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는?" "가족은?" 신상질문 쏟아져
대화도중 흑인노래 한소절 부르기도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26일 서울 정동 미 대사관저에서 한국 대학생들과 대화하는 행사를 가졌다. 30분간 진행된 행사에 참석한 대학생은 31명이었다. 동아시아연구원(EAI)의 인턴십을 밟고 있는 학생이 절반이었고, 나머지는 미 대사관에서 인턴으로 일했거나 대학 교수들의 추천을 받은 학생들이었다.
대사관저 1층 본관에서 학생들이 파월 장관을 둥그렇게 둘러싼 가운데 문답이 진행됐다. 문답은 당초 예상과 달리 북핵문제나 한·미관계에 대한 질문이 전체 7개 중 2개밖에 없었다. 학생들은 미리 질문을 적어와 너도나도 질문을 하려 손을 들었고, 7명의 학생이 영어로 질문했으나 5개는 파월 장관의 신상에 관한 궁금증이었다.
한 학생은 파월 장관이 쓴 책을 들고 와서 "책에 칼립소(카리브해의 트리니다드섬을 중심으로 서인도 제도에서 불려진 2분의 2박자 또는 4분의 2박자의 흑인들 노래) 노래를 좋아한다고 돼 있는데 노래를 들려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파월 장관은 다소 쑥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노래 한 소절을 부르기도 했다. 이어서 "미국의 국무장관은 무슨 일을 주로 하느냐" "워싱턴에서는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느냐" "소신에 어긋나는 일을 해야 했던 적이 있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파월 장관의 가족 사항을 묻는 학생도 있었다.
파월 장관은 "외교와 국무에 관한 일을 챙기고 대통령에게 보고도 한다" "대통령은 우리가 알아서 일할 수 있는 여지를 많이 준다"는 식으로 대답했다. 나머지 2개의 질문 중 하나는 "한국처럼 반미 감정이 있는 나라와도 (대학생) 교류프로그램을 더 많이 가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파월 장관은 웃음 띤 얼굴로 "그렇게 하면 돈이 많이 든다"고 말해 폭소가 터졌다. 파월 장관은 "얼마 전 브라질에서 미국에 2주간 다녀온 대학생들을 만났다"며 "그런 (대학생 교류) 프로그램들이 한국같이 반미 감정이 싹트는 나라에서 미국을 이해하는 데 유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마지막에 한 학생이 미군 감축 계획에 대해 묻자, 파월 장관은 "한국민이 원하는 한 미군은 계속 주둔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고 자리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