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부시 집권 2기] 대선이후 북핵ㆍ한미관계 어디로

  • 2004-11-04
  • 서은정기자 외 (헤럴드경제)

[부시 집권 2기] "대선이후 북핵ㆍ한미관계 어디로" 긴급 좌담회 

 

"美 북핵해법 채찍보다 당근책 유도를"

한ㆍ미관계 안정 발빠른 대응 바람직

4자ㆍ6자회담 조기개최 적극 나서야

유엔 등 국제적 지지 얻는것이 급선무

 

2004 미국 대선은 반(反)테러리즘을 주창한 "안보 대통령"의 승리로 끝을 맺었다. 이에 따라 향후 4년간 전 세계 안보 및 경제의 키는 다시금 부시에게로 넘어가게 됐다. 부시는 미국의 보수세력, 부유층의 지지를 받으며 보수, 반테러리즘을 강력히 표방해온 만큼 2기에서도 테러 및 북핵문제에 대해 고삐를 죌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특히 북핵문제는 대선에서 정치적 이슈로 떠오른 만큼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으로서는 부시 2기 출범에 따른 외교, 안보 정세를 빠르게 파악, 대응책 모색이 시급해진 것이다. 이에 헤럴드경제는 부시의 재선이 확정된 3일 밤, 안개 속에 갖힌 대북, 북ㆍ미 관계 변화에 해답을 제시하고자 긴급좌담회를 마련했다.

"미 대선 이후 북핵, 한ㆍ미 관계 어떻게 가나"를 주제로 열린 이날 좌담회에는 한국수출입은행 통일경제연구협회 사무총장 배종렬 선임연구원과 동국대 북한학과 고유환 교수, 중앙대 국제대학원 김태현 교수(동아시아연구원 외교안보센터 소장)가 참석, 열띤 토론을 벌였다.

토론자들은 부시의 재선으로 대북정책이 강경노선 일변도로 치달을 것이라는 일반론과는 달리, 국내외의 비판을 어느 정도 수용해 일방주의 정책의 수위가 다소나마 낮아질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 북핵문제에 대해서는 차기 미 행정부와 신뢰노선을 빠르게 재구축, 대화 채널을 마련하고 강경책보다는 유화책을 유도, 서둘러 6자회담을 열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야 한다는 입장을 개진했다.

<토론자> 배종렬 한국수출입은행 통일경제연구협회 사무총장 겸 선임연구원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김태현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동아시아연구원 외교안보센터 소장) <사회> 본지 권충원 정경부장 -2004 미국 대선에 대한 관전평을 듣고 싶습니다.

▶김태현 교수=케리가 예상외로 선전했던 선거였습니다. 또 투표율이 56%까지 치솟는 등 참여율도 두드러지게 높았습니다. 국민들의 정치적 관심 증가의 측면도 있지만, 후보간 극명한 차이가 투표율을 올렸다고 봅니다. 부시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테러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을 적절히 이용했던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입니다.

▶배종렬 선임연구원=저 역시 투표율이 높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사회가 불안정할 때 정치 관심이 고조됩니다. 미국은 9ㆍ11 테러 사태 이후 사회 불안요인이 증가했습니다. 안정되기까지는 여러 가지 이견이 노출될 수밖에 없죠. 미국의 일방주의를 비판하는 국내외의 시각도 이를 반영합니다.

▶고유환 교수="전쟁 중에 장수를 교체할 수 없다"는 미국 국민 정서에 호소한 부시의 전략이 들어맞은 겁니다. 미국이 조기에 해결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북한 문제를 지연시켜온 것도 대선을 의식한 때문이라고 보여집니다.

 

-2기를 맞는 부시 행정부의 정책 변화가 궁금합니다.

1기의 일방주의 정책에 변화가 올 것으로 보시는지요. 일각에서는 부시 대통령 개인 캐릭터나 재선으로 정치적 부담이 없어져 2기에서 오히려 강화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는데요.

▶김 교수=두 가지 시나리오 모두 가능성이 있습니다. 강성파인 네오콘(신보수주의자)에 대해 공화당 내에서도 분개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때문에 2기 행정부 조각에서는 이들이 배제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시의 정치 스타일은 타협을 추구하기보다 일방적이기 때문에 기본 기조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이 중 후자 쪽일 가능성을 높게 봅니다. 지지기반에 충실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배 연구원=저는 전자 쪽입니다. 2기 행정부는 결국 국내외 비판을 어느 정도 수렴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균형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여러 호재에도 불구하고 백중세로 승리했다는 점은 반부시 정서가 상당한 수준임을 반증하는 겁니다. 정부도 이 같은 민의를 다독여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될 겁니다.

▶고 교수=저 역시 "힘을 통한 관철"이라는 부시의 일방주의 정책이 2기에 다소 조정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영국을 제외한 유럽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도 이는 필수적입니다. 동북아에서도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미국의 일방주의에 거부감을 갖고 있습니다.

 

-미국의 외교정책에 변화가 온다면 중동이 이를 판단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텐데요.

▶김 교수=이라크 이란 이스라엘이 문제입니다. 이라크 문제는 미국 뜻대로 할 수 없는 가변적 요소가 많습니다. 그런데 부시도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기 위해서는 이라크 문제에 대한 유엔 등 국제적 지지를 얻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따라서 유럽과 일본의 지분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쪽으로 선회해 분위기를 바꾸려 할 것입니다. 이란과 북한 중에서는 북한 쪽에 우선적으로 접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미 대선 토론에서 북한은 이라크를 제외한 어느 국가들보다도 많이 거론됐습니다.

