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북핵문제가 외국자본유입에 미치는 영향

  • 2005-06-02
  • 박태우 (브레이크뉴스)
어중간한 대북정책 유지로는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 창출 어려워

 

The New York Times의 제임스 브룩(James Brooke) 기자는 이제 중동의 사담 후세인이 제거된 이후 "미국을 가장 위협하는 국제적인 인물이 김정일(Now Kim Jong Il is bad guy No. 1)"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서 날이 갈수록 부정적으로 전환되고 있는 미국의 대(對) 김정일 인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

기사의 내용 중에서도 파레이드 지(Parade Magazine)가 지난 2년 동안 김정일 위원장을 세계의 가장 악독한 10대 독재자 반열에서도 최상의 위치에 놓은 점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지난 6개월간 진행된 갤럽 조사에서도 미국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로서 이란과 더불어 북한이 상위 톱 랭킹 쟁탈전을 하고 있음도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부정적인 대북관(對北觀)이 미국의 정부로 하여금 안보리 회부 및 경제제재 그리고 해상.공중 봉쇄를 통한 압박전술을 택하게 할 확률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동아시아연구원은 매우 흥미로운 여론조사결과를 내놓고 있다.

한국에 주재하고 있는 외국기업인 169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최근의 북핵 사태와 관련, 주한 외국기업 최고경영자 63%는 "미국이 단독으로 대북 해상.공중 봉쇄에 돌입할 경우 대한 직접투자(FDI)를 중단 또는 회수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한 국내의 유력일간지가 전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조사결과에 의하면 주한 외국기업인들은 미국이 단독으로 북핵 문제를 유엔의 안보리에 회부하는 외교적 조치를 취하거나 대북 경제제재를 상정하는 경제적 조치를 취할 경우 각각 13%, 20%가 투자를 중단하거나 회수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PSI(해상.공중봉쇄)를 통한 제한적 군사작전이 실행될 경우에는 투자를 중단하겠다는 답변이 60~70%에 달해 미국의 대북압박전술에 민감하게 노출되어 있는 한국경제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대북 제재가 한.미공조 차원에서 이뤄질 때에는 외국의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덜 위협을 느끼면서 기업활동을 할 수 있다고 답해 한미동맹의 유지 및 강화가 한국경제발전의 필수조건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또한 주한미군의 감축도 일정부분 외국자본의 국내시장 유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상징적인 병력만 남기고 사실상 주한미군을 철수하는 경우에는 투자중단을 하겠다는 응답자가 39%에 이른 점을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다.

아무튼, 북한의 김정일 정권이 이런 저런 이유로 북핵 문제를 생존차원의 게임으로 단정하고 외교적 타협을 통한 대 타결을 지연시키고, 미국과의 일정부분 거리를 두고 "민족공조"를 유지하려는 우리정부의 어중간한 대북정책이 중단되지 않는 한, 우리 경제가 낙관적인 전망을 근거로 외국자본유입을 전제로 한 성장동력 창출이 그리 쉬워 보이지 않기에 걱정이 앞선다.

우리는 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가 북한정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더 키워가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자본가들의 안정적인 투자유입 요인이 한반도 안보의 큰 지렛대 역할을 하는 주한미군에 대한 신뢰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을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된다.

왜 주한외국기업인들의 73%가 향후 5년 내에 한미동맹관계가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우리정부의 냉철한 분석과 대책이 요구되어 지는 시점이다.

필자는 이번 6월 10일에 미국의 워싱턴에서 개최되는 한미정상회담에서 이러한 외국인투자자 및 기업인들의 우리나라 안보상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일소할 수 있는 좋은 결과가 있어야 된다고 주장할 뿐만 아니라, 이제는 대북 문제와 관련된 경제 문제에 대해 정부의 더 긴박한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도 강조하고 싶다.

 

박태우 대만국립정치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