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정치·사회의식 여론조사] 한국사회 이념 성향의 변화

  • 2005-01-28
  • 이내영 (한국일보)

보수층 일수록 "성장우선"으로 옮겨가
성장·분배 문제가 이념적 균열로 나타나
"5년후 경제 나빠질 것" 2년새 6배로


2002년 5월 이후 정기적으로 진행해온 정치사회인식 여론조사결과를 시간별로 비교, 분석하면 노무현 정부 이후 우리 사회가 급격한 이념적 변화를 겪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동아시아연구원은 2002년 5월과 2003년 5월 여론조사(본보 2002년 6월8일, 2003년6월 9일자)를 통해 한국사회 이념은 주로 ‘대북문제’와 ‘기본적 인권’에 대한 인식을 축으로 분화하고 있다는 분석을 제기했다. 

성장/분배 등의 계급적, 경제적 이슈에 대해서는 ‘복지중시’라는 사회적 합의가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2002년 대선을 전후로 한국사회에 형성됐던 복지확대에 대한 합의가 급격히 약화하고 대신 성장을 우선시 하는 경향이 강화하고 있음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2002년에는 ‘복지우선’ 입장의 응답자가 73%나 됐고, ‘성장우선’은 27%에 그쳤다. 하지만 이번 2004년 12월 조사에서는 복지우선논리가 47%로 급감한 반면, 성장중시 태도가 52%로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보다 더 주목할 것은 2003년 이후 성장/복지 문제에 대한 선호가 이념적 균열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2002년 성장/복지 문항에 대한 이념적 진보, 중도, 보수성향별 각 집단들의 응답 평균치(1은 복지우선, 4는 성장우선, 2.5는 중도)는 집단 간 다소 차이는 있어도 전체적으로 2.5 아래의 복지우선 쪽에 치우쳐 있었다. 그러나 2003년에는 보수 응답자들이 성장우선 경향으로 옮아가고 진보, 중도는 여전히 분배를 중시하는 경향을 보였다.

2004년 12월 조사에서는 이 같은 성장 방향으로의 이동현상이 더욱 가속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보층만이 여전히 2.45로 분배 중시 경향을 보였을 뿐 중도층은 2.52의 중간 입장으로 옮아갔다.

더욱이 보수층은 2.66으로 확연하게 성장우선 입장이 강화한 경향을 나타냈다. 이는 성장/분배 문제가 본격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이념적 균열로 표현된다는 해석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경제의 불투명한 전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5년 후 당신의 경제상태에 대한 예상’ 질문에 대해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반면,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은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2002년 조사 때는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자가 64%였으나 지난 연말에는 43%로 격감했다. 반대로 악화할 것이라는 응답은 같은 기간 5%에서 29%로 급증했다.

결국 지속되고 있는 경제침체 및 한국경제의 불투명한 전망으로 인해 분배우선의 사회적 합의 대신 성장우선의 논리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으며, 이를 둘러싼 갈등이 기존의 이념갈등 요인들과 복합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우려할 만한 것은 경제가 악화할 수록 사회적, 이념적 갈등이 심화하리라는 점이다. 따라서 이념적 갈등을 해소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해서도 정부가 경제회복과 경기활성화에 힘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내영 EAI 정치사회여론조사 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