▶배 연구원=지난 4년간 대중동정책이 공세의 단계였다면 이제는 수성의 단계입니다. 더 어려운 과제입니다. 저는 중동과 연결돼 있는 중앙아시아, 다시말해 카스피해가 향후 미국의 대중동 외교정책을 읽는 관전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부시 행정부는 이곳의 석유 등 천연자원 확보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같은 성과를 지켜내기 위해 수시로 유럽 중국 일본 등과 합종연횡할 것입니다.

▶고 교수=중동 문제는 결국 에너지입니다. 미국은 사우디를 대체할 중동의 거점이 필요했습니다. 이제 이라크를 확보하면 이 목적이 달성된 것이기 때문에 국제관계를 악화시키면서까지 전선을 확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으로서는 초미의 관심사인 북핵문제로 화두를 돌려보겠습니다. 북핵문제는 이번 대선에서 정치적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는데요. 향후 북핵문제가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십니까.

▶김 교수=지적하신 대로 선거에서 꾸준히 나왔던 얘기인 만큼 향후 주목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새 행정부는 선거에서도 공언한 바가 있는 만큼 북핵문제를 서두를 개연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노선은 쉽사리 약화시키지 않을 겁니다. 형식은 다자회담, 실질적으로는 양자대화로 흐를 가능성이 큽니다. 이 경우 북한이 미국의 시그널을 정확히 알고 체면을 유지하는 선에서 물러서준다면 문제 해결은 쉬울 수 있습니다. 다만 북한이 물러서지 않는다면 문제는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배 연구원=부시 2기 행정부는 재선으로 기존 정책에 대한 국민의 추인을 받은 셈이므로 정책노선이 크게 변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다만 초기에 나타날 수 있는 변화의 가능성에 주목해야 합니다. 케리 후보가 북한과의 양자대화를 강조하면서 국민 다수의 지지기반을 확보했다는 점이 부시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또 최근 미국은 북한에 대해 리비아식 모델을 본받으라고 강조하면서 핵 포기 시 안전 및 경제적 활로를 보장해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큰 정책기조는 쉽사리 바뀌지 않겠지만 재임 초기에 정책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고 교수=부시 정부가 북한에 대해 불량국가라고 규정, 대화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가진 것은 분명합니다. 다만 북한의 대응책에 따라 미국의 입장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미국이 양자협상에 나서지 않는 핵심적인 이슈, 즉 북한 스스로 불량국가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는 겁니다. 다자 틀 안에서라도 양자 접촉만 이뤄진다면 긍정적입니다. 4자, 6자회담을 얼마나 빨리 하느냐가 관건입니다.

 

-한ㆍ미 관계는 어떻게 보십니까. DJ정부, 참여정부를 거치며 부시 행정부와의 관계가 매끄럽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향후 한ㆍ미 관계를 전망해주시지요.

▶배 연구원=한ㆍ미 관계는 오히려 불안정 국면에서 조정 국면으로 들어갔다고 봅니다. 주한미군 문제가 해결되고 있고, 김선일 씨의 죽음은 미국에서 "미국 사회도 잘못 생각했던 것이 아니냐"는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한ㆍ미 관계가 안정국면으로 접어들 경우 한국은 적극적인 접근을 해야 합니다. 부시 행정부 초기에 개혁 개방을 통해 북한을 국제사회로 진출시키도록 유도하고 미국과 서먹한 관계를 복원, 채널 형성을 통해 유화책을 강력히 촉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을 강공으로 몰아칠 경우 대량학살 사태가 날 수도, 급속도로 중국경제로 흡수될 수도 있습니다. 미국이 유화노선으로 가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김 교수=대화할 수 있는 신뢰노선 구축이 시급합니다. 부시 행정부는 재집권으로 북한을 꽤 알고 있는 팀이 들어올 가능성이 있는 만큼 채널이 안정되면 즉시 한ㆍ미 관계를 회복해야 합니다.

▶고 교수=주한미군 재배치 등 현안이 정리단계에 다다른 만큼 한ㆍ미 관계는 이제 호혜적인 관계로 발전시켜나가야 합니다. 다만 문제는 미국의 의도 파악입니다. 핵문제의 경우 미국의 전략이 대량살상무기(WMD), 핵 비확산에 맞춰져 있다면 쉽게 풀릴 겁니다. 그러나 미국의 전략이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축이라면 북한이 굴복하지 않는 한 한ㆍ미 관계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합니까.

▶배 연구원=한국은 미국에 맞춘 파도타기 정책을 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세계 각국은 미국의 정책 방향과 관련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테러와의 전쟁으로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운신 폭이 좁아진 만큼 우리도 발빠르게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고 교수=북핵 위기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관건입니다. 한국은 부시 2기정부 출범 시에 가닥을 잡아야 합니다. 북핵문제가 장기화될 경우 국제 신인도가 하락, 경제도 풀리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남북 교류협력이 어려울 경우 새로운 동력을 찾기도 어려워집니다. 이를 위해 4자, 6자회담을 조기에 개최토록 적극 나서야 합니다. 북핵에 대한 재평가를 유도하는 작업도 시급합니다.

 

서은정ㆍ임진택 기자(thankyou@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