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정치·사회의식 여론조사] 대북·외교정책

  • 2005-01-27
  • 최영종 (한국일보)

"美와 동맹강화·우호유지" 77%


"통일 속도조절…서두

르지 말아야" 78%


이번 조사는 대북지원, 통일, 대미관계 등과 같은 주요 외교정책 현안에 대해 국민 대다수가 급격한 변화보다는 신중함을 선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북지원에 대해 ‘북한의 변화를 이끌지 못하므로 전면 중단해야’는 18%, ‘현재보다 감축해서 인도적 지원에 한정’은 47%로 전체적으로 65%가 대북지원정책의 수정을 원하고 있다. 통일에 대해서는 ‘여건을 봐 가며 속도 조절’ 52%, ‘사회/경제적 희생이 크다면 서둘 필요 없다’가 26%로 무려 78%의 국민이 신중 접근을 바라고 있다.

대미관계에 대해서는 ‘동맹관계 강화’(15%)나 ‘우호관계 유지’(62%)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런 인식은 현재 대북, 대미, 통일정책의 근본적 수정을 도모하는 추세와는 상당한 괴리를 보여주는 것이다.

신중한 정책 선호도는 2003년과 별 차이가 없으나 몇몇 흥미로운 변화는 감지된다. 첫째, 어려운 경제사정에도 대북지원에 대해 ‘현행 수준 유지’‘지원 확대’ 의견이 28%에서 34%로 증가한 점이다. 둘째, 미국과의 동맹 강화 입장이 주는 대신 그 만큼 우호관계 유지 입장이 증가했다.

국민들이 한미동맹 약화를 어느 정도 불가피하게 받아들이면서도 현실적인 인식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셋째, ‘희생이 뒤따르더라도 통일은 꼭 해야’ 견해가 계속 감소하는 점으로, 통일비용에 대한 현실적 인식 등으로 인해 감상적 통일론이 퇴조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두드러진 특징은 충청권 주민이 가장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점이다. 충청권 주민 55%가 대북지원 전면 중단, 54%가 통일에 대해부정적 견해를 보였는데, 이는 수도이전 무산에 대한 상실감, 정부시책 전반에 대한 불만, 통일과 수도이전의 상충관계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념, 지지 정당, 지역 등이 여전히 대외정책 선호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진보, 민노당 지지, 호남 등은 대북, 대미, 통일 등의 정책에 전향적인 변화를 원하나 한나라당 지지, 영남은 현상유지 내지 변화 반대 입장과 연관돼 있다.

이와 관련,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지지자들 사이에 근본 입장 차이가 없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대미, 대북 정책을 둘러싼 여야 대립에도 불구하고 양당 지지자들 간엔 시기, 속도 등 방법론상 차이 정도만 존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현재의 갈등은 양측 모두 강경파에 의해 논의가 주도되면서 실제 이상으로 증폭된 측면이 있어 대화와 타협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국민 대다수가 국제적 환경을 현실적으로 인식하고 신중한 정책을 원하고 있음을 정치권은 염두에 둬야 한다.

 

최영종 가톨릭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