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한국인 그들은 누구인가] 바뀌는 통일 의식

  • 2005-10-13
  • 이내영 (중앙일보)

"통일은 조심스레 추진" 82%
"통일 비용 부담 않겠다" 30%

 

한국인의 통일의식이 바뀌고 있다. 통일의 당위성에 대한 물음에 "여건을 봐가며 속도를 조절해 추진해야 한다"는 응답이 54.6%에 달했다. "통일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19.6%)는 의견과 "굳이 통일할 필요가 없다"(7.9%)는 의견을 합하면 82.1%가 통일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반면 "빨리 통일을 해야 한다"는 의견은 17.4%에 불과했다. 1996년 세종연구소 국민의식조사에서 "통일은 민족의 지상 과제이므로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30.4%나 되었던 것과 비교하면 지난 10년간 감성적 통일지상주의는 줄어들고 통일에 대해 신중하거나 소극적인 태도가 증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통일 방식에 대해선 남한 체제를 유지하면서 남한의 주도하에 통일할 것을 지지하는 의견이 다수였다. "남한식 체제로의 통일"을 지지하는 의견이 35.3%, "각각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공존하는 방식으로 통일"을 지지하는 의견이 52.9%였다. 통일에 대한 태도가 변한 것은 북한 체제의 실상이 알려지고 통일 비용과 과정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국민이 인식하게 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남한과 북한은 현실적으로 별개의 독립적인 국가"라는 점에 77.7%가 공감했다. 통일을 위해 1년에 얼마 정도의 추가 비용을 부담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혀 부담하지 않겠다"는 대답이 30.4%였고, 10만원 미만을 부담하겠다는 의견도 39.5%에 달해 전체 응답자의 70%가 통일비용의 부담에 대해 소극적이었다.

이내영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