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신뢰수준의 변화

  • 2005-01-28
  • 한준 (한국일보)

대통령·군대 순위 하락, 대기업은 3년새 "껑충"


 

한국사회에서 신뢰 수준은 지난 수년간 어떻게 변화해 왔는가? IMF 경제위기 이후 한국사회 신뢰 수준의 변화를 1998년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조사 자료와 2001년 한림과학원 조사자료와의 비교를 통해 살펴보았다.

먼저 ‘한국사회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가’를 0점(불신)에서 10점(신뢰)까지 물은 결과 평균 5.51로 신뢰와 불신의 중간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1년에 동일한 질문에 대한 응답평균은 4.13이었다. 지난 3년 동안 사회에 대한 국민의 평가가 다소 신뢰 방향으로 바뀐 것을 의미한다.

한국사회의 여러 기관이나 집단에 대해 국민의 신뢰 수준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순위를 통해 비교해보면, 우선 98년에서 최근까지 시민단체가 가장 많은 신뢰를 받고, 국회와 정당이 가장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경향이 변함없이 지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체적으로는 98년과 2001년 사이에는 신뢰 순위에 큰 변동이 없다.

그러나 2001년과 2004년 12월 사이에는 상당한 변화가 보인다. 민간부문에 속한 기관, 집단이 보다 많은 신뢰를 받고, 공공부문이 불신 받는 차이가 더욱 뚜렷해 졌다. 민간 부문에선 언론이, 공공부문에선 국회의 신뢰 순위가 가장 낮다.

눈에 띄는 것은 대기업에 대한 신뢰 증가다. 98년과 2001년 조사에서 대기업은 국회 다음으로 불신 정도가 높았으나 2004년에는 시민단체와 대학교에 이어 세 번째로 신뢰를 높게 받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는 어려운 상황에서 경제에 대한 기여도를 인정한 결과다. 대기업의 투명성과 사회적 책임을 인정하기 보다는 기술혁신과 경제성장,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측면이 더욱 부각된 것이다. 동시에 공공부문에 대한 신뢰가 감소한데 따른 반작용으로 볼 수도 있다.

군대는 98년과 2001년 세 번째로 신뢰집단에서 지난 해에는 여섯 번째로 크게 밀렸다. 대통령도 2001년에서 2004년 사이에 신뢰 순위가 여섯 번째에서 여덟 번째로 떨어졌다. 사법부와 정부도 신뢰 순위가 한단계씩 떨어졌다. 군에 대한 신뢰도 급락은 여러 차례의 병역 비리, 군 인사비리 의혹 때문으로 보인다. 한편으로 군대의 안보역량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대통령에 대한 신뢰 순위 저하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의 지속적 하락과 무관하지 않다. 정부의 신뢰 순위 하락 역시 같은 맥락에서 정책적 난맥상과 경기침체, 사회적 갈등 심화 등에 대한 불만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사법부의 신뢰 순위 하락은 지난 해 두 차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을 거치면서 사법부의 중립성이 위협 받은 결과로 해석된다.

 

한준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