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국내 기업들 시각

  • 2005-06-01
  • 장진호 외 (중앙일보)

"한·미 동맹이 투자 안전판"


외국 기업보다 반응 더 예민

한국의 기업인들 중 향후 5년 동안 추가로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응답자는 81%였다. 주한 외국인 직접 투자자 76%가 같은 대답을 한 것보다는 다소 높다. 이들 역시 외국 기업인과 마찬가지로 대북 경제제재가 해상.공중 봉쇄로 넘어가는 단계에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기업인들은 경제압박을 넘어서 군사적 조치가 시작되는 해상.공중 봉쇄를 정상적인 이윤 실현이나 투자 회수가 어려워지는 단계로 보는 듯하다.

국내 기업인 조사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미국 단독으로 추진하는 대북 제재에 아주 민감하다는 점이다. 미국 단독으로 제재할 경우 국내 기업인들은 "안보리 회부" 1단계에서 29%가 투자 중단 의사를 밝혔다. 같은 상황에서 주한 외국기업인들이 응답한 것보다 16%포인트나 높은 수치다.

2단계인 "경제제재"에서 투자를 중단하겠다는 응답은 41%로 외국 기업인들의 응답치보다 21%포인트 높았다. 이는 한.미 공동으로 제재할 경우 3단계인 "해상.공중 봉쇄"에서 투자를 중단하겠다고 응답한 45%와 비슷한 수치다. 

또 국내 기업인은 미국 단독으로 해상.공중 봉쇄단계(67%가 투자중단 응답)에 들어가는 것을 한.미 공조로 제한적 군사작전(61%)이 펼쳐지는 4단계 경우보다 더 위험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런 조사 결과는 국내 기업인이 주한 외국투자 기업인보다 한.미 동맹을 국내 투자환경의 더 큰 안전판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한.미 관계가 악화돼 미국이 일방적으로 대북 압박조치를 할 경우를 크게 걱정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국내 기업인들은 북한 핵문제로 인한 군사적 충돌을 예방하기 위해 한.미 간 협력이 강화돼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한국 기업인은 한반도에서 안보 위기가 고조될 때 전체 투자액 중에서 위협받는 자산의 비중이 외국 투자기업에 비해 훨씬 크다. 안보유사시 자본 철수 및 투자처의 변경도 외국 기업에 비해 어렵기 때문에 국내 기업인은 외국인보다 안보 위기에 더 예민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대응책을 마련할 때 염두에 둬야 할 대목이다.

장진호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 정원칠 EAI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