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외국 기업들 시각

  • 2005-06-01
  • 이내영 (중앙일보)

한국 매력은 시장 성장성 80%


향후 5년 추가 투자할 것 76%

한국에 직접투자(FDI)를 하고 있는 외국 기업인들은 경제와 안보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이번 EAI의 조사는 이런 문제를 다룬 최초의 체계적인 조사다.

외국 기업인들은 한국에 투자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로 "시장 성장성(80%)"을 가장 높게 꼽았다. 또한 "향후 5년간 추가투자 계획을 가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76%가 투자하겠다고 대답했다. 이는 현재 주한 외국기업인들이 한국경제에 대해 갖고 있는 평가가 비관적이지 않다는 것을 말해 준다.

이들은 한국에 투자한 이유로 "비용 경쟁력"(7%), "생산성과 교육수준"(7%), "규제의 간편성"(5%), "정치사회의 안정성"(1%)등을 들기도 했으나 시장 성장성에는 크게 못 미쳤다. 한국의 매력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보다 "물건을 많이 팔 수 있는 소비시장"에 있다는 얘기였다.

한국경제에 대한 높은 기대는 한반도 안보의 지렛대 역할을 하는 주한미군에 대한 신뢰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북한의 남침 가능성이 높다"고 응답한 비율은 현재 주한 미군이 주둔하는 상황에선 12%였다가 미군이 철수할 경우 53%로 크게 늘어났다.

이들 주한 외국기업인의 한.미 동맹에 대한 전망이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73%가 "향후 5년 동안 한.미 동맹관계가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다만 한.미 동맹을 비관적으로 보는 응답자 중에서도 77%가 추가 투자의사를 밝혔다. 한.미 동맹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당장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이들은 한국 안보 상황과 한.미 동맹관계가 불안정한 것이 사실이지만 아직 투자 철회를 고려해야 할 상황으로까지는 인식하지 않는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문제는 북핵문제의 처리방식을 둘러싸고 한.미 간 불협화음이 심각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향후 한반도 안보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한.미 동맹관계의 균열이 커지면 한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급감하고 한국경제가 타격을 받는 사태가 일어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정치학.EAI 여론조사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