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한미 국민, 한반도 최대 위협은 북핵

  • 2004-10-01
  • 남궁곤 (중앙일보)

한국.미국.멕시코 국민 대외인식 비교

"한반도 최대 위협은 북핵" 양국 60% 공감


북한 핵 문제는 한국민에겐 생존이 걸려 있고, 미국인에게는 핵 확산 방지라는 목표와 직결돼 있다. 이번 국제 비교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미 양 국민은 북한 핵 개발이 국제사회와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핵심 문제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양국 국민의 60% 정도가 각각 북한의 핵 개발 문제가 향후 10년간 한국의 국가 이익을 위협하는 "핵심적인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 동맹국 중 한국 가장 중시=특히 미국인의 62%는 미군을 장기적으로 주둔시켜야 할 나라로 한국을 꼽았다. 이 수치는 독일.일본 등 미국의 10개 동맹국 중 가장 높은 비율이다. 그만큼 미국인은 북한의 위협에 민감하고, 이 위협과 맞서기 위해 한국을 전략적 요충지로 중시하고 있다고 해석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한국인과 미국인은 북핵 개발에 대처하는 방식에서 현저한 차이를 보였다. 북한의 핵 개발 봉쇄에 대한 양국 국민의 인식 차이는 미국의 핵무기 사용 문제에서 두드러진다. 한국 국민의 60%가 미국이 어떤 조건 하에서도 핵무기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대답했다(미국 국민은 22%). 이에 비해 미국인의 57%는 미국이 핵 공격을 받을 때는 사용해도 괜찮다고 대답했다. 핵 공격을 받지 않더라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미국인이 19%나 됐다.

북한 핵 개발에 대한 양 국민의 인식 차이는 한국인과 미국인의 북한을 보는 눈과 안보관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지난 20년 동안 시카고외교위원회(CCFR)가 수행한 대외 인식 조사 결과를 종합해 보면 미국인은 다른 나라의 정부나 체제 전복을 목표로 하는 군사 개입에는 반대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에 비해 인권 유린과 같은 보편적 민주주의 가치를 탄압하는 사례에는 군사력을 사용하는 일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냈다.

◆ "테러 지도자 암살해야"=하지만 최근에는 핵무기와 국제테러 형태로 미국 본토에 가해지는 위협을 사전에 예방하는 군사조치에 강력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두드러진 현상이다. 국제 테러의 본거지나 관련 시설을 공습하는 데 대해 미국인의 83%가 찬성했고, 지상군의 파병에도 76%가 지지했다.

심지어 68%의 미국인이 테러집단의 지도자를 암살하는 것에 찬성했다. 여론주도 계층도 52%가 찬성했는데, 이 수치는 1998년 34%에서 2002년 48%로 증가한 데 이어 지속적으로 높아가는 추세를 보여준다. 미국인이 테러 방지를 위해 군사 수단과 평화 수단을 가리지 않고 자국 정부에 모든 노력을 경주할 것을 주문하는 상황은 확실히 미국 여론의 새로운 요구로 여겨진다.

한국인의 경우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지만, 핵 개발 저지를 위해 실제 군사력을 사용하는 데는 매우 신중한 입장이다. 미국의 군사적 수단 사용에 한국 국민의 82%가 유엔 안보리의 승인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미국인은 68%만이 안보리 승인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는 한국인이 북한을 단순한 군사 공격의 대상만으로 여기지 않고 통합의 대상으로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북정책에 대한 한국인의 이중적 모습이기도 하다. 한국인에게 북한은 한편으로 언젠가는 함께 통일을 이루어야 할 "동포"다. 이 점은 한국의 민족주의 측면에서 이해해야 할 개념이다. 다른 한편으로 한국인에게 북한은 한국전쟁을 일으킨 당사자이자 대치해야 할 "적"이다. 이는 개별 국가들이 배타적 영토를 근거로 생존을 다투어 온 국제 현실에서 이해해야 할 개념이다. 한국인이 북한과 북한의 핵 개발에 애증이 교차된 감정을 갖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