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부자나라일수록 反부시정서 높아

  • 2005-01-21
  • 정원칠 (매일경제)

헌팅턴 교수가 예측한 "문명의 충돌"은 9ㆍ11 테러를 계기로 현실화하고 있는 것일까. 이번 여론조사는 "반(反)부시" 정서는 오히려 문명의 차이를 넘어서는 보편적 현상으로까지 나타났다.

테러와의 전쟁을 밀어붙이는 부시 미국 대통령의 재선에 대해 절대다수의 국민 이 부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는 국가가 조사대상 21개국(미국 제외) 가운데 16개 국가나 됐다.

부시 대통령의 재선에 대한 평가를 경제발전단계별ㆍ대륙별ㆍ종교별로 나누어 검토하면 "문명충돌론"은 더욱더 먼 얘기가 된다. 총 21개 조사대상 국가 가운데 경제적으로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OECD 가입국가는 11개국이다.

이들 나라에서 부시 재선이 세계평화와 세계안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한 비율은 22.9%에 지나지 않았다. 10개 OECD 비가입국가 의 29.1%보다 낮은 수준이다.

부시 재선으로 미국인에 대한 인식이 좋아졌다고 응답한 비율도 OECD 가입국가 (18.4%)보다 비가입국가(32.6%)에서 더 높았다. 경제발전의 수준이 낮은 국가 일수록 부시 재선에 대한 평가가 후한 셈이다.

이슬람 국가와 비이슬람 국가 사이에서도 일정한 차이가 나타났다. 이슬람 국가들은 부시 재선에 대해 불과 16.6%만이 긍정적 반응을 보였고, 미국인에 대한 호감도가 부시 재선으로 좋아졌다고 응답한 자도 19.7%에 지나지 않았다. 비이슬람 국가에서는 각각의 긍정적 평가가 27.4%와 26.1%였다.

그러나 미국의 "뒷마당"에 속하는 중남미지역에서도 긍정적 인식이 저조하고 미국의 동맹인 유럽도 부시 재선에 대한 반응이 냉랭한 점을 감안할 때 세계가 종교를 중심축으로 갈라지고 있다는 진단은 속단이다.

미국에 가장 우호적인 대륙은 역설적이게도 미국과 역사적으로 일정한 거리를 둔 아시아로 부시 재선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37.3%였고 부시 재선에 따른 미국인에 대한 호감도 증가가 40.7%였다.

결국 반테러 전쟁은 반미 감정이 중동지역에서 전세계로 확산되는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세계를 "반미 이슬람" 대 "친미 비이슬람" 문명권으로 양극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정원칠 여론조사센터 부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