(경희대 교양학부).김장수(고려대 BK연구전임강사).김태현(중앙대 국제대학원).이내영(고려대 정외과).이재열(서울대 사회학과).이현우(경희사이버대 영미학과).정원칠(EAI 선임연구원).정한울(EAI 선임연구원)

◆ 중앙일보=신창운 여론조사전문기자, 전영기 정치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