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부시재선에 비판적

  • 2005-01-21
  • 이내영 외 (매일경제)

부시 2기 출범 22개국 여론조사

아시아를 제외한 나머지 전 지역 국가의 국민들은 대체로 부시 재선이 국제 평화와 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구 유럽, 남미 국가들과 이슬람 국가들에서 부정적 태도가 강했다.

조사대상 중 필리핀(63%), 인도(62%), 폴란드(44%) 만이 국민 다수가 부시 대통령의 재선을 긍정적으로 보았다. 동북아시아 3개국 중 일본은 부시 재선을 부정적으로 보는 응답자가 39%에 불과해 눈길을 끌었다.

중국과 한국의 경우는 각각 56%, 54%가 부정적이라고 응답하는 등 반수 이상이 부시 재선에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 국가들에 비해서는 부시 재선에 대한 반감이 약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국가간 비교 결과는 그 동안 국내외 안팎에서 우려를 자아내던 한국사회의 반미, 반부시 정서가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을 나타낸다. 한편 부시 재선에 대한 세계적 차원의 비판적 태도는 미국인에 대한 반감을 불 러일으키는 것으로 보인다.

부시의 재선이 미국에 대한 감정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를 묻는 문항에 대해 21개국(미국 제외) 조사대상 전체 평균을 보면 4 2%가 악화됐다고 대답했다. 반면 25%가 호전되었다고 응답하고 23%만이 아무 영향이 없었다고 응답했다.

터키(72%), 프랑스(65%), 독일(56%) 등 부시 재선에 부정적이던 국가들에서는 미국인에 대한 감정이 악화됐다는 응답비율이 높았다. 마찬가지로 부시 재선에 우호적이던 국가들은 미국인에 대한 감정에 변화가 없었다는 응답비율이 높았다. 러시아 66%, 일본 62%, 폴란드의 55%가 변화가 없었다고 답했다.

한국 국민들의 경우 부시 재선으로 미국인에 대한 적지 않은 감정 악화가 발생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국민의 47%가 미국인에 대한 호감도가 악화됐다고 응답했다.

이는 프랑스, 독일, 영국 등의 유럽 국가나 브라질(59%), 아르헨티나(54%)에 비해서는 비교적 낮은 응답비율이기는 하지만 중국(33%), 일본(23%), 러시아(1 9%) 등 주변국에 비해서는 부정적 태도가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세계 여론조사는 또 이라크 전후처리에 골머리를 썩고 있는 미국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다 많은 동맹국의 군사적 지원과 협력을 이끌어내야 하는 상황에서 전세계적으로 단 한 개의 국가에서도 이라크 파병에 찬성하는 의견이 반수를 넘지 못했다.

세계적으로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는 응답비율이 무려 70%를 상회했으며 이 중 27%는 이전보다 더욱 반대하게 됐다고 응답했다.

이라크 전쟁에 비판적 태도를 보였던 프랑스(84%), 독일(83%) 등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의 동맹군으로서 파병을 했거나 하고 있는 국가들 사이에서도 파병반대 여론이 높다는 점은 이라크 전쟁을 주도한 부시 행정부에 큰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대 동맹인 영국조차 63%가 반대하고 있으며 호주(56%), 한국(56%), 필리핀(5 8%), 인도(67%) 등 이번 조사에서 비교적 미국에 호의적인 국가들까지도 과반수가 이라크 전쟁에 개입하는 데 반대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이들 국가의 반대여론이 이라크 파병 반대 입장의 각국 평균 70%에는 못 미치고 일본의 경우 파병 반대가 35%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 그나마 미국에는 위안거리인 셈이다.


결국 세계 각국의 지원과 협력이 절실한 부시2기의 미국이 오히려 세계적으로 고립돼 가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이내영 고려대 정외과 교수 

정한울 EAI 외교안보센터 부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