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한국국민 反기업정서 과장됐다

  • 2005-02-22
  • 이재열 외 (매일경제)

"사회책임경영" 21개국 여론조사

 

개발도상국 국민은 대기업을 신뢰하고 우호적인 평가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선진국 국민일수록 기업에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개도국은 주로 기업의 경제적 책임과 법적 책임을 강조하는 반면, 선진국의 경우 엄격한 윤리적 박애적 책임을 강조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 국민의 경우 기업의 사회책임경영 인식이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전환되는 중이어서 앞으로 점차 사회책임경영에 대한 요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브스캔 주도 여론 조사 컨소시엄이 21개국 일반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회책임경영"인식 조사에서 대기업에 대한 호감도는 개도국 국민들이 높은 반면 선진국 국민들은 낮은 수준을 보여줬다.

"대기업이 모두에게 더 좋은 사회를 만들고 있느냐"는 질문에 한국인의 48%가 "그렇다"고 대답해 긍정적 인식이 미국인(42%) 영국ㆍ캐나다인(41%) 프랑스(38 %) 독일인(33%)보다 높았다.

하지만 인도네시아(84%) 중국(82%) 필리핀(67%) 등 개도국 국민보다는 낮은 편이었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법으로 강제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미국 (41%) 독일ㆍ프랑스(34%) 같은 선진국은 과반수에 훨씬 못 미치는 응답자만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중국(70%) 필리핀(61%) 인도네시아(58%) 같은 개도 국의 경우 사회적 책임에 대한 법률적 강제에 높은 지지를 보냈다. 한국의 경우 전체 응답자의 47%만이 긍정적으로 대답해 선진국형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범죄, 빈곤 그리고 문맹과 같은 사회적 문제의 해결을 돕는 것은 대기업의 책임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많은 국가들에서 50%를 넘는 긍정적 답변이 나왔다.

그러나 이같이 빈곤과 연관된 사회문제의 경우 유럽이나 OECD국가들 보다는 빈부격차가 큰 개발도상국 국민들일수록 대기업 책임론을 거론하는 경향이 강하다.

한국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기업 책임을 강조하는 비율이 55%로서 11위에 그치고 있다. 이와 함께 "기업이 자신의 사회적, 환경적 책임을 얼마나 다했는지 숨김없이 알리고 있는지"를 물은 결과 한국인의 32%가 긍정해 11번째 긍정 대답 비율을 보였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들이 어떠한 노력을 하는지 알고 싶나"는 질문에 대해서도 한국인의 68%가 "그렇다"고 해 13위에 머물렀다.

이러한 결과들을 종합해볼 때 한국에서 대기업의 사회책임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대기업에 대한 높은 기대와 우호적 평가가 이뤄지는 개발도상국형 모델에서 기업에 대해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엄격한 윤리적 기준과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고 이를 통해 기업의 속성을 바꾸고자 하는 선진국형 모델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외국 유명 대기업들이 사회책임경영 보고서를 지속적으로 발간하며 전체사회와 폭넓게 소통하는 이유도 그것이 기업의 신뢰도를 제고하고 사회적 정당성을 높여준다는 경험적 터득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회책임경영은 궁극적으로 높은 수익과 효율성을 달성하는 고차원 경영의 지름길이 된다는 말이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소극적 태도로는 기업 생존 차원에서도 적절치 못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업은 전체 사회 속에 위치해 있고, 다양한 이해당사자들과 조직 내부와 외부에 걸쳐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인식이 국내외적으로 확산돼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실천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당위의 문제다.


◆사회책임경영이란? = 기업 행위가 전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경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첫째, 경제적인 책임으로서 비용을 최소화하고 이윤을 극대화하는 일이다. 둘째, 법적인 책임으로서 관련 법규와 규칙을 지키는 일이다. 법적 책임은 필수 적인 것으로서 강제성을 갖는다. 셋째, 윤리적 책임으로서 정당하고 올바른 방식으로 돈을 버는 것이다. 넷째, 박애적 책임으로서 사회에 대한 적극적 기여를 통해 훌륭한 기업시민이 되는 것이다. 윤리적ㆍ박애적 책임은 필수는 아니지만 기업 평판이나 신뢰도에 큰 영향을 미 친다.


◆이렇게 조사했다 = 동아시아연구원(www.eai.or.kr)은 매일경제신문사 후원으로 글로브스캔 주도의 21개국 2만1713명을 대상으로 한 세계여론조사 컨소시엄에 한국 대표기관으로 참여했다. 심층적인 분석을 위해 21개 참여국가 가운데 미국(조사기관 글로벌스캔) 중국(전매대학 부속 조사통계硏) 인도네시아(데카 마케팅조사硏) 멕시코(문드아메리카스) 영국(글로브스캔) 등 5개 국가의 여론 조사기관과는 원 데이터를 교환했다. 한국 여론조사는 코리아리서치가 맡았으며 2004년 11월 26일부터 12월 16일까 지 면접법으로 했다. 조사대상은 1000명의 유효 표본으로 했으며 표본 오차는 95%의 신뢰구간에서 ±3.1% 수준이다.

 

이재열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 장진호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