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사설] 52%가 분배보다 성장을 우선해야

  • 2005-01-28
한국일보와 동아시아연구원이 최근 실시한 정치사회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과반수(52%)가 분배보다 성장을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방식의 조사를 처음 실시한 2002년엔 73% 대 27%로 "분배(복지) 우선"이 압도했고 지난 해에도 "분배 우선"이 66%로 우세했으나 이번엔 그 추세가 반전된 것이다. 그런 만큼 정책당국은 조사결과에 담긴 사회경제적 함의(含意)를 잘 새길 필요가 있다.

물론 성장과 분배는 동전의 앞뒷면과 같아서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연두회견에서 "분배와 성장은 두 마리 토끼 관계가 아니다. 함께 가지 않으면 둘 다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한 이래 정부 관계자들도 "양자는 함께 가는 것"이라고 모범답안을 입에 익혔다.

태생적으로 복지와 분배, 균형과 연대를 중시하는 참여정부가 요즘 친시장적 실용주의 성향의 인사들을 내각과 청와대에 중용한 것도 이런 인식을 대변한다.

하지만 동반성장이라는 말은 정책적 지향점을 가르키는 구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 목표를 달성하는 전술과 전략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이어야 하며 때론 불균형도 감수해야 한다는 얘기다.

앞의 조사결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경제침체의 장기화 및 불투명한 미래로 인해 분배 우선의 사회적 합의 대신 (중도 및 보수 집단을 중심으로) 성장 우선의 논리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으며 이를 둘러싼 갈등이 기존의 이념갈등 요인들과 복합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저성장 사회는 분배 능력도, 의지도 상실한 채 계층간의 소모적 갈등만 키워 발전동력을 잃게된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정책당국은 이 같은 뜻을 되새겨 경제살리기에 전념하겠다는 초심을 한시라도 흐트려뜨려선 안된다. 그 중심은 시장 개혁과 사회안전망 구축을 꾸준히 추진하되 명분에 얽매인 규제를 철폐하고 불필요한 사회적 반감을 해소해 민간의 활력을 북돋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