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북한 기아 보고서 만든 해거드 박사

  • 2005-09-09
  • 박현영기자 (중앙일보)

"북에 지원한 식량 25 ~ 30% 일반 주민들에 전달 안돼"

"북한 기아 보고서" 만든 해거드 박사

"국제사회가 북한에 지원하는 식량의 25~30%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

 

미국의 민간단체 "북한인권위원회"의 의뢰로 최근 "기아와 인권 : 북한의 기아 정치학"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한 스티븐 해거드 (UC 샌디에이고대 국제대학원 교수.사진) 박사는 8일 대북 식량 지원의 투명성에 대해 이렇게 우려했다. 그는 미국 국제경제연구소의 마커스 놀랜드 선임연구원과 같이 작성한 보고서에서 "원조 식량이 어린이.노약자.임산부 등 꼭 필요로 하는 주민들에게 전달되지 않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해거드 박사는 지난 10년간 민간단체들의 탈북자 설문조사, 세계식량계획(WFP) 보고서, 전문가 인터뷰, 북한 통계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보고서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식량 전용 실태에 대해 그는 "군보다는 지방 관리들에 의해 자행되는 경우가 많다"며 북한 행정조직의 부패를 지적했다. 또 "이렇게 빼돌려진 쌀이 대도시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기아 문제가 드러난 1990년대 중반 이후 세계 각국의 대북 식량지원액은 20억 달러에 달한다.

해거드 박사는 "북한은 식량 원조를 받기 시작한 뒤 식량 수입을 거의 중단했다. 현재 북한으로 들어오는 외국산 식량의 10%만 돈을 주고 사 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이 식량 수입할 돈을 아껴 군사비로 쓴다고도 했다.

북한의 식량 분배에 대한 감시 부족 문제도 거론했다. 북한의 WFP 직원은 고작 40여명이라는 것이다. "한국은 북한에 대규모 식량을 지원하고 있으나 분배 상황에 대한 접근은 WFP보다 더 못한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기아 문제 해결의 실마리로 그는 9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마르티아 센 교수의 "제대로 기능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기아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말을 상기시켰다. 식량 문제는 체제의 발전 없이는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식량 원조 문제는 누구도 꺼내고 싶어하지 않는 골치 아픈 문제지만 북한 인권 침해 상황을 막기 위해서도 진지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해거드 박사는 동아시아연구원(EAI)과 UC 샌디에이고대가 공동 주최하는 고려대 100주년 기념 학술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7일 방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