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정치·사회의식 여론조사] 여론조사 총론

  • 2005-01-27
  • 김병국 (한국일보)

국민의식 양극단으로 분산


與, 소수 지키려다 다수 놓쳐


진보, 보수화의 각기 다른 길을 가는 국민의식구조는 참여정부가 안정된 권력기반을 구축하는 데 상당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

대표적 이념지표인 국가보안법과 경제성장/분배 입장을 통합 분석해 보면, 2002년 5월만 해도 서로 절충 가능한 정책노선을 견지하는 다수 국민이 있었다. <그림 1>의 Y축에선 복지(분배)중시의 입장을 취하고 X축에선 국보법 대체입법과 부분개정 사이를 오가는 58.6% 국민이 이에 속한다.

그러나 이들 절충가능 견해집단은 2003년 5월 47.2%로, 2004년 12월엔 29.3%로 축소되고 대신 복지예산 동결/축소론이 확대됐다. 더욱이 2004년 조사에서는 새로 수평적 확산까지 가세했다. X축 우측으로는 국가보안법 유지론(21.6%)이, 좌측으로는 국가보안법 폐지론(15.3%)이 강력한 소수의견으로 대두된 것이다.

X축 양극단에 자리하는 국민이 이처럼 많았던 적은 없었다. 국가보안법 유지, 폐지 입장은 2002년 조사 때 각 13.0, 7.7%였고 2003년에는 12.8, 6.4%에 불과했던 것이다. 국민의식이 양극단으로 분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수의 지지를 확보하는 정책은 어렵다.

동시에 참여정부의 정치적 선택도 국민여론변화에 대한 적응능력을 떨어뜨렸다. 2002년 조사는 노무현 대통령이 진보층과 함께 보수층 일부까지도 지지기반 내로 끌어들이는 광범한 이념적 흡인력을 보유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림 1>에서 좌측 하단인 (1,1)에서 멀어질수록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에서 볼 수 있듯 노 후보는 진보진영의 대표주자였다.

그러나 한국정치의 다수(51.7%)를 이루는 중도 보수와 중도진보진영[(2,2), (2,3), (3,2), (3,3)]에서 노 후보가 29.8~40.4%의 지지율을 확보하지 못했다면 대선승자가 될 수 없었다. 진보를 텃밭으로 삼으면서도 중도보수와 중도진보로 지지기반을 확대하는 선거전략 덕분이었다.

참여정부 출범 100일 여론조사에선 경기침체 여파로 성장우선(42.5%)이 2002년 5월보다 14.5%나 증가했다. 그래도 노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2003년 5월에는 노 대통령이 성장우선 진영으로 지지층을 넓혀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동결/축소를 주장하는 성장우선 진영에서 노 대통령의 지지자는 2002년 5월에는 13.8~36.2% 수준이었지만 2003년 5월에는 40.5~66.7%로 치솟았다. 갓 출범한 참여정부에게 경기침체의 책임을 돌리지 않고 오히려 변화의 기대를 건 때문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지난해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국보법 논쟁이 가열되면서 여론은 격변한다. 2003년과 달리 노 대통령의 2004년 지지기반은 진보로 축소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성장우선 진영에서 노 대통령 지지율은 8.6~35.1%로 급락했다. 그렇다고 복지우선 진영 내의 지지기반을 지키는데 성공하지도 못했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40% 이상인 경우는 복지우선 진영의 8개 집단 가운데에서도 <그림 1>의 좌측 모서리를 구성하는 3개 집단[(1, 1), (1, 2), (2, 1)]뿐이다. 그러나 이들 집단은 한국사회의 소수로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6%를 넘어본 적이 없다.

결국 이념적 정체성이 뚜렷한 소수를 지지기반으로 지키려다 다수의 이탈을 불러들인 것이 지난해 참여정부의 정책이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