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한국인 울상, 자신감 상실

  • 2005-01-26
  • 김병국 (매일경제)

한국인 울상, 자신감 상실

 

한국은 한때 "아시아의 용" 으로까지 불리며 저개발 국가의 성장모델로 인식됐다. 그러나 이제 한국사회 어디에서도 자신감을 발견할 수 없다.

가계 경제, 국가 경제, 세계 경제에 대한 전망 모두에서 한국인은 전세계 조사대상 22개 국가 국민 가운데 가장 비관적으로 나타났다.

한국인 가운데 71%가 가계 경제 상황을 악화될 것으로 보고 82%가 세계 경제를 비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 경제에 대해서는 무려 88%가 염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한국의 20대 가운데 70%가 가계 경제를 비관한 것에 비해 22개 조사대상 국가의 청년층은 59%가 낙관적이다. 90년대 이래 7~10%대로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중국이 낙관적(88%)인 것은 당연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대표하는 영국과 미국도 각각 57%와 45%로 자국 경 제가 호전될 것으로 보는 국민이 다수다. 심지어 한국과 함께 97년에 외환위기를 겪고 그 수렁에서 아직까지 벗어나지 못한 인도네시아에서도 52%가 자국 경제를 낙관하고 있다.

경제적 비관론은 한국의 모든 사회계층에 만연해 있다. 개인의 경제적 상황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하는 비관론자는 전세대에서 70~73% 를 오가고 있다.

월소득이 200만원 미만인 저소득층에서부터 400만원 이상인 고소득층에 이르기까지 비관론자 비율은 낮게는 70%, 높게는 72%로 나타난다. 학력별로도 저학력층은 77%, 중등학력층은 72%, 대재 이상의 고학력층은 68%가 가계 경제가 나빠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비관론이 경제활동을 위축시켜 한국 경제가 돌이킬 수 없는 침체국면으로 빠져들 수 있다.

그나마 가장 큰 편차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지지자와 비판자 사이에서 나타 난다. 경제적 비관론자는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지지층에서 63%,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반대층에서 74%에 이른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22개 국가는 한국과 달리 계층 차이에 따라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달라지는 면도 보여주고 있다. 22개 국가 전체를 놓고 볼 때 가계 경제 상황을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비율이 소득수준별로는 평균 37%(저소득층)~64%(고소득층)를, 교육수준별로는 36%(저 학력층)~51%(고학력층)를 오간다.

결국 대다수 조사대상 국가에서는 경제전망을 둘러싸고 양극화 현상이 발생하는 반면 한국은 경제 전반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사회 구석구석에 퍼지는 "절망의 확산"에 시달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김병국 동아시아硏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