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한국 反美감정 英ㆍ中보다 낮았다

  • 2005-01-21
  • 남궁곤 (매일경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재선을 계기로 한 6개국의 대미인식 비교 결과는 반미 로 주목받고 있는 한국이 오히려 상대적으로 미국에 대해 우호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 대한 한국인의 태도를 평가할 때 한국 국민들이 부시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태도와 미국이라는 국가에 대한 평가를 구분하고 있다는 점도 이번 결과에 주목할 만하다.

미국이 세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한국 국민의 무려 63%(다소 부정 46%, 매우 부정 17%)가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 반면 매우 긍정적이라는 응답은 4%, 다소 그렇다는 32%에 불과했다.

다수의 한국인은 미국의 세계에 대한 영향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 유럽에 대해서는 세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에 대해 52%가 찬성한 반면 아니라는 의견은 43%에 불과해 미국에 대한 비판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한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 국민들의 미국에 대한 태도와 비교해 보면 결과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나타난다.

한국 국민의 경우 미국 국민 다음으로 미국과 부시 대통령의 재선을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영국, 중국, 인도네시아, 멕시코 국민들은 미국이라는 국가 차원에서나 부시 행정부 차원으로 보나 일관된 부정적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한국 국민들의 대다수(54%)는 부시 대통령의 재선을 부정적으로 보면서도 절반 이상(52%)의 국민은 미국이 국제적으로 긍정적 역할을 한다고 보고 있다.

이에 비해 영국인은 미국의 긍정적 역할에 44%만이 인정했고 중국인 40%, 인도네시아인 38%, 멕시코인 11% 순으로 낮았다.

부시 대통령의 재선이 세계 안보에 긍정적이라는 의견도 한국인(36%)이 미국인 (56%)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이에 반해 영국인 29%, 중국인 27%, 인도네시아인 21%, 멕시코인 4%만이 이 문항에 찬성했다.

부시 현 대통령의 재선이 미국 국민에 대한 감정변화를 묻는 문항에서도 마찬가지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조사 결과 한국 국민들은 부시 대통령 재선 이후 미국민에 대해 감정이 좋아졌다는 의견이 32%로 영국(26%), 인도네시아(29%), 멕시코(14%)에 비해 호전된 비율이 크다.

물론 절대적 기준으로 놓고 보면 미국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기는 힘들지만 최소한 한국의 반미 감정은 다소 과장되어온 것이 사실이 라는 점을 알 수 있는 결과다.

2000년대 들어 반미 이슈는 한ㆍ미간의 외교적 문제이면서 동시에 국내적으로 는 이념 갈등의 사회문제로 등장했다.

하지만 이번 조사 결과에서는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민의 미국에 대한 호감은 오히려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북핵 문제가 불거지고 남북 관계에 적지 않은 변화가 생기면서 국내외적으로 더욱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나온 이 같은 결과는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반미 문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결국 한ㆍ미 관계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반미 감정의 문제를 예의 주시하는 것은 필요하겠지만 한국의 반미 여론에 대한 과민반응 역시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는 한국 국민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를 나을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한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냉정하면서도 균형 잡힌 접근이야말로 한ㆍ미 관계를 둘러싼 정치적 갈등을 완화하고 사회 통합을 실현하는 첫 단추임에 틀림없다.

 

남궁곤 이화여자대학교 정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