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외국인 투자

  • 2005-06-02
  • 유석형 (세계일보)
한국에서 안보와 기업투자의 상관관계는 얼마나 밀접할까. 이 해답은 동아시아연구원(원장 김병국 고려대 교수)이 주한 외국기업의 임원 16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주한 외국기업인 투자의향"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조사에 의하면 최근 북핵 사태와 관련, 미국이 단독으로 대북 해상·공중 봉쇄에 돌입할 경우 주한 외국기업의 63%, 미국이 제한적 군사작전에 들어갈 때는 73%가 대한 직접투자(FDI)를 중단하거나 회수할 생각인 것으로 나타났다. 안보와 직결되는 미국의 대북 군사제재 이슈가 외국인들의 투자결정에 매우 민감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대북 제재조치가 한미공조로 진행될 경우, 미국 단독으로 이뤄지는 경우보다 위협을 적게 느낀다는 점이다. 한미 공동으로 대북 제재가 이뤄질 경우 투자중단이나 회수율은 미국 단독으로 제재에 돌입할 때보다 5∼10%포인트씩 낮게 나타난 것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외국기업들은 주한미군 감축 및 재배치 파장에 대해서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는 점이다. 주한 외국기업인의 절반 이상(53%)이 주한미군이 향후 5년간 상징적 병력만 남기고 사실상 철수할 경우 북한이 남한에 대해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또한 관심을 가져할 것은 국내기업인들이 주한 외국기업인들보다 한미동맹을 국내투자환경의 더 큰 안전판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그 결과 한미관계가 악화돼 미국이 일방적으로 대북 압박조치를 할 경우를 크게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점이다. 이는 안보 유사시 자본철수 및 투자처 변경이 외국 기업보다 국내 기업이 더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북핵문제 처리방식을 둘러싸고 한미동맹관계의 균열이 커지면 향후 한반도 안보상황이 악화돼 외국인투자는 물론 국내기업인들의 투자도 급감, 한국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정부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유석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