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美 컬 교수 - EAI 이내영 소장 대담

  • 2005-08-23
  • 장학만기자 (한국일보)

[中위협론] "중국 위협론" 세계인들은 어떻게 보나
- BBC·여론조사기관 글로브스캔 23개국 여론 조사

"中급성장 따른 위협보다 美독주에 더 반감"

여론조사 주관 美 컬 교수 - 고려대 이내영 교수 대담 정리

미국인들조차 中을 위협으로 안 느껴

한국인, 경쟁 우려하면서 "기회"로 생각


세계적인 여론조사기관인 글로브스캔과 영국의 BBC방송은 최근 세계 23개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중국의 급부상에 대한 공동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중국의 국력신장, 군사력의 팽창이 세계 평화에 큰 위협이 된다는"중국 위협론"에 대한 실질적인 1대1 여론조사다.

이를 주관한 스티븐 컬 미 메릴랜드대 국제정책연구소(PIPA) 소장이 22일 재단법인 동아시아연구원(EAI) 초청으로 방한, 이내영 고려대 교수와 대담을 가졌다. 대담은 이교수의 문제제기에 컬 소장이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대담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 이내영 EAI 여론분석센터 소장 (고려대 정치외교학 교수) : 미 위스콘신 매디슨대 박사. 한국정치학회 이사. 대미인식, 정치사회의식(이념), 선거 및 국제관계 여론조사 프로젝트 등에 참여.

- 스티븐 컬 미 메릴랜드대 국제정책연구소(PIPA) 소장: 미 세이브룩 인스티튜트 심리학 박사. 여론조사 전문가로 시카고외교협회, 글로브스캔 등의 국제 여론조사 총괄 기획ㆍ분석담당. 미 백악관과 의회, 국무성, 유엔 및 나토(NATO) 등의 여론조사 자문역.  

- 최근 중국 산둥(山東)반도 지역과 서해 등에서 실시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의 사상 첫 군사 합동훈련은 미국과 일본, 대만 등의 우려를 낳고 있다. 아시아의 안보질서와 균형을 깨는"중국 위협론"이 마치 현실화 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과연 "중국 위협론"은 실체가 있는 것인가 아니면 위협을 느끼는 일부 국가들이 꾸며낸 허구적 요소가 강한 것인가.

"중국의 급부상은 세계 최강국 미국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눈부신 경제성장이 가장 큰 배경이다. 20년 넘게 연평균 9%의 고속성장으로 질주하고 있는 중국은 2020년 1인 당 국내 총생산(GDP)이 4,000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미국계 투자회사인 골드만삭스는 현재 추세라면 2007년 독일, 2015년 일본, 2039년엔 미국을 차례로 제치고 세계 최대 경제대국으로 우뚝 설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력을 토대로 중국의 군사력도 팽창하고 있다. 올해 중국 국방비는 299억 달러로 5년 전의 2배를 넘어섰다. 그러나 이 수치를 있는 그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 미 국방보고서는 올해 중국의 국방비 실제규모를 그 3배인 900억 달러로 추산하고 있을 정도다. "중국 위협론"은 이 같은 배경에서 비롯된다."


- "중국 위협론"에 대한 글로벌스캔과 BBC의 여론조사 결과는 무엇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중국 급부상에 대해 세계는 위협적으로 보기 보다는 "흥미진진하고 친근감 있는 눈빛(benign views)"을 보내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 캐나다 등 14개국은 긍정적이었고 미국과 일본, 독일, 멕시코 등 5개국은 부정적이었다. 한국 등 나머지 국가들은 긍정과 부정이 엇갈리는 복합적 반응을 보였다. 중국의 급격한 경제 성장이 군사적 위협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경제성장이 직접적으로 세계를 위협한다고 보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중국 위협론"은 다소 과장된 측면과 허구적 요소가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아시아 국가에서도, 특히 한국의 경우 중국의 경제 성장에 대해 경쟁자로서 우려하면서도 위기 보다는 기회라는 느낌을 더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군사적 측면에선 대만에 대한 위협을 가장 우려했고 그것이 중국의 패권주의로 연결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 위협론"보다는 미국에 대한 세계인들의 이미지가 더 나쁘다는 것이다."


- "중국 위협론"보다 미국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더 높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라크 전 등 미국의 일방주의적 외교정책에 대해 부정적 이미지를 말한다. 조사결과를 보면 미 외교정책에 대한 부정이 미국 전체 이미지로 굳어져 버린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6개국만이 미국을 친근하게 느꼈고 14개국은 부정적으로 봤다. 거꾸로 중국의 급성장에 매력을 느끼며 기회로 보는 경향이 짙었다. 러시아에 대한 조사 결과도 미국과 비슷했다. 13개국이 부정적이었고 6개국 만이 긍정적이었다."


- 중국의 경제ㆍ군사적 급부상을 바라보는 미국인들의 시각은 어떤가.

"대다수 미국인들은 중국의 경제성장을 위협으로까지는 느끼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49%가 긍정적으로 보았고 40%가 부정적 답변을 했다. 또 중국이 경제성장을 통해 민주화하고 있다는 견해도 많았다. 특히 50%가 중국의 성장이 미국에 기회를 줄 것으로 보았고 44%는 위협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낙관적 분위기가 우세하다는 얘기다."중국 위협론"을 제기하는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의 입장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다. 미 정부가 중국을 새로운 주적이라든지 또 다른 소련이라고 강변해도 국민들을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한편 미 국민 46%는 중국의 더 빠른 발전을 점쳤고 45%는 발전 속도 둔화를 예상하는 엇갈리는 반응을 보였다."


- 미국인들이 중국의 급성장에 대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대다수 미국인들은 중국의 군사적 팽창보다는 경제적 영향력에 주목했다. 미-중간 무역분쟁에서 보듯 값싼 중국산 제품 때문에 일자리를 잃을 수 도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미국인들은 중국의 무역 공정성을 의심한다. 중국의 고질적인 병폐인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우려가 높다. 그러나 톈안먼(天安門) 사태이후 중국의 경제적 급성장과 민주화 진전으로 최근 인권상황은 크게 호전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응답자의 75%는 중국이 군사적으로 더 팽창할 것으로 보면서도 10년내에 미국을 견줄 만한 군사대국이 될 것으로 보지는 않았다. 미 정부와 국민은 그러나 대만에 대한 침략 가능성에 대해선 우려 일색이었다."


- 성장하는 중국에 대해 한국인들이 느끼는 이미지는 무엇인가.

"한국인들은 중국의 급성장으로 기존 미국과의 관계에서 더욱 복잡하고 새로운 관계정립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하고 있다. 대다수 한국인들은 중국이 경제적으로 미국과 함께 세계를 주도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중국이 미국의 대안이 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 다만 미국과의 관계 재설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다수 한국인들은 미국의 일방주의적 외교정책에 거부감을 보이지만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중국이 대체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국인들은 미국의 영향력 감소를 바라고 있고 미군 철수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긍정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