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상임이사국 확대 69%가 찬성

  • 2005-03-21

유엔 개혁 닻 오르나

美에 비판적…"유엔 강해져야"


21일(현지시간)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유엔개혁안을 발표하면서 미국 의회는 이미 격렬한 논쟁에 휩싸이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유엔 진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실 9ㆍ11테러 후 미국 일방주의에 대한 비판여론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유엔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23개국 공동여론조사 결과는 유엔 개혁과 관련한 세계인 인식 단면을 보여준다. 조사결과를 보면 전체적으로 유엔의 힘이 지금보다 많이 강해져야 한다는 의견에 무려 23개국 평균 64%가 지지를 보냈다.

미국의 국제적 역할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하는 국가일수록 유엔에 대한 기대가 크고, 반대로 긍정적일수록 유엔 기능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가별로 보면 독일, 영국, 호주 등 전통적인 미국 동맹국들을 포함해 총 14개국이 미국에 대해 비판적이지만 유엔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여주었다. 아르헨티나와 터키는 미국과 유엔에 대해 모두 부정적인 평가를 나타냈다.

반면 한국을 비롯한 5개국에서만 미국에 대한 긍정적 평가와 유엔에 대한 기대가 공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유엔 강화에 대해 56% 지지로 전체 응답국가 중 19위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유엔 개혁과 관련해 기본방향은 강대국 입김을 줄일 수 있도록 현재 상임이사국에 주어진 비토권을 제한하는 대신 16개국이 참여하는 안전보장이사회에 실질적인 결정권을 주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 방안에 대해 23개국은 평균 58%가 찬성하고 24%가 반대함으로써 압도적 지지를 보내주었다. 5개 상임이사국 반응은 엇갈렸다.

미국(57%), 영국(56%,) 중국(48%)에서는 찬성 여론이 반대여론보다 많았다. 그러나 프랑스(찬성 44%, 반대 43%), 러시아(찬성 25%, 반대 29%)에서는 찬반이 팽팽히 맞섰다. 기득권 포기가 어렵다는 속내다.

9월 총회에서 상임이사국 수를 늘리는 방안은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에 23개국 중 22개국에서 과반수 찬성을 받았고 전체 평균 69%라는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번에 유엔 상임이사국 진출 기회를 엿보고 있는 인도(87%), 독일(81%), 남아공(76%), 브라질(73%) 등이 상임이사국 확대여론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엔개혁안 추진과정에서 보면 한국은 개입 여지가 지극히 좁아 보인다. 경제적으로 한국보다 한수 아래로 여겨졌던 브라질, 인도 등이 최근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정치적으로는 앞서가려 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은 국제적 지위 향상이라는 그럴듯한 목표만 세울 뿐 구체적 실현 계획이 부족하지는 않았는지 곰곰이 되짚어볼 시점이다.


이렇게 조사했다

미국 메릴랜드대학의 PIPA가 총괄 기획을 맡고 영국 BBC 월드서비스가 후원하는 세계 여론조사 컨소시엄에 매일경제신문사와 동아시아연구원(원장 김병국)이 한국 대표기관으로 참여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글로브스캔이 주도한 가운데 전세계 23개국에서 총 2만3518명이 참여해 이뤄졌다. 한국은 코리아리서치가 지난해 11월 26일부터 12월 16일까지 면접법으로 조사했다. 조사대상은 1,000명을 유효 표본으로 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구간에 ±3.1%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