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경제 비관주의를 벗자  

  • 2005-01-27
  • 조시영기자 (매일경제)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화엄경의 핵심 사상을 이루는 이 말은 세상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뜻이다.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 요가와 국선도 열풍이 분 것도 "마음먹기"를 잘해서 건강해지려는 바람 때문이다.

마음먹기, 즉 심리적 요인은 경제에서도 큰 영향을 미친다. 한국 증시에서 펀더멘털과는 상관없이 투자자들의 심리요인 때문에 주가가 오르락내리락하는 때가 많은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일체유심조"의 관점에서 우리 경제에 충격적인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인이 22개국 국민 가운데 경제에 대해 가장 비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동아시아연구원이 매일경제신문사 후원 아래 한국측 기관으로 참여한 글로브스캔 주도 세계여론조사 컨소시엄(영국 BBC 월드서비스 후원, 미국 메릴랜드대 PI PA 조사 총괄 기획)이 22개국 2만295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인 중 88%가 나라 경제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집안 살림에 대해서도 71%가 어둡게 바라봤다.

지난 몇 년 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나 실업률이 조사 대상국가 중 나쁜 편이 아니라는 점에서 조사 결과는 더욱 충격적이다.

"아시아의 용"으로 불리던 시절의 자신감은 사라졌다. 슬픈 한국, 힘빠진 한국인이 돼버린 셈이다. 정반대 결과가 중국인에게서 나왔다. 나라 살림이 나아질 것이란 응답이 88%, 집안 살림이 좋아질 것이란 응답이 86%에 달했다.

소득계층, 학력, 연령에 상관없이 경제에 대한 전망이 밝고 또 밝았다. 한국이 외환위기를 맞기전 장기 침체에 빠진 일본은 한국인의 자신감을 부러워했다.

이제 한국은 동아시아 3국 가운데, 아니 전세계에서 가장 자신없는 국민들이 사는 나라가 됐다.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 기업 발목을 잡는 규제, 자고 나면 뛰는 물가, 높은 실업률 등 경제주체에 따라 해석이 다를 것이다.

언론도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다. 조사 결과를 보자마자 "신바람" 대신 "칼 바람" 내용만을 담았던 기사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누군가가 신바람의 북소리를 울릴 신호탄을 쏘아주길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