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파월 미 국무, 한국 대학생.고교생 31명과 대화

  • 2004-10-27
  • 최원기기자 외 (중앙일보)

대화 도중 자메이카 민요 부르기도


학생들 "직접 만나보니 재미있는 인물"


방한 중인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26일 한국의 대학생과 고등학생 31명을 만났다. 전체 체류시간이 21시간에 불과한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특별히 30분을 할애했다.

파월 장관과 한국 학생 간의 만남은 이날 오후 1시30분 서울 정동 미 대사관저 본관에서 열렸다. 미 국무부의 제임스 켈리 동아태 담당 차관보와 리처드 바우처 대변인도 배석했다.

크리스토퍼 힐 주한 미 대사의 사회로 통역 없이 진행됐으며 대화는 격의 없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파월 장관은 중간에 노래도 불렀다. 한 학생이 "장관님의 자서전을 읽어봤다. 칼립소를 좋아한다던데 불러줄 수 있겠는가"라고 하자 파월은 다소 쑥스러워하다가 서인도제도의 흑인민요인 칼립소를 한 소절 부르기도 했다. 파월은 자메이카 이민 2세다.

한 학생이 "미국은 북한을 공격할 의도가 있느냐"고 묻자 "북한을 공격할 계획이 없다"고 대답했다. 주한미군 감축에 대해서는 "병력 규모가 감축된다고 결코 전투력이 약해지는 것이 아니다"라는 모범답안을 내놓았다. 다른 학생이 "얼마나 개인적인 소신에 따라 일을 하느냐"고 묻자 파월은 "대통령은 우리가 알아서 일 할 수 있는 여지를 많이 준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신에 어긋나는 일을 해야 했던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한걸음 물러나 사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일반론으로 대답했다.

학생들은 파월과의 만남을 "자유로운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김성은(아주대.21)씨는 파월이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었다며 "직접 만나보니 파월은 위트있고 재미있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또 허윤선(고려대.23)씨는 "북한 문제 등에 나름대로 합리적인 모습을 보여준 파월 장관의 견해를 직접 들을 수 있어 좋았다"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학생 중에는 동아시아연구원(EAI)에서 인턴십 중이거나 수료한 학생이 가장 많았다. 나머지 학생들은 주한 미대사관의 의뢰를 받아 대학과 고등학교 측이 추천했다.

전체 31명 중 여학생이 20여명이었다. 대학원생이 6명, 고등학생은 3명이고 나머지는 대학생이었다. 주한 미대사관 측은 학생 선정 기준에 대해 "특별한 게 없다. 단지 영어로 대화가 가능한 서울과 지방 학생들을 골고루 선정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미 대사관 공보과 측은 "파월 장관은 평소 해외 방문 도중 젊은이와의 대화를 중시한다"고 말했다. 앞서 파월은 해외 순방 도중 브라질.사우디아라비아.인도.이라크.코소보 등에서 현지 젊은이와 대화를 했다. 젊은이들 사이에 반미 감정이 늘고 있는 지역들이다.

최원기.박현영기자 <brent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