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미국이 북 공격 때 유엔·한국·동맹 찬성 얻어야 하나

  • 2004-10-01
  • 김태현기자 (중앙일보)

한국.미국.멕시코 국민 대외인식 비교 

한국인 80% "모두의 찬성 필요"


미국인 46% "다 반대해도 가능"


북한 핵 문제가 악화돼 미국이 북한에 군사적 공격을 할 경우 미국 정부는 어떤 변수를 고려해야 할까. 유엔의 승인? 한국의 동의? 기타 미국 동맹국들의 지지? 유엔이나 한국, 기타 미국의 동맹국들이 각각 어떤 입장을 갖느냐에 따라 모두 여덟가지 상황 설정이 가능하다. 이 여덟가지 시나리오에 대한 응답을 비교.분석하면 한국인과 미국인의 현실 인식 차이를 파악할 수 있다.

우선 한국인들은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려면 거의 세계적 차원의 지지가 필요하다고 인식한다. 여덟가지 경우의 수 중 오로지 한 경우, 즉 유엔.한국.동맹국 모두의 찬성이 있는 경우에 대북 공격이 가능하다는 응답자가 80%를 차지했다. 그 외의 일곱가지 경우는 모두 지지도가 40%에도 못 미쳤다. 반면 미국인들의 대북 공격 성향은 훨씬 적극적이다. 대부분의 경우에 지지도가 50%를 넘었다. 유엔과 한국.동맹국이 다 반대해도 군사적 공격을 할 수 있다는 답변이 46%나 됐다. 이 경우에 대북 공격을 할 수 있다는 한국인의 응답은 9%에 불과했다.

둘째, 한국인은 만일의 경우 북한을 공격하더라도 한국의 입장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믿는다. 다른 둘의 변수와 상관없이 한국이 찬성해야 대북 공격이 가능하다고 대답한 네가지 경우의 입장(응답률의 평균)이 42%였으며, 한국이 반대해도 군사적 공격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은 12%에 불과했다. 한국인에게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유엔 변수다. 유엔이 승인해야 대북 공격에 찬성한다는 입장은 37%였다. 미국의 동맹국 입장은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았다. 동맹국들의 찬성을 전제로 한 미국의 대북 공격 지지 입장은 33%였다.

셋째, 미국인은 한국인과 크게 다른 패턴을 보였다. 유엔의 찬반 여부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간주했다. 즉 유엔의 찬성을 받아야 대북 공격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 66%였다. 그 다음은 동맹국 변수다. 이들이 찬성해야 대북 공격이 가능하다고 본 입장이 62%였다. 미국인에게 한국의 찬반 여부는 대북 공격 결정에 별로 중요한 변수가 아니었다. 한국의 찬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58%였으며, 한국이 반대해도 공격할 수 있다는 입장이 56%나 됐다.

미국 정부가 대북 공격시 ▶한국이 직접적으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사실 ▶한국 군사력이 직.간접적으로 동원돼야 한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자국민 여론에 압력을 받는 상황은 우려스럽다. 미국 국민을 상대로 한 한국의 대민외교(public diplomacy)가 얼마나 절실한지를 보여 주